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닌 것이 가장 중요했고, 나중에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한 번쯤 부모님 속을 썩이기도 하고, 각각 추억 많고 사연많던 시절입니다. 마음은 TV속 연예인보다 화려하고 싶고 영화 속 주인공보다 더 멋지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결국은 평범하고 무난한 학창시절이지만 그 속에 각각 나름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있는 삶의 한 토막입니다.
영화 '바람'은 바로 그런 고등학교 시절을 웃음과 눈물 속에 풀어낸 영화였습니다.
시작하고 10분까지는 불안했습니다. 재미없는 칙칙한 영화의 기운이 물씬 풍겨옵니다. ㅠㅠ
그러나 저의 불안한 예감은 틀렸습니다. 치기어린 하이틴 로망스가 아닐까 했던 우려와는 달리, 영화는 솔직담백 코믹합니다. 그리고 무척 현실적입니다. 보통 영화의 주인공은 멋지고 힘이 세거나,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데, 영화의 주인공은 심하게 평범합니다. 그 점이 영화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됩니다.
ⓒ 필름 더 데이즈
영화의 배경은 10여년 전, 부산 서면의 한 남자고등학교이지만 그 시절 서울의 한 여고를 다녔던 저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학창시절 누구나 겪고 느꼈을 만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공부를 잘하든 싸움을 잘하든 무엇으로든 또래에서 주목받고 사랑받고 인기있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심리에서 연예인들을 더 동경하기도 하고, 학교내에서도 너무 범생처럼 보이지는 않으려고 애쓰기도 하고, 4차원 행동으로 주목받으려 하기도 하고, 연예가 소식 정보통으로 친구들의 사랑을 받으려고 하던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 시절 그 소소하게 느꼈던 것들을 다시 보는 것도 유쾌하고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그 땐 그랬지.." 하는 생각에 미소짓게 되기도 하고, 지금 보면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웃게 되기도 합니다. "나만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니라, 그 또래의 고등학생들이 비슷했나 보다.." 하는 생각에 공감하게 되기도 합니다.
ⓒ 필름 더 데이즈
영화에서 더 공감되고 더 재미있던 것은 영화지만 별 다른 과장이나 가식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싸움 장면도 정말 실제같은 막싸움이 나옵니다. 영화에서는 보통 멋지게 날라차기를 하며 붕붕 날아다니지만, 실제 싸움에서는 태권도 3단과 유도 2단이 붙어도 머리채를 쥐어뜯고, 허공에 주먹을 붕붕 날리는 막싸움이 오가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 속 악에 받치고 겁에 질린 싸움 장면은 더 재미있고 공감됩니다. 또한 수많은 하이틴 영화에서 한 번씩은 나오는 주인공의 무림평정 장면같은 액션씬이 아닌, 정말 현실적인 떼씬이 더 통쾌합니다.
영화에서 화려하게 붕붕 날라다니는 액션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액션(?)은 참 현실적이라 더 공감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춘기 시절을 지내고 나면 미안해 지는 가족...
학창시절을 지나고 나서 부모님께 죄송스럽지 않았던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가출 한 번 한 적 없고, 딱히 부모님 속을 크게 썩이진 않았더라도 예민한 사춘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부모님 마음 다 알면서도 까칠한 소리를 골라서 하고, 항상 고슴도치처럼 말을 퉁퉁 받던 시절....
그러다가 부모님이 아프시거나 집안에 사건이 생기면 너무 후회되고... 죄송스럽습니다.
영화에서는 그 장면을 담담하게 그려냈지만, 보는 사람은 가슴이 아립니다. 혼자 훌쩍 훌쩍 울다보니.. 눈화장은 번져있고, 집에 와서도 눈이 아팠습니다. ㅠㅠ
영화가 끝난 후 주연배우들의 무대인사가 있었습니다.
우선은 영화 속에서는 까까머리 고등학생들로 나와서 인물이 죽어있던 배우들이 너무나 잘생겨서 깜짝 놀랐고, 여배우라고는 황정음씨 뿐인 멋진 남자배우들 한 무리에 행복해졌습니다. ^^
더 놀랐던 사실은 영화 내용이 주연배우인 정우씨의 실제 이야기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공감 200%를 끌어낸 것일까요... 연기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연배우들의 실제 나이는 고등학생과는 좀 거리가 있다는 점에 놀라고, 실제로는 고향이 광주인 분도 있었는데 부산사투리를 너무나 능숙히 구사했던 점에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 나왔던 실제인물들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불법써클 '몬스터'와 그 멤버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는 지에 대한.. 영화 그 뒷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컸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제목과 홍보가 아쉬웠습니다.
영화 제목만 듣고는, 치기 어린 고등학교 시절의 바람(wind)을 이야기하는 것 같고, 소개되는 내용을 봐도 재미없겠다는 느낌이 팍 드는데, 실제 내용은 너무나 감동적이기 때문입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었는지, 대부분 영화평에도 기대없이 봤는데 감동적이라는 평이 우세합니다. 평점에서는 아낌없이 10점 만점에 10점을 준 분들이 많았구요.
흠을 잡자면 10년 전 배경 영화인데, 배경에서 요즘에 나온 브랜드들이 보인다거나, 택시 차종이 요즘 차종이라거나 하는 거슬리는 점이나, 몇 가지 어색한 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용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눈감아 줄 수 있는 옥의 티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본 사람들은 너무나 좋은 영화라 극찬을 해도, 영화의 제목이나 소개가 비호감이라 안 보거나 상영하는 극장이 적다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좋은 영화가 조용히 묻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은 걱정도 살짝 됩니다.
이 영화를 통해 화려한 폭력장면과 액션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액션이나 억지웃음보다, 잠시 잊고 지내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웃음과 눈물로 풀어내면서 가슴을 훈훈하게 해줍니다. 영화를 보며, 부모님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되고, 잊고 지냈던 친구들을 한 번 더 떠올려 보게 되는 따뜻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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