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친구 아들이 있는데, 걔는 공부도 잘하고, 잘 생기고, 말도 잘듣고, 인기도 많고, 운동도 잘하고......" 로 이어지는 메들리의 주인공들로, 자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비교대상입니다. 줄여서 '엄친아, 엄친딸'로 일컬어지는 이들인데, 이들은 매 순간에 지표가 되면서 스트레스를 줍니다. 학창시절에는 나보다 좋은 대학에 가서, 취업할 쯔음에는 더 좋은 직장에 가서, 결혼할 쯔음에는 더 좋은 결혼상대를 데리고 와서 신경쓰이게 하는 존재들입니다. 부모님들이 일부러 자녀에게 자극이 되라고 '엄친아(엄마친구 아들)''엄친딸(엄마친구딸)'을 거론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부러워서, 또는 그 아이가 좋게 보여서 칭찬 한마디 해주시려고 이야기를 꺼내신 것이 듣는 자녀를 우울하게 만듭니다. 이 엄친아(엄친딸)은 연애와 결혼에서도 사람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연애에도 걸림돌이 되는 엄친아
"OO이 알지? 왜 엄마 친구 아들 있잖아...
걔네 집에 놀러갔다가 여자친구 데리고 왔다고 해서 봤는데, 부러워서 혼났다.
연예인 닮게 예쁜데다가 그 여자애네 집도 아주 잘 산다더라. 거기에다가 대학도 이대나오고, 지금 약사라나? 며느리는 그런 애를 얻어야 되는데..... 넌 어디 만나는 애 없니? 누굴 만나려면 그런 앨 만나야 된다..."
"................................."
"환갑잔치라고 해서 갔는데, 아들 딸이 전부 애인들을 데려왔더라.
그런데 어찌나 인물들이 좋던지... 하나같이 늘씬늘씬 키가 큰게 모델 같은거야. 원래 그 집 애들도 인물이 좋은데다가 짝도 비슷한 애를 데려왔나봐. 이 집 애는 삼성 다니는데, 그 애인은 엘지라지? 딸은 은행다니고, 사위자리도 직업이 굉장히 좋다던데.. 그 날 보니까 차가 외제차던데... "
"................................."
"누구네 집 딸이 이번에 결혼을 하는데... 어찌나 좋아보이던지....
시댁에서 그런 며느리를 얻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고 혼수는 일절 안 받는다고 한다는구나.. 거기에다가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예비며느리만 보면 예뻐서 어쩔 줄 몰라한다더라. 그래서 시아버지가 며느리한테 차 사주고, 시어머니가 다이아 팔찌를 사줬댄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뭐를 더 해줄까 난리랜다."
"................................."
듣는 자녀 입장에서는 껄끄럽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녀가 기분나쁘라고 그러시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님들은 자신의 자녀가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 생각하십니다. 부모님도 눈이 있기에 솔직히 내 자녀가 이런 면은 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어도, 부족한 면은 아주 축소해서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괜찮은 면은 아~주 아~주 확대해서 생각하십니다. 그래서 자기 자녀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여기십니다. 설령 자녀 앞에서는 구박을 하고 "너 땜에 못산다!"고 하셔도, 남들 앞에서는 어깨에 힘 잔뜩 주시고 세상에서 자기 자녀가 제일 잘 생기고, 제일 똑똑하고, 제일 좋다고 하시는 것이 부모님들 이십니다. (부모님들의 자녀자랑 배틀 듣노라면 세상 모든 자녀들은 미남미녀에 우등생에 효자효녀라는....)
그렇다 보니 부모님들이 저런 말씀을 하시는 것은, 정말 부러워서 그러신 것도 있고, '내 자식도 엄친아(엄친딸)에 비해 하나도 부족한 것이 없는데 왜 그렇게 안될까' 싶은 생각에 하시는 말씀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부모님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고, 제일 뛰어나고, 제일 착한 아들 딸이어도, 남의 눈에 볼 때는 부족함 투성이일 수 있습니다. 애인이 절대 안 생기는 외모요건이 충분한 경우도 있고, 아무리 착하다 해도 직업이 시원치 않아서 이성에게 인기가 없을 수도 있고, 부모님께는 착하고 좋은 아들(딸)이어도 애인에게는 줏대없이 보여 결혼상대로는 꽝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부모님 눈에만 최고라는..ㅠㅠ)
자녀의 현실과 상관없이 엄친아(엄친딸)들을 보시면서 '너도 그 애보다 못한 것이 하나도 없으니,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지." 라고 바라는 기대치는 참 부담스럽습니다.
이런 기대치들은 솔로들의 솔로탈출을 어렵게 만듭니다.
딱히 자신이 고집하는 이상형은 없다해도 이미 엄친아(엄친딸)의 애인을 기준으로 형성된 최소기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들이 "난 바라는거 없다. 그저 니가 좋아하는 사람이면 나도 좋다." 라고 하셔도 부모님이 뭘 바라시는지 말 안해도 알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의 주변지인들에게 자랑하실만한 사람이면 최고일테고, 자랑거리가 안되도 빠지지는 않는 정도 수준이어야 좋을 것이고, 남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사람을 데리고 온다면 실망하실 것이 불보듯 뻔 합니다.
이런 기준을 생각하다보면 연애의 시작 자체가 어렵습니다.
엄친아(엄친딸)의 연인으로 늘 등장하는 '외모도 좋고, 집안도 좋고, 성격도 좋고, 본인 능력도 학력도 좋은 완벽한 상대'는 이미 애인이 있는 경우가 많고, 애인이 없다해도 비슷하게 완벽한 사람을 좋아할 뿐, 부모님 눈에만 최고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ㅜㅜ
완벽한 사람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더라도, 뭐 하나라도 걸리는 조건이 있으면, 좋아하는 감정이 있어도 스스로 자체검열을 해서 접어버리기도 합니다. "저 사람은 학교때문에 부모님이 싫어하실거 같아.." "우리 엄마가 여자키는 160은 넘어야 되고, 170은 넘으면 안된다고 했는데..." "아빠가 남자 군대는 OO를 꼭 나와야 한다고 했는데..." 하는 말씀이 걸려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시작도 못해보는 것 입니다.
너무나 환상으로 가득찬 이상형을 바라는 것도 연애를 어렵게 하지만, '최소한 이 정도의 상대는 되어야...'라고 하는 최소기준치와 조건들이야 말로 연애를 어렵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부모님들이 말씀하시는 괜찮은 상대나 주위에서 보기에 그럴싸한 상대라는 것은 결점이 하나도 없는 완전무결한 사람이 아니라, 아쉬운 점이 있어도 그보다 장점이 더 많아서 종합해보면 아주 괜찮은 사람을 이야기했던 것 일 겁니다.
가령 부모님이 며느리감의 키가 너무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해도, 키는 크지만 성격이나 다른 면들이 모두 마음에 드신다면 좋아하실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장남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도 장남이면서 너무 좋은 사람이라면 좋아하실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바랬던 것과는 좀 다른 며느리(사위)라 해도, 자녀가 혼자 늙어가는 것보다는 좋아하실 겁니다.
사실 부모님이 이야기하시는 엄친아(엄친딸)의 러브스토리도 각색된 것일뿐,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원래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는지도 모릅니다.
"OO이 알지? 왜 엄마 친구 아들 있잖아...
걔네 집에 놀러갔다가 여자친구 데리고 왔다고 해서 봤는데, (좀 아닌 면도 있지만) 부러워서 혼났다.
(애가 너무 조그맣고 뚱뚱해서 그렇지 얼굴은) 연예인 닮게 예쁜데다가 그 여자애네 집도 아주 잘 산다더라(확인된 바는 없는데 친구 자랑질에 의하면..그러나 뭐하는 집인지 알게 뭐야). 거기에다가 대학도 이대나오고, 지금 약사라나 (약사 될라고 시험 준비한댔나? 취업이 됐다나, 아니라나.. )? 며느리는 그런 애를 얻어야 되는데..... (그 정도도 나쁘지는 않지..) 넌 어디 만나는 애 없니?"
각색된 이야기를 전해듣다보니 완벽해보이는 것일 뿐 입니다. 반대로 그 상대방에게는 내 얘기 역시 각색되어 엄친아(엄친딸)의 사례로 전해질지도 모릅니다.
엄친아(엄친딸)의 사례는 이미 그쪽 부모님이 안 좋은 이야기는 한 번 거르고 과장을 보태어 하신 이야기를 우리 부모님이 다시 한 번 각색해서 들려주시는 것이라, 현실에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게 각색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두가지 결점만 있어도 "부모님이 싫어하실 듯.." "주위에서 어떻게 볼지.." 하는 생각에 부담감을 갖을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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