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심리 알 것 같은 전원생활
처음 이 곳에 집을 보러 왔을 때, 살고 계시던 분이 고양이 밥을 주고 계셨습니다. 제가 이사와도 계속 주었으면 하는 눈치셨으나 제가 이사온 이후로 밥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밥을 주지 않아도 냥이들은 계속 찾아왔습니다. 마당과 야외 테이블에서 유유자적 일광욕을 하고, 늘어져 낮잠을 자기 일쑤였습니다. 제가 밖에 나가면 옆 집으로 가기도 하고, 때로는 흘깃 본 뒤에 다시 자기도 했습니다.
이 집에 사는 사람이 달라지거나 말거나, 냥이들의 생활에는 별 차이가 없는 듯 했습니다.
몇 달간 본 것은 머리 크고 덩치도 큰 치즈냥이 였습니다. 와서 일광욕하고, 자고 놀다 가는 아이 한 마리 였어요.

그러다 어느날인가부터 테이블에 앉아 교태스럽게 우는 아이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그리고 어느 영하로 내려간 날, 아침에 커텐을 열었다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 추운 날씨에 고양이가 돌돌 만 채로 잔디밭에 있었거든요. 혹시..... 얼어 죽은건가... 살아 있는건가... 싶어 놀란 채로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한참 바라보니, 몸통이 들썩이고, 좀 더 오래 서서 지켜보았더니 자세를 바꾸었습니다.
'살아 있었구나!' 다행이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이 추운 날씨에 허허벌판 잔디밭에서 자고 있다니...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길냥이집을 샀어요. 캣맘 분들이 많으셔서 인지, 길냥이집도 종류별로 많았습니다. 아주 따스해 보이는 패딩집을 사고, 다이소에 가서 담요와 핫팩을 사다 넣어두었습니다.
예전에 냥이를 키운 적이 있어, '상대는 냥이다. 전혀 쓰지 않더라도 슬퍼하지 말자'라고 백 번을 되뇌였습니다. 그리고 집 안에 냥이 밥을 넣어두었습니다. 이렇게 마당에 놀러오는 냥이들 밥을 주기 시작했어요. 전원주택에 살면, 저도 모르게, 어느 순간 캣맘이 되는건가 봅니다....
그러나 상대는 정말 '고양이' 였습니다. 사료는 없어지는데, 냥이들이 먹는 모습은 한 번도 못 보았습니다.
제가 본 것은 냥이 사료를 물까치, 참새가 열심히 먹는 모습 뿐이었습니다.
겨울 보내라고 사 놓은 집에는 온 흔적이 없고, 사료는 새들이 먹고, '그만 할까?' 하다가, 남은 사료나 다 주자 하는 마음에 계속 사료를 두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 추운 날씨에 새들은 어디가서 먹이를 구하나 싶어 누구라도 먹으라고 두었습니다. 새들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니, 참새는 고작 한 두알 먹고 가더라고요. 사소한 사료 한 두알이 새 한 마리를 살리나 싶어 찡해졌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 처음으로 냥이가 사료를 먹는 것을 보았습니다. 집은 바람에 날아가 있고, 냥이는 식사중인데, 그동안 본 치즈냥이 덩치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아니라, 처음 보는 삼색냥이였습니다.

냥이가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자, 신이 나 열심히 사료를 주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시간대가 좀 다른 듯 했습니다. 냥이들은 아무때나 오는데 주로 밤에 와서 먹고, 새들은 이른 아침에 와서 먹습니다. 새들도 낮에도 옵니다. 그래서 요즘은 주로 사료를 오후에 놓아줍니다. 그러면 밤 늦은 시각, 냥이가 와작와작 씹어먹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 때 냥이가 먹는 것을 보고 싶다며 다가가거나, 발소리를 내면 화들짝 놀라 사라지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야 했습니다. (아직 그 정도로 제가 편하진 않은가 봅니다)
그리고 냥이들은 더 편하게 마당에서 놉니다. 그리고 저는 마당냥이를 도촬합니다.



며칠전, 처음으로 터줏대감 같은 뚠뚠하고 덩치 큰 치즈냥이가 사료 먹는 것을 보았어요. 이렇게 보람찰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캣맘이 되는건가 보다...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늘도 사료 그릇이 비어 있으면, 채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