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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월급 1000만원 넘으면 이혼 안한다는 이혼 연구 보고서의 진실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남편 월급 1000만원 넘고 집안일 안 시키면 이혼 안한다는 연구 보고서의 진실

남편 월 소득 1000만원이 넘으면 이혼 확률이 제로에 수렴한다는 이혼에 관한 기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남편의 월급이 1000만원이 넘으면 평생 이혼 위험이 없다면, 재벌과 결혼한 여자들의 이혼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남편 월급이 천만원이 아니라 억 단위 일텐데 그들은 왜 이혼을 했을까요?

남편 월급


기사 내용을 읽다보니 이어지는 내용은 더욱 가관이었습니다. 

남편의 월 근로 소득이 1000만원에 이르면 평생 이혼 위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이나 부인 한쪽에서 가사 노동을 대부분 전담하게 되면 이혼 위험이 3배로 높아진다.
늦게 결혼하는 여성일수록 이혼 위험은 높아졌다.
장인 장모를 모시면 이혼율이 6배 높다.


이 황당한 기사의 출처는 노동연구원의 연구보고서 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원 분들이 저같은 박사 과정 나부랭이가 황당해하며 원문을 찾아보게 만드는 연구 따위를 할리가 없는데, 이상한 마음이 들어 원문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노동연구원 기초 연구 사업으로 "문화적 차이가 이혼에 미치는 영향 - 근로관련 요인의 매개 효과를 중심으로"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한국노동연구원 http://www.kli.re.kr/kli_home/main/main.jsp

문화적차이가 이혼에 미치는 영향


한국 노동연구원에 소개되어 있는 연구 계획안을 보면, 이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부의 차이 (나이차이, 학력차이 같은 것들), 사회경제적 요인 (나이, 학력, 소득, 지위, 자녀수, 주택보유 여부)등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부의 차이나 사회 경제적 요인을 일이나 직장생활 요인이 가운데에서 매개하면 이혼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는 것 입니다. 아마도 노동연구원이기에 단순히 이혼에 미치는 문화적 차이 뿐 아니라 노동 관련 요인을 넣었겠지요. 아래는 제가 그림으로 간단히 그려본 내용입니다.


문화적차이가 이혼에 미치는 영향


연구 계획안을 보면 남편 월급이 1000만원이 넘으면 이혼율이 제로가 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없는 연구 입니다. 연구 계획안을 보니 더 이상하다 싶어 연구 보고서 원문을 찾아 보았습니다.


문화적차이가 이혼에 미치는 영향


안타깝게도 한국노동연구원 사이트에는 연구 개요 및 계획안만 있을 뿐 연구 보고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발간자료, 노동정보, 알림광장, 참여마당, 패널연구 어디에도 해당 연구의 결과 보고서가 안 보입니다.


문화적차이가 이혼에 미치는 영향


한국 노동연구원 전자도서관에도 안 보입니다. 기타 논문 및 연구 보고서 사이트들을 뒤졌지만 아직 연구 결과 보고서는 공유가 안 된 모양입니다. 18일에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고 하는데, 기자분들만 연구보고서 결과를 본 걸까요? 연구 결과 보고서를 보았다면, 원래 연구 취지 및 결과에 대해 정확히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연구 결과 보고서를 보지 않아도 기사가 잘못되었다는 것 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이혼 연구 보고서에 대한 기사가 잘못된 점을 짚어보겠습니다. 


1. 남편의 월 근로 소득이 천만원에 이르면 평생 이혼 위험이 거의 없다?

이 연구의 모형을 커플이 헤어지는 이유에 대입해 봅시다.
커플이 헤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문화적 차이 (종교, 나이, 성격), 사회 경제적 요인 (커플 남녀의 집안 문제, 직업), 직업 환경 (야근 출장 많은지, 근로 시간) 등에 대해 연구를 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남자친구 월급이 천만원만 넘으면 둘이 안 헤어지더라." 라는 황당한 결론이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습니다. "둘의 성격이 비슷하고, 둘의 종교가 똑같고, 소득수준이 비슷하며, 일하는 것이 너무 힘들지 않을 때, 남자의 소득이 천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헤어질 확률이 낮다" 정도가 되겠죠.
어쩌면 연구 대상이 된 4004 커플 중에서 남편 월급 1000만원이 넘는 사람이 없고, 소득이 높은 사람들의 이혼율이 낮아서, 남편 월급이 천만원이 넘으면 이혼율이 낮다라고 오해석 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2. 남편의 근로소득이 증가할수록 이혼율이 낮아지더라?

~할수록 ~ 하더라. 라는 말은 상관 분석 결과 입니다. 남편의 근로 소득과 이혼율이 역상관이 나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상관분석 결과는 둘의 관계가 있다는 것은 밝혀지는데, 원인 관계는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보통 키와 발의 크기도 상관관계가 있는데, 키가 큰 사람이 왜 발이 큰지 명확한 이유를 밝히기는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근로소득과 이혼율이 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돈 문제로 많이 싸우게 되어서 스트레스로 이혼을 많이 하게 되거나, 돈을 못 벌수록 부부의 근로시간이 길어서 대화가 부족해서 이혼을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즉 단순히 남편의 소득이 이혼율을 좌우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3. 가사 노동 분담에 따라 이혼 위험이 3배 높아진다? 

예측을 하고 싶어서 연구를 하는 것이기는 한데, 사실은 예측이 아니라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분석 결과 입니다. 이혼한 부부들 중에서 가사 노동 분담을 안 한 부부의 비율이 가사 노동 분담을 한 부부에 비해 3배 정도 높았다는 거죠. 가사 분담을 한 커플도 이혼을 하기는 하는데, 가사 분담 안 하는 경우에 더 이혼을 많이 하더라. 정도가 되겠습니다.


4. 부부간의 문화적 차이는 가사분담 불공평을 높여 이혼 위험을 키운다. 단, 40년 넘게 살면 영향이 없다?

부부 간의 차이(성장 환경, 종교, 나이 차이, 부부의 학력 차이 등)는 가정 내 가사분담 불공평성을 높여 이혼 위험이 커지도록 영향을 주는데, 단, 부부가 함께 산 지 40년이 지나면 영향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40년 이상 해로한 부부의 숫자가 몇 명이었을지 중요할 것 같습니다. 40년 이상 해로했다면 최소 60세 이후에 이혼한 분들인데, 조사 대상 중에 60세 이후 (서른에 결혼했다면 70이후에 이혼한 분들)의 비율이 너무 적어서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을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원래 연구를 할 때 다른 강력한 요인이 있으면 소소한 요인들은 영향이 없다고 나오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예를 들어, 퇴사 이유 중에 상사와의 갈등, 쥐꼬리 월급이 엄청나게 큰 이유였다면, 동료가 몇 번 짜증나게 했던 정도는 묻히는 것과 같습니다.


5. 시부모를 모시는 것과 달리 장인, 장모와 함께 사는 경우는 부부만 사는 경우보다 이혼 위험이 6배나 높았다.

이렇게 보면 시부모 모시는 것은 괜찮고, 장인 장모를 모시고 살면 이혼할 가능성이 6배나 높은 것처럼 들립니다. 문장이 참 애매한데, 부부만 사는 경우 보다 장인 장모 모시고 사는 부부의 이혼율이 높다는 소리인지, 부부만 사는 경우 < 시부모 함께 사는 경우 < 장인 장모와 사는 경우의 순으로 이혼율이 나뉜다는 것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6. 남성의 경우 나이 먹어 결혼하면 이혼 덜 한다? 1~5살 나이차이 부부가 이혼 많이 한다? 

"남편의 결혼 연령이 25살이라면 20살인 경우에 비해 이혼 위험이 3분의1로 떨어지고, 부인의 결혼 연령이 40살이라면 30살인 경우보다 이혼 위험은 5배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나이 먹어 결혼한 남자는 이혼 안하고 잘 사는데, 나이 먹어 결혼한 여자는 이혼할 확률이 높다는 소리죠. 여기에서 애매한 단어가 "이혼 위험"인데, 이걸 어떻게 측정했다는 것인지 애매합니다. 이혼할 마음이 있는 것을 측정한 것인지, 이혼한 부부들의 특성을 보니 그랬다는 말인지 불분명합니다.
부부의 나이 차이의 경우, "이혼한 부부 중 동갑인 경우는 10%(결혼할 때 동갑 비율은 14%)에 불과했지만 1~5살 차이는 60%, 6~10세는 25%를 차지했다. 단, 나이 차가 10살 이상인 이들의 비중은 10% 미만이었다."라고 합니다.
60%라는 숫자를 보면 1~5살 사이는 결혼하면 안 될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앞의 단서를 보면, 결혼할 당시 동갑 비율은 14%인데 그 중에서 10%가 이혼했단 말이라면, 동갑이 이혼 위험이 제일 높다는 소리가 됩니다. 그리고 나이 차가 10살 이상 나는 이들의 '비중'이 10% 미만이라는 말은 이혼한 사람들 중에 나이 차이가 10살 이상 나는 사람이 적었다는 말일 수도 있으나, 애초에 나이 차이 10살 넘는데 결혼하는 사람 자체가 적은 것인지 애매합니다.


결론

남편이 돈 많이 벌어오고 여자에게 집안 일 안 시키면 이혼 안 한다. 즉, 남자가 능력있으면 된다는 뉘앙스의 연구 보고는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저 연구 보고서의 목적은 흥미 위주의 이혼한 사람의 특성을 분석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 직업환경이 이혼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살펴본 연구인 것 같은데 기사는 흥미 위주로 뽑아진 듯 합니다. 연구 결과가 이슈가 된 점은 기쁠 수도 있으나, 연구 결과가 와전되어 관심을 끄는 점은 연구자로서 무척 속상한 상황이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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