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테이크아웃하다...
연애를 테이크아웃하다? 연애와 커피? 어떤 내용일까 무척 궁금했습니다. 예전에 좋아하는 커피와 그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은근히 닮아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이 책도 좋아하는 커피와 닮은 사랑을 이야기하는 걸까요?
아니었습니다. 7가지 다른 커피를 테마로 이야기가 엮여 있지만, 사랑에 대한 가볍고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이 아니라, 각각의 커피 맛을 살포시 떠올릴 수 있는 인생의 한 잔 커피같은 시간조각들을 엮은 책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애인이 생긴다, 저런 옷을 입어라, 뭘해라.. 하는 부담스러운 충고로 (제가 라라윈의 연애질에 대한 고찰에서 주제넘는 조언을 할 때가 종종있어 찔립니다.....^^;;)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책도 아니고, 저자의 화려한 연애경력에 동질감을 못 느끼겠어서 덮게 되는 책도 아니었습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애서적이 아니라, 연애에 대한 추억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만들어 주는 한 편의 시집같은 책이었습니다.
한 장에 있는 글자는 몇 줄 안 됩니다.
그냥 활자만을 읽자면 한 시간도 안 걸려 뚝딱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내용들이 120%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아 행간을 읽으며 사색에 잠기게 됩니다.
우선, 이 책은 세상을 보는 시각이 조금 색다릅니다.
가령 베르테르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그렇습니다.
"너를 사랑하니까 너를 위해 죽겠어."라는 결심은 착란에 가까운 충동.
그러니까 네가 아니라 그런 강렬한 사랑에 빠진 나 자신에게 취한 결과다.
그러니까 네가 아니라 그런 강렬한 사랑에 빠진 나 자신에게 취한 결과다.
정말 애인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닌데 너무 사랑해서 죽는다는 것은 정말 상대를 사랑하기보다 목숨도 내던지며 사랑할 수 있는 자신에게 빠져버린 것 같습니다... 이런 저자의 다른 시각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다른 매력은, 저자도 우리와 비슷한 일상을 살며 비슷한 것을 느끼기에 무한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청와대 모처의 어떤 분이 테크토닉을 추는 장면만큼이나 마주치고 싶지 않은 건
결코 존경할 수 없는 사람에게 훈계를 들어야 하는 순간이다.
결코 존경할 수 없는 사람에게 훈계를 들어야 하는 순간이다.
비유가 재미있기도 하거니와, 어찌나 공감이 되는지....
마지막으로 좋았던 점은, 연애의 여러 가지 맛을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가 가득한 점이었습니다.
기다림은 또 한 사람의 수줍은 아가씨를 집념의 아줌마로 발효시킨다.
남자의 연락을 기다리는 여자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짧은 한 줄이 왜 이리 와 닿는지....
이 책에 소개되는 연애는 생크림과 초코시럽 잔뜩 들어간 달달한 커피같은 맛은 아닙니다. 조금은 씁쓰름하고, 담백한 커피의 맛입니다. 연애에 대한 핑크빛 환상과 설레임보다 담담하게 지난 연애를 되돌아 보게 하고, 앞으로 어떤 연애를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부분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미쩍지근한 뒷맛이 남는 커피가 아닌 풍미가 좋으면서 맛은 깔끔한 커피같습니다. 독설은 아닌데, 명쾌한 비유들이 속시원한 맛이 있습니다.
마음에 와 닿는 문장들이 많아서 책 한 장 한 장을 넘길때마다 책갈피를 꽂아두고 싶고, 한 구절을 수첩에 옮겨적어두고 싶었던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제법 시원스런 글자크기와 넓직하게 남은 여백에도 불구하고 꽤 오랜시간이 걸려야 다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연애를 위한 실전 비법서를 원하시는 분께는 적합하지 않지만, 지난 사랑을 정리하고, 지금 사랑을 생각하고, 다가올 사랑을 준비할 사람에게 너무나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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