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미생 김대리 소개팅 까인 이유, 여자라서 공감되었던 소개팅녀의 마음
드라마 미생에서 김대리가 소개팅에서 차이는 장면을 보다가 무척 공감을 했습니다. 소개팅녀가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 싫다고 하니 김대리는 먼저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자의 특징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 봅니다. 머리 스타일, 살, 목소리 등등을 다 이야기해 보지만, 소개팅녀가 거절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별로 이기적으로 보이지 않아서 싫다"
라는 것 입니다. 소개팅녀의 거절 이유를 두고 남녀의 반응은 사뭇 달랐습니다.
남자들의 경우 "창의적인 소개팅 까인 이유"라고 하기도 하고, 그냥 김대리 얼굴이 싫은 것인데 다른 이유를 들어 둘러댔다고 보는 입장이 좀 더 많았습니다. 반면 여자들은 소개팅녀의 마음이 어떤지 알 것 같다는 입장이 꽤 많았습니다. 저도 소개팅녀의 마음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특히 미생 김대리 소개팅녀가 이야기한 구체적인 이유에서 더욱 이해가 갔습니다.
"밖에서는 사람 좋다는 소리 듣지만 같이 사는 사람은 답답할 것 같아요.
죄송해요. 저희 아버지가 그런 분이라 어머니가 많이 힘든 걸 보고 자랐거든요.."
라는 말을 들으며 저희 아빠가 오버랩되었습니다.
나름 복에 겨운 소리지만... 저희 아빠도 정말 정말 좋은 분이시거든요.
아빠의 좋은 사람(好人) 일화는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가장 최근의 일 중 하나는, 아빠가 봉사활동을 하러 찾아가셨는데 인기척이 없어 방문을 열어보니 어르신이 쓰러져 계셨다고 합니다. 당장 병원으로 옮겼으나 병원에서는 보호자가 올 때까지 수술을 할 수 없다고, 당장 수술을 한다해도 돌아가실 수도 있기 때문에 병원비를 낼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응급처치를 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아빠는 무슨 용기이셨는지, 아빠가 다 책임지겠다며 사인을 하고 응급시술을 해 달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는 만약 그 분이 돌아가신다 해도 수술비 몇 백 만원은 내셔야 되는데 그래도 괜찮겠냐고 재차 물어봤다고 합니다. 그래도 괜찮다며 수술을 해 달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천만 다행으로 그 분은 깨어 나셨고, 이틀 뒤에 아들에게 연락이 닿아 아들이 보호자가 되기로 했다고 합니다.
참 감동적이고 훈훈한 이야기인데...
이게 딸 입장이 되면, 감동도 감동이지만 힘들 때도 있습니다.
저희 아빠가 자랑스럽고 좋기는 한데, 만에 하나 그 아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 어르신의 수술비 몇 백만원을 고스란히 저희 집에서 부담을 해야 됩니다. 문제는 저희 집이 그런 여윳돈이 있는 집이 아니라서, 또 빚을 냈어야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어르신이 목숨을 건지신 것도 다행이었지만, 아들이 나타났고, 아들이 싸가지 없는 후레자식이 아니라는 점이 더 다행이었습니다. 만약 아들이 며칠만에 연락이 되었어도 배째라고 했으면 저희 집에서 그 어르신 병원비를 부담했어야 할테니까요.
위의 이야기는 그저 최근에 있던 하나의 일화일 뿐, 아빠의 삶 내내가 그런 식 입니다.
'그냥 퍼 주어라, 베풀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라며 그냥 손해를 보십니다. 이제와 생각하니, 아빠는 정말로 손해라거나 희생이라 생각하지 않고 '베풀 수 있었기에 베풀었다' 라고 생각하셔서 행복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마음이 없었기에 속이 상했습니다.
'남 챙길 여력이 있다면 나 필요한 거 하나 더 해주면 좋겠다.'
'남의 일이니까 그 사람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지..'
이런 날이 많았습니다.
아빠는 저도 잘 챙겨주셨고, 학교도 다 다니게 해주셨고, 용돈도 잘 주셨으니... 제가 과욕이라면 과욕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아빠를 둔 딸들은 때때로 못된 남자에 대한 로망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우리 아빠가 이기적이다 싶을 만큼 가족만 좀 챙겼으면 좋겠고 (좁은 범위의 가족, 할머니, 이모 할머니 빼고), 남에게 희생 좀 안 했으면 좋겠고, 제가 억울한 일이 있으면 아빠가 쌍욕을 하면서 남을 혼쭐 내줬으면 좋겠고... 그런 때가 있습니다.
아마도 미생 김대리의 소개팅녀 마음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기적인 남자, 자신을 먼저 챙기는 남자를 찾아서 미생 김대리 같이 좋은 남자를 차 버리고 못된 남자를 만나보면 다시 후회를 합니다. 아빠가 너무 좋은 사람이라 바깥 사람들은 다 우리 아빠가 좋다 하지만 같이 사는 사람들은 좀 힘들었으니, 안 그런 사람을 찾은 것인데...
정확히 여자가 바란 것은 "우리 아빠처럼 착하고 좋은 사람인데, 조금만 가족과 자신을 먼저 챙기면 좋겠다는 것" 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사람보다 여자친구 (아내)를 먼저 챙기고, 아내에게 희생하게 하지 않는 정도의 남자를 원하는 것 입니다. 자기 여자조차 챙기지 않고 자기 자신만 챙기는 이기적인 남자를 원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 좋아하지만 모임은 안 나가고 나랑만 놀아주는 남자' '술을 잘 마시지만 술자리를 싫어하는 남자' 찾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 입니다. 이기적인 남자는 말 그대로 자기부터 챙깁니다. 어떤 상황이 되었을 때, 여자친구부터 챙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부터 챙기기에 이기적인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기 자신이 아니라 여자친구를 챙겨줄 수 있는 남자는 이타적인 남자 입니다. 또한 여자친구를 먼저 챙길 만큼 남을 챙기는 남자는 비단 여자친구에게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그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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