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읽을거리 즐기기 : 군대이야기, 남자를 알고싶은 여자의 필수도서
남자분들도 여자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 지 난감하다고 하지만, 여자들도 비슷합니다.
이럴 때 남자분과 쉽게 화제로 삼을 수 있는 것이 군대이야기 입니다. 말수가 없는 분들도 군생활에 대해서 만큼은 하실 이야기들이 한가득인지, 군대 이야기를 살짝 꺼내면 신이나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곤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이야기하시는 분이 말주변이 있어서 재미있게 군대이야기를 풀어가 주시면 좋으련만, 알 수 없는 군대 전문용어를 남발하며 고생고생한 이야기만 주구장창 늘어놓기 시작하면 듣는 여자들은 지칩니다. (☞ 왜 여자들이 군대얘기를 싫어한다고 할까?)
군대 이야기가 재미있으려면, 말하는 분이 감동과 유머를 섞어 이야기를 잘 풀어내 주거나, 여자분이 군대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초상식이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군대에 대해 너무나 모르는 여자가 "군장이 뭐야~? @_@" "행군은 뭐하는건데? @_@" 하며 하나하나 물어볼 때, 한 두 번은 귀엽지만 나중에는 말하는 남자도 짜증을 냅니다. 짜증내는 것을 느끼면 그 뒤로 모르는 단어들이 나와도 묻지 않고 잘 듣는 척 하고 있으면, 가뜩이나 못 알아듣는 군대이야기가 더 재미없어 집니다. 그래서 결국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의 영예의 1위로 군대이야기가 꼽히게 되어 버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츠님의 군대이야기는 달랐습니다.
우선 군대용어도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써주셔서 저처럼 군대용어에 익숙치 않은 사람도 아무 문제없이 군대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고, 군에서 겪은 힘들고 슬픈 이야기들조차 유쾌 발랄하게 풀어내어 읽는 사람이 즐거워졌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가츠님의 이야기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번에 악랄가츠님의 군대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가츠님의 이야기가 워낙 재미있어서 책으로 엮인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고 싶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책도 재미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가츠님의 포스팅을 빠짐없이 다 읽었기 때문에, 모두 읽은 이야기일 지도 몰라서 다시 읽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읽었던 이야기라 해도, 모니터로 보는 것과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는 것이 우선 다르고, 그동안 가츠님이 들려주시는대로 시간순서 관계없이 이야기를 읽었는데, 책에서는 입대-이병-일병-상병-병장-제대의 시간순서대로 읽으니 이야기가 더 감동적으로 와 닿습니다. 인터넷에서 읽을 때는 가츠님께서 상, 하편으로 나눠 올리셔서 감질맛 났던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읽으니 더 속시원하기도 하고, 블로그 포스팅에서는 좀 더 재미가 위주가 되었다면, 책에서는 보다 가슴뭉클해지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책은 감동만 있고, 인터넷만큼 재미가 없느냐?
그건 아닙니다. 책 속에서도 가츠님의 쾌활하고 재치넘치는 문체는 계속됩니다. 책이지만 맞춤법과 표준어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여전히 생생히 군대의 이야기들을 살아있는 말로 전달해 줍니다. 간간히 인터넷 용어도 다시 등장하는데, 책이다 보니 인터넷 용어들에는 간략한 설명이 붙어있는 것이 더 재미있습니다.
OTL (철퍼덕, 졌다!)
이 부분 보고 혼자 쓰러졌습니다. 이런 용어의 재미 뿐 아니라 빵빵터지게 만들며 모니터에 뿜게 만들던 가츠님의 유머감각은 책에서도 빛납니다. 자기전에 조금 읽고 자려다가 그대로 끝까지 다 읽게 되었는데, 새벽이라 웃음소리 크게 안 내려고 "쿡쿡쿡" 거리며 웃다가 결국 빵 터져서 미친듯이 웃은 것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게다가 웃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애와 전우애를 느끼게 되는 순간에는 가슴 짠해지면서 코끝이 시큰해집니다. 주위에서 보면, 혼자 웃고 울고 생쇼를 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독자의 입장에서는 한 권의 책으로 실컷 웃고, 실컷 가슴 뭉클해질 수 있다는 것이 참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인터넷 애독자였던 사람들은 또 다른 즐거움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읽은 내용과 책을 비교하는 재미입니다. 책에서 더 이야기되는 부분도 있고, 생략되는 부분도 있는데, 생략된 내용의 경우에는 "이거 이 다음 내용도 있는데... (난 알고 있지..ㅋ)" 하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하루 하루 무슨 이야기가 올라올 지 기다리며 보는 것도 재미가 있지만, 종이책으로 보니 확실히 더 편합니다. 클릭하고 드래그할 필요없이 뒹굴대면서 볼 수 있고, 이야기가 한데 묶여 있으니 정리도 잘 되고, 더 와 닿습니다. 책으로 출간된 이야기들 외에도 가츠님의 사는 이야기도 재미있고, 책에 수록되지 않은 재미난 군대이야기도 많아서 2편이 출간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가 너무나 재미있기도 하지만, 여자들은 잘 모르는 남자들만의 세상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된다는 장점도 컸습니다. 한 토막씩 듣는 군대 영웅담이 아니라, 실제 생활하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읽다보니 군생활이 어떤 것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은 더 와 닿습니다. 군생활 하던 남자분들 마음도 이해하게 되고, 군인에 대한 감사함도 크게 느끼게 됩니다. 군대이야기에 대해 많이 알게 된 덕분에 남자분들과 군대이야기 할 때 같이 신나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장점입니다.
남자분에게는, 지나온 군 생활을 유쾌하게 추억하는 책으로, 앞으로 갈 군생활을 예습하는 책으로 읽어보실 책인 것 같고, 여자분들에게는, 남자분들을 좀 더 이해하고 친해질 수 있는 발판이 되는 책인 것 같습니다.
[10년 후 다시 읽어도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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