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의 일상생활: 신기한 아줌마들의 대화방식
제가 낄 자리도 아니고, 수다에 동참하고 싶지도 않아서 가만히 듣고 있다보면 무척 재미있습니다. 아주 신기하게 대화가 오갑니다.
"우리 애는 깨를 정말 좋아해. 우리 라라윈은 깨를 좋아해서, 모든 음식에 다 깨를 뿌려서 먹어."
"우리 현주는 콩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볶아 놓으면 그냥 한 움큼씩 집어 먹는다니까요."
"우리 라라윈은 깨를 정말 좋아해."
"우리 현주는 콩을 정말 좋아해."
......
뭔가 신기한 대화법입니다.
서로 자기 얘기만 하는데, 대화는 진행이 됩니다.
그나마 공통점이 있을 때는 좀 덜한데, 신기하게도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도 대화가 가능합니다. +_+
아줌마1: "우리 남편이 이번에 모임에서 회장을 맡았잖아. 그래서 옷도 좀 신경쓰고 해야 되는데 말이야."
아줌마2: "우리 애가 이번에 취직을 했잖아. 그래서 엄마 쓰라고 용돈을 주는거야."
아줌마3: "나 어제 전시회 갔다 왔다."
1: "그래서 어제 옷을 사러 갔거든. 봄정장 한 벌 새로 사려고."
2: "용돈 주길래 그냥 너 쓰라고 했지."
3: "그 뭐냐, 프랑스 명화인데, 너무 좋더라고."
1: "봄정장이.."
2: "그래도 엄마 쓰라길래 받아서 백화점 갈려고."
3: "전시회도 한 번씩 가면 참 좋아."
세 명이 얘기하면 세 명이 제 각각 이야기를 하십니다.
대화 내용을 안 듣고 얼굴 표정만 보면, 완전 즐겁습니다. 서로 이야기가 오가며 꺄르르 넘어가십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나게 하시나 하고 귀 기울여 들어보면, 세 명이 얘기하는데 세 명 다 자기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냥 순서에 맞게 한 명이 이야기하면 다음에 다른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자기 이야기에 자기가 재미있어서 꺌꺌대다보니 남 보기에는 무척 즐거운 대화 같아 보입니다.
가만히 보니 서로의 이야기는 전혀 듣고 있지 않은데, (각자 자기 얘기만 하고 계시는..ㅡㅡ;;) 상대가 듣거나 말거나 그런 것에는 크게 개의치 않으시는 듯 합니다. (대인배.)
그리고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하거나 상관없이 자신이 시작한 이야기를 마치는 꿋꿋함도 가지고 계십니다. 이야기 꺼냈는데 상대방 때문에 씹혀서 기분 상할 일은 없으실 듯 합니다.
더 신기한 것은 이렇게 자기 이야기만 하시고도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상대방 이야기를 기억하신다는 것 입니다.
"그 누구 아줌마네 애는 취직해서 엄마 쓰라고 용돈을 줬다고 자랑을 하더라. 됐다고 해도 자꾸 줘서 백화점 가서 옷을 샀대."
(옷 샀다는 이야기는 안하시던데... 백화점 간다고만 하시던데 어느새 한단계 발전)
"그 누구네는 남편이 이번에 회장이 되서, 옷을 산다고 난리야. 그냥 평소대로 입으면 되지, 뭐 모임 회장이랍시고 옷까지 산담."
이런 식 입니다.
+_+
오오.... 자기 할 말만 하시고는 어떻게 다 기억하시는지....
정말 신기한 대화방식입니다.
이 대화방식은 몇 명이 모여도 가능한 것인지, 각기 다른 주제로 네 명이상 저렇게 대화하시는 진풍경도 보았습니다. 각기 자기 얘기만 하고 기억은 또 하고... 볼수록 놀랍습니다.
혹시 트위터가 이런 아줌마들의 신기한 대화방식을 따라한 걸까요?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만 틈틈히 계속 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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