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심리 이야기 : 명절 연휴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이유, 심리적 휴일이 없기 때문?
어제 밤에는 무척 행복했습니다. 오늘부터 5일이나 쉬다니! 이미 점심 이후부터 일이 손에 안 잡히기 시작했고, 저녁시간이 되자 날아갈 듯 했습니다. 제 평생에 연휴에 이렇게 놀 수 있는 상황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이 먹고 결혼을 안 하고 있으니 이런 행운(?)도 찾아오네요.
저희 집이 큰 집인데다가, 제가 꽤 클 때까지 이모할머니까지 모시고 살아서 이모 할머니댁의 제사와 차례까지 챙기느라 명절에 할 일이 엄청나게 많은 집이었습니다. 할머니들은 일은 안 하고 감시감독만 하셨기 때문에 일할 여자라고는 엄마 혼자라서 죽어라 일만 하셨습니다.
조금 크면서 노동력제공이 가능해질 나이부터는 조금씩 거들기 시작했고요. 딱히 제가 직접 일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엄마가 중노동하시는 것을 지켜보는 것, 계속 서성거리며 도울거 없나 신경써야 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상당했습니다. 직장 다니면서는 차라리 명절 전날까지 근무하는게 속 편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명절에 쉬는 친구, 큰집이 아니라서 명절에 쉬거나 어른들 찾아가는 것이 선택인 친구들을 정말 부러워했습니다. 그러나 저희 집이 큰집이 아닌걸로 바뀔 리는 없으니, 차선으로 제사 안지내는 집으로 시집가고 싶다는 꿈을 꿨습니다. 그러나 제사를 거하게 지내지 않는다고 해서 여자가 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내 알게 되었습니다. 며느리라는 존재는 제사를 지내면 제사 음식 준비하고 밥 차리고 설거지하고 후식 차리고 치우고 술상 차리고 치우는 것이고, 제사를 안 지내면 제사 음식은 안해도 밥 차리고 치우고 후식 차리고 치우고 술상차리고 치우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고로 제 평생에 명절에 쉰다거나 여행을 가는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먹도록 결혼을 안하고 있으니, 제가 안 나타나면 지레 '스트레스 받아서 그러나보다' 라며 봐 주셨습니다. 그것을 악용하여 작년부터는 명절에 뒹굴대며 쉬고 있습니다... 노처녀라 명절에 행복해 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연휴전날 vs 연휴 시작
가끔 토요일보다 금요일 밤이 더 좋을 때가 있습니다. 오늘 방탕하게 새벽까지 미드보고 영화보고 놀다가 내일 늘어지게 잘거야! 라며 금요일에 놀 때는 너무 행복한데, 정말로 금요일에 새벽까지 놀다가 잠들어서 토요일에 오후 2시 이렇게 눈뜨면 우울해집니다.
금요일밤 : 실컷 놀고, 주말에 실컷 자야지
토요일 오후 : 정말로 잠만 자고 주말이 다 갔네 ㅠㅠ
이런 변덕이 반복됩니다. 토요일 오후쯤이 되면 주말에 청소나 뭔가 좀 하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주말이 간 것 같아 허전하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오늘도 똑같았습니다. 어제는 조증 상태로 씐이 나서 뒹굴거리며 미드 실컷보고 새벽까지 놀았는데, 눈뜨니 점심이었습니다. 연휴시작이라 행복해하면서 어제 보던 미드 다음 편을 이어서 보며 뒹굴거리고 있었습니다. 뭘 먹을까, 초밥 먹으러 갈까, 이런 궁리를 하면서 점심 먹고 놀다가 잠깐 낮잠자고 일어나니 깜깜했습니다. 시간은 저녁 6시 30분인데 이제는 해가 져서 밤 같았습니다.
그 순간, 불안감이 몰려왔습니다.
'벌써 연휴 하루가 간거야? 내일이 추석이야? 어떻게 하지!'
사실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연휴가 5일이나 되니 뭔가 해야 될 것 같은 마음이 다시 밀려든 것 입니다. 이놈의 뭔가 해야 될 것 같다는 강박과의 싸움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일어나서 평일처럼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블로그 글도 하나 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마치 주말 후유증을 없애기 위해 주말에 일하는 것처럼, 명절 연휴 후유증이 없도록 평소의 저녁처럼 하고 있는 겁니다.
오래전에 강의에서 들었던 심리적 휴일이 없는 증상 그대로 입니다. ㅠㅠ
심리적 휴일, 연휴가 아니라 실제로 쉬었다고 느끼는 날
심리적 휴일은 사람이 실제로 쉬었다고 느끼는 날 이라고 합니다.
연휴 또는 휴가가 있으면 휴가 시작 하루 이틀은 실감이 잘 안 나고, 뭘 해야 될 지 모르거나, 뭔가 해야 될 것 같은 부담감 때문에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연휴나 휴가 끝이 되면 돌아가서 일할 생각에 미리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즉, 연휴라고 해도 연휴 시작 하루 이틀, 연휴 끝 하루 이틀은 심리적으로는 쉰 것 같지 않은 겁니다.
이번처럼 연휴 5일이면, 오늘은 연휴 시작이나 실감이 잘 안나서, 또는 뭔가 해야 될 것 같아서 보내고, 내일은 추석이니 정말 뭔가 좀 해야 될 것 같고, 토요일, 일요일이면 쉬었다가 월요일에 밀린 일 해야 되니 미리 좀 들여다 보고 정리해놓거나, 미리 일을 안하더라도 출근할 생각에 마음이 부담스러워 실제로 쉬는 '심리적 휴일'은 하루 남짓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도 연휴 내내 아무 곳도 안가고 쉬는 사람의 경우일 뿐, 본가 처가, 시댁 친정집 가야 하고, 고향집 다녀오고 하노라면 심리적 휴일은 없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그럼 얼마나 쉬어야 사람이 심리적 휴일이라고 느끼느냐?
연구 결과에서는 2주 정도 쉬게 될 경우, 처음 며칠 실감 안나 얼떨떨하게 보내고, 휴가 끝에 복귀할 생각에 걱정하느라 며칠 보내도 1주일 정도 쉬었다고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매번 연휴 시작되면 어리버리하게 실감도 안 난 채로 하루 이틀 지나고, 그러면 다시 출근할 날이 다가오고, 연휴에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을 때마다 '심리적 휴일'이 떠오르네요.. 강의 들어도 잊어버리는 것이 더 많은데, 심리적 휴일 이야기는 너무 와 닿아서 오래도록 기억이 납니다. 특히 연휴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남아 아까워질 때면, '최소 2주는 쉬어야 쉬었다고 느낀다'라는 것이 떠오르곤 합니다......
심리적 휴일은 없을지라도....
맛난 것 많이 드시고 즐거운 한가위 연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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