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일상 심리학 : 많이 먹어도 살 안찌는 사람의 비밀
간혹 많이 먹어도 살 안찌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델 식단에 '야채, 고구마'가 적혀 있는 모델이 있는가 하면, '먹고 싶은대로 먹음. 햄버거도 좋아함' 이라고 쓰여 있는 축복받은 듯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빼빼 마른 연예인들의 경우도 연예인 망언 시리즈가 넘쳐 납니다. 구하라 망언으로 '막 먹어도 살 안찐다거나, 문채원, 제시, 니엘 등등이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찐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저체중이어서, 가끔 이 말을 듣곤 했습니다. 많이 먹는데 살이 안 찐다고...
'너는 많이 먹는데도 살이 안 찐다.'라고 하면 칭찬으로 듣고 넘길 뿐, 왜 그러는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수술 받으면서 진지하게 체중 증가를 고민하면서, 왜 어떤 사람은 먹어도 살이 안 찌는 것인지, 많이 먹어도 살 안찌는 사람들의 특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보통 먹는게 느림 & 꿋꿋하게 먹음
보통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이 어느 정도를 먹는지 잘 모릅니다. 자신과 비슷한 속도로 먹는 사람에 대해서는 잘 지각하지 못하고, 자신과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빨리 먹거나, 자신은 다 먹었는데도 계속 먹고 있으면 '잘 먹는다' 라고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 음식 여러 개를 시켜서 같이 먹었는데 자신은 실컷 먹고 배가 너무 불러서 못 먹겠는데, 누군가 계속 먹고 있다면, '되게 잘 먹는다', '많이 먹는다', '저 사람은 젓가락을 안 내려놓는다' 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자신과 같은 속도로 같은 양을 계속 먹고 있다고 가정을 해 버리는 것이죠.
그런데 보통 많이 먹어도 살 안찐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먹는 속도가 느립니다. 그래서 남들이 피자 4조각을 흡입했을 때, 아직 피자 2조각 째를 손에 들고 계속 먹고 있어요. 그러면 주위 사람이 볼 때는 '진짜 잘 먹는 사람' '계속 먹는 사람'으로 봅니다.
살집이 있거나, 보통체형이더라도 살 빼야 한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의 경우, 이런 식으로 많이 먹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싫어서 남들이 젓가락을 내려 놓을 쯤에 먼저 내려놓으면서 "어휴, 배불러" 라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양이 적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거지요. 그러나 마른 사람들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별로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계속 먹습니다. 꿋꿋하게 배를 채우는 거지요.
사람들이 "쟤는 진짜 많이 먹는데 살이 안 쪄" 라고 하는 사람들은 천천히 계속 먹고, 남들이 안 먹을 때 먹고 있는 것에 개의치 않아서 그렇게 보일 뿐 입니다.
2. 잘 먹는 척 함.
우리나라처럼 살을 죄악취급하는 풍토에서는, 살찐 사람이 뭘 먹었다고 하면 대뜸 " 살 안 빼?" 라거나 "그렇게 먹으니 살찌지" 같은 소리를 듣기 쉽습니다. 그렇다 보니 살찐 사람은 '나 점심도 굶었어' '난 저녁에 아무 것도 안 먹어' '점심으로 사과 한 개 밖에 안 먹었어' 같은 굶었다는 이야기나 거의 안 먹는다는 이야기는 열심히 하지만, 많이 먹은 이야기는 쉬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마른 사람들은 많이 먹었다고 이야기를 해도 주위에서 '살빼' '그렇게 먹으니 살찌지' 같은 소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먹은 이야기를 잘 합니다. 오히려 마른 사람들이 '나 어제 밤에도 삼겹살 구워먹고, 밥 볶아서 먹었는대.' 라거나 '밤에 라면 먹고 잤는데' 같은 말을 하면, '어쩜, 너는 그렇게 먹는데도 살이 안 찌니?' 라면서 감탄하기 때문에, 되레 먹는 것을 과대포장해서 말하기도 합니다. 마치 전교 1등이 '나 공부 하나도 안 했는데..' 라고 하면 훨씬 똑똑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실은 더 중요한 차이도 있습니다. 살찐 사람들은 대체로 잘 먹기 때문에 굶었거나 적게 먹은 것이 특별한 일이라서 말을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 때 빼고는 안 굶으니까요. 반면 마른 사람들은 잘 굶습니다. 굶었어도 자신이 굶었다는 자각이 없거나, 소세지나 주전부리 같은 것 조금 먹고 식사를 때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마른 사람들에게는 굶거나 조금 먹은 것은 '일상적'인 것이라 말할 거리가 못되고, 먹은 것이 특별한 것이라 말할 거리가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보다 기저에 깔려있는 것은, 어릴적부터 잘 안 먹는 것에 대해 부정적 피드백을 많이 받은 것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릴적부터 마른 사람의 경우,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들로부터 안 먹는다고 혼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이 짧다, 깨작댄다, 복 없게 먹는다, 밥 줬다가 뺏고 싶게 먹네, 까탈스럽다, 등등의 이야기들을 많이 듣기 때문에 남들 앞에서는 잘 먹는 척 해야 한다고 학습이 되는 것 입니다. 마른 사람들은 신경이 예민하고, 까칠하다는 인상을 줄까봐 잘 먹고 원만한 사람인 척 하려는 것도 있고요.
3. 밥 한 숟가락도 배부르면 남김
살 안 찌는 사람들의 가장 결정적인 특징일 것 같습니다. 살 안 찌는 사람들은 배가 부르면 밥 한 숟가락도 남깁니다. 어른들이 보시기에 정말 얄미운 행동이죠. "얘, 그냥 한 숟가락 먹어서 치워버리지. 그걸 남기니?" 하는 얄미운 분량이 남았어도, 그냥 남깁니다.
예를 들면, 버터구이 오징어 먹다가 저렇게 한 입거리 남으면 먹어 버릴텐데, 지퍼백에 넣어서 냉장고에 넣을지언정 뱃속에 넣지 않습니다. 먹어도 살 안 찌는 사람들이 '음식을 치운다'는 개념은 먹어 치우는 것이 아니라, 한 점이 남아도 '싸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혹은 '음식물 쓰레기로 버린다' 인 것 같습니다.
살찌는 사람과 살 안찌는 사람이 같이 밥을 먹을 때 나오는 대화 중 가장 흔한 것이 "하나 남았잖아. 먹어 치워." "아냐, 난 이제 그만. 너 먹어." 인 듯 합니다. 그러면 살찌는 사람이 남은 한 점을 먹고 식사가 끝납니다.
간혹 자신이 계속 살찌는 이유가 살 안찌는 사람이 남기는 것을 마지막에 먹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꾸 마지막에 내가 먹으니까 살이 찌는거잖아. 니가 먹어. 빨리 먹고 치우자." 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살 안찌는 사람은 먹는 것이 아니라, "배부르면 남겨." 또는 "안 먹을거면 버려." 라고 반응합니다. '대신 먹겠다', '먹어서 치운다'는 개념 자체가 머릿속에 없는 겁니다.
4. 적게 자주 먹음
살 안찌는 사람 중에 먹을 것을 입에 달고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계속 간식을 먹거나 견과류, 과일, 과자 등을 먹어요. 그러니 주위에서 보기에는 계속 먹는데도 살이 안 찌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살 안찌는 사람들이 먹는 총량을 보면 적게 자주 먹습니다. 3번의 경우처럼 배가 부르면 딱 그만 먹고나서, 배고프면 아무때나 먹습니다. 금방 금방 방전되는 저용량 배터리 같습니다. 금방 충전되고 금방 방전되듯이, 쪼금 먹으면 배가 차고, 쪼금 지나면 배가 고픈 겁니다.
문제는 한국의 아름다운 나눠먹기 문화로 인해서 혼자 안 먹고, 나눠주면서 먹는다는 것 입니다. 살 안찌는 사람은 가뜩이나 조금 먹는데 그나마도 옆사람들을 나눠주고 조금 먹으니 계속 살이 안 찝니다. 그러나 살 찌는 사람은 많이 먹고 살 안찌는 사람이 나눠준 간식까지 얻어 먹기 때문에, 점점 더 찝니다.... 그리고 의아해하죠. 같이 먹는데 왜 쟤는 살이 안 찌고 나만 찌는지...
5. 엉덩이가 가벼움 = 활동량이 많음
마르고 게으른 사람도 있긴 하나, 대체로 마른 사람들이 엉덩이가 좀 가볍습니다. 커피 한 잔 사러 나가거나, 배달되는데도 포장하러 간다거나, 빵 한 개 먹고 싶다고 걸어가서 사온다거나, 뭘 사러 움직이는 일을 귀찮아하지 않습니다.
살찌는 사람과 살 안 찌는 사람이 있으면, 살찌는 사람이 뭘 먹고 싶다라고 말을 꺼내면 살 안찌는 사람이 "그럼 내가 사올테니까 니가 돈 낼래?" 같은 상황이 연출되곤 합니다. 살찌는 사람은 귀찮아서 배달을 시키거나, 돈은 내도 나가기는 싫어하는데, 살 안찌는 사람은 나가는 것을 안 귀찮아 하는 겁니다...... 이러니 사다가 똑같이 먹어도......
살 안 찌는 사람은 별도의 운동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도, 그냥 꼼지락 꼼지락 활동량이 많습니다........
결국 많이 먹어도 살 안찌는 비법 같은 것은 없는 셈 입니다.
살 안찌는 사람의 특징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실제로는 많이 먹지 않고, 엄청 움직이기 때문에 살이 안 찌는 겁니다.
살 안찌는 사람은 많이 먹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아무렇지 않거나, 오히려 많이 먹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즐길(?) 뿐인 겁니다. "안 먹으니 살이 안 찌지" 하는 것보다 "쟤는 진짜 많이 먹는데 살이 안쪄." 라고 하는 편이 뭔가 멋있잖아요. 일부러 잘 먹는 척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타인과 있으면 입맛이 좋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밥 안 먹는 애들도 다른 애들이랑 같이 붙여 놓으면 막 먹는 것처럼요.
다만, 주위에 많이 먹는데 살 안찌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페이스대로 같이 먹다가 살 찔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그 사람이 대사증후군 환자가 아닌 이상, 많이 먹는 것 처럼 보이는 착시이거나, 운동은 안해도 엄청 움직인다는 것을 꼭 기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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