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몇 년 전 이 책이 많은 이들의 필수도서같이 여겨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너무 친절한 제목 덕에 뻔한 내용일 것이라 지레 짐작하고 읽지 않았었다. 누군가를 칭찬하면 좋은 결과를 얻는 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이며, 다른 대인관계 지침서나 심리학책의 흔한 내용을 보다 강조하여 쉽게 쓴 것이겠거니 하며 넘어갔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내가 근무하는 학원에서 아이들이 학교 일정 때문에 와야할 시간을 훌쩍 넘겨서도 오지 않아 수업을 하지 못하고 몇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수업을 진행 할 시간에 멀뚱히 기다리기 심심하던 차에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속으로 피식 웃었다.
‘몇 년 전 엄청 유행하더니 어딜 가나 하나씩 있군 그래.. ’
하며 한 번 무어라 썼길래 인기가 많았을까 하는 생각에 책장을 넘기며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 책에 빠져들어 순식간에 이 책을 다 읽게 되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칭찬을 하는 순간"과 "잘못된 행동을 할 때의 칭찬법"이었다.
그랬다. 우리는 으레 상대가 잘할 때는 그러려니 하며 쉽게 지나치고 잘 못하는 일이 있을 때는 자신의 잘못을 잘 모르고 반복할까 하는 노파심에 따끔하게 또는 상처받도록 질책해 왔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지적의 문제점을 짚고 있었다.
잘 할 때는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잘못할 때만 혼나기에 사람들은 잘하려고 하기보다 수동적으로 잘못하지만 않으려고 바뀌어 간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내 주변의 가족들이나 동료, 친구들이 잘 하고 있을때는 관심을 갖지 않다가 단 하나 두 개의 잘못하는 일에는 크게 주목하여 지적하고 헐뜯었다. 그러다 보니 상대의 장점은 점점 사라져갔고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은 문제 덩어리처럼 느껴졌다.
학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의 기특한 행동은 당연한 것이고 무엇 하나라도 실수하거나 잘못할라치면 도끼눈을 치켜뜨며 혼줄을 내주었다. 그것이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잘 인도하는 길이라는 합리화를 시켜가면서 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속 시원했던 부분은 눈 씻고 찾아보아도 잘하는 구석이 없는 미운 상대에 대한 대처방법이었다. 앞서 잘할 때 더욱 관심갖고 격려하자는 부분은 이해도 쉽고 실천도 쉬웠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칭찬할 것이 눈꼽만큼도 없는 대상은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사실 미운 사람은 밥먹는 꼴조차 밉고 헛기침 한 번 하는 것도 미운데 말이다. 이 부분에서 이 책은 그 미워하는 에너지를 상대의 장점과 특기를 살펴 살리는데 쓰며, 가장 먼저 상대와의 신뢰-교감-를 쌓는데 쓰라는 충고를 해 주었다. 참 어려운 얘기였다.
이 때 나에게는 아주 골칫거리인 학생이 하나 있었다. 이 아이는 학원에 오면 자리에 앉아있지도 못했다. 수업 시간 내내 돌아다니며 학원의 물건을 만지는 산만한 아이였다. 게다가 선생인 나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려 이 아이가 와 있으면 다른 잘하던 아이까지 말을 듣지 않게 하는 한마디로 물을 흐리는 골칫덩어리 였다. 이 아이가 수업 받으러 올 때가 되면 나는 가슴이 답답하기 까지 하였고, 그 시간이 수 십년이 되는 듯이 길고 힘들었었다. 나는 속는 셈치고 이 아이에게 이 책의 내용을 실험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 아이에게서 정말 칭찬할 것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첫 칭찬은 내 말에 시큰둥하게 “네”라고 대답하는 것을 가지고서
“아유, 우리 00이는 대답도 참 잘하는 구나. 참 이쁘구나.”
하는 반어법에 가까운 칭찬이었다. 그 아이가 조금 덜 돌아다니고 자리에 앉아 5분간 집중하자 또 칭찬을 해 주었다.
“00이는 자리에 차분히 앉아서 잘도 하는 구나. 집중력이 참 좋구나.” 처음 나의 이런 행동에 다른 학생들은 어이없어 하였다. 다른 학생들도 대답을 모두 잘하고 다른 아이들은 1시간 이상도 자리에 앉아 집중하는데 잘하지도 못하는 아이를 왜 칭찬해주는 것이냐는 것이었다. 각자의 능력에 따라 칭찬은 해 주는 것이라며 이러한 반어법에 가까운 칭찬을 계속하였다.
아이여서 였을까. 나의 골칫덩어리는 빠르게 이쁨 덩어리로 변했다. 사실 나로서도 너무나 놀라웠다.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말이 씨가 된다’는 말처럼 아이는 반어법이 아니라 실제 내 칭찬과 같은 행동을 하게 되었다. 나 또한 변했다. 그 아이를 계속 칭찬하고 사랑스럽다, 예쁘다 하다 보니 정말 그렇게 여기고 그렇게 행동하게 된 것이다. 그러기를 일 주일 뒤 그 아이가 내게 쪽지 하나를 내밀고 갔다.
“선생님, 사랑해요.”
너무 놀랐다. 칭찬은 고래는 물론 사람도 춤추게 했다. 칭찬을 받는 사람 뿐 아니라 하는 사람도 변하게 했다. 지금 나는 열심히 칭찬거리를 찾는다. 어느새 내 주변 사람들은 문제덩어리들에서 장점 덩어리들로 변해가고 있고 문제덩어리들과 늘 대면하며 우울하고 답답했던 내 마음도 장점 덩어리들과 가깝게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자 행복해졌다. 책의 주인공처럼 나도 우연한 기회에 이 방법을 접하며 우연이 아닌 결과를 갖게 되었다. 참으로 고마운 책이다.

이 글은 '도서관 독후감 쓰기 대회'에 제출했던 글입니다. 
장려상을 받아서 신문에 게재되었던 글 입니다.. ^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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