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처세술, 대인관계 해법의 고전

얼마전 '카네기 처세술'을 읽었습니다.
읽을수록 빠져들게 되었던 책입니다. 책 내용이 궁금해 새벽까지 읽다가 잠들고, 식당에 가서도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찰라에 한 번 더 읽게 되었습니다.
책이 얇은데도, 그 속에 담긴 내용이 아주 뜻 깊고, 한 구절 한 구절 마음에 와 닿아 재빨리 훑어 읽어버릴 수는 없는 책이었습니다. 인상적인 좋은 글귀가 많아 형광펜을 꺼내들고 밑줄을 그어가며 내용을 곱씹어 가며 읽었습니다. 


처세술. 참으로 많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사람이다 보니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데, 가족, 친구, 직장에서 다른 사람과 지낸다는 것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루를 지내며 속상하고 기쁜 일의 원인 대부분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호의에 하루가 행복하기도 하고, 기분 나쁜 말이나 감정다툼에 하루가 불쾌하고 몇 날 며칠이 스트레스로 변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다른 사람을 잘 상대하여 나를 기쁘게 하는 대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옛날의 연금술보다도 더 귀한 마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타인을 잘 상대하려면 중심을 ‘나’에서 ‘상대’로 옮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바라는 것을 주면 대인관계가 쉽고 빠르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예전에는 학원에 어머니들이 오셔서 상담을 할 때,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것들만 이야기 했습니다. 미술 교육이 아이에게 왜 좋은지, 미술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만 늘어놓았습니다.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많은 시간을 들여 목이 쉬도록 이야기를 했어도 아이를 맡기시지 않았던 것입니다. ㅜㅜ

하지만 어머니의 입장에서 말을 하자 문제가 쉽게 해결되었습니다.
아이를 미술전공을 시킬 것이 아니라면 굳이 오랜 기간 학원에 맡기실 필요가 없으며, 기초적인 미술교육만 받더라도 내신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자, 몇 분도 안 걸려 아이를 맡기시고 돌아가셨습니다. ^^

대다수 어머니들은 미술교육의 대의적인 효용성보다는 아이의 성적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어머니를 놓고 뻔한 이야기-미술이 창의력,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 정서발달에 좋다-들을 늘어놓았으니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싶습니다.

결국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닌 어머니들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함으로써 어머니들은 자신이 바라는 얻고, 저 역시 새로운 학생을 얻게 된 것입니다. 


또 하나 크게 배운 것은 상대방을 높이고, 감사하며, 칭찬할 줄 알라는 것이었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한 걸인 할머니가 들어오셔서 식사동냥을 하였습니다.
마음씨 좋은 사장님은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식사를 차려주시더군요. 즉석 손칼국수를 파는 음식점이어서 원래 반찬이 겉절이와 단무지만 있는 곳이라, 김치에 밥 한 숟갈 드시라며 상을 차려주셨습니다.
그러자 걸인 할머니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제가 먹고 있는 상을 쳐다보며 저런 칼국수 국물은 없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밥숟갈을 뜨는 둥 마는 둥 하시며
김치가 맛이 없네. 자신의 처지가 갈 곳이 없고 갑갑하네.”
하는 불평불만만 늘어놓으셨습니다. 그러자 사장님도 국물을 새로 만들어 드릴 수는 없으니 그냥 차려드린 식사를 하고 가시라고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이 책에서 배운 처세술을 할머니가 응용하실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치에 밥을 차려주었을 때 사장님께

정말 고맙습니다. 밥만 한 공기 주셔도 되는데, 이렇게 갓 담은 김치까지 차려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김치 담그시는데 많이 힘드실텐데…”

라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사장님이 드시는 숨겨둔 반찬 한 가지라도 더 꺼내주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고맙다는 인사는 없고 불평불만만 토로하는 걸인 할머니의 태도는 상대로 하여금 ‘얻어먹는 주제에 말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 괘씸할 뿐 무언가를 더 해주고 싶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들지 않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 생각에는 그 집 음식을 트집 잡음으로써 자신이 얻어먹는 처지라도 당당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싶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자신을 낮추시고 더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으시는 것이 할머니께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카네기 처세술을 통해 배운 점이 이 것이었습니다.
나보다 상대를 생각하고 상대에게 맞춰주노라면 가끔 내가 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면 그 것이 진정 이기는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가끔 우리는 진정한 이기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착각할 때가 있습니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순간의 욱하는 감정이나 내가 더 잘났음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에 일을 그르칠 때도 있습니다. 감정은 감정대로 상하고 원하는 결과도 얻지 못해 이중 삼중으로 참담한 결과를 얻고 나서 더 우울해 지는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진정 이기는 것은 말 한마디 양보하고, 욱하는 순간에 한 번 참음으로써 내가 바라는 것을 얻는 것입니다. 말은 상대에게 양보한 것 같고, 상대에게 져주는 것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원하는 것을 얻었다면 승자는 상대방이 아닌 '나' 입니다.


오웬D. 영의

“남의 입장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은,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아는 사람은 자기의 미래에 대하여 걱정할 필요가 없다”

는 말처럼, 상대를 이해하려고 애쓴다면 대인관계의 많은 문제가 사라지고, 그로 인해 더 큰 것을 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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