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갈라 The Ballet, 발레리나 강수진이 고국에 주는 선물

기대에 마지않던 강수진 갈라 <The Ballet>를 보고 왔습니다.
다른 곳에 들러서 가야해서, 늦을까봐 좀 일찍 서둘렀더니 2시간 전에 도착해서 두근두근 대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이번 강수진 갈라<The Ballet>는 정말 강수진 선생님이 말한 그대로였습니다.
발레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름은 들어봤을 법하고 자주 공연되는 너무 클래식한 발레도 아니고, 그렇다고 관객을 괴롭히는 난해한 현대 발레도 아닌 작품들로 구성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웃음이 터지도록 위트있는 안무와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곡들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어, 발레를 모르는 사람도 아무런 부담없이 몰입할 수 있게 해 주는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Suite No.2 (스위트 No. 2)
강수진 선생님의 한국 초연작이라고 합니다. 현대적인 안무로 단순하고 경쾌하고, 재미있습니다.
마레인 라데마케르와 제이슨 레일리가 함께 하는 부분은 관객들로부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초반부터 발레의 어려움에 잔뜩 긴장해 있을 관객들을 위한 배려였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Affi (에피)
자유로운 음악에 마레인 라데마케르의 빠른 손동작에 눈이 현란했습니다.
자유를 꿈꾸며 정상을 향해 노력하는 무용수의 삶을 그린 영화 (아.. 제목이 생각이 안나요...ㅜㅜ) 한 편을 압축해서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My way (마이 웨이)
아주 오랜만에 무대에 서신다는 이반 카발라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익숙한 멜로디에 중후한 안무가 매력적이었습니다.

Vapour Plains (베이퍼 플레인즈)
슈투트 가르트 최신작이자 한국 초연작으로, 공연전부터 관심이 쏠렸던 작품입니다.
제이슨 레일리가 강수진 샘을 5분 여간 들어올린 상태로 있는다는 놀라운 상황에서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보통은 발레리나를 들어올려도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어올리고 있는 상태로 공연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위험하기도 하고 힘도 들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작품일 지 기대가 컸습니다.
딱 두 주인공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한 폭의 좁은 배경 아래, 두 주연은 숨을 멎게 만들었습니다. 이 작품을 보는 동안 어떻게 숨을 쉬었는 지 기억도 안 날 지경입니다..


눈 깜짝할 사이 끝나버린 1부가 너무 아쉬워서 꼼짝않고 앉아 2부를 기다렸습니다. 다시 프로그램을 정독하면서 이제서야 프로그램에 쓰여있던 모든 말들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1부 동안 오지 않아서 시야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앞좌석의 커플이 나타났습니다. 이런 .. ㅡㅡ;; 커플이 세트로 앉은 키가 우월합니다. 게다가 남자분은 닭벼슬처럼 머리까지 세웠습니다. 분명 좌석에 높이 차이가 있는데, 앉은 키가 너무 큽니다.. ㅜㅜ


Sach(사치)
슬픈 환경 속에 2부 공연이 시작되었고, 서호주 예술단의 발레가 이어졌습니다.
흑... ㅜㅜ 앞자리 때문에 몸을 흔들며 공연을 봤더니 집중이 안 됩니다.. ㅜㅜ

Nuages (구름)
17년만에 다시 만난 강수진 샘과 이반 카발라리의 공연입니다. +_+
두 분이 함께 첫 주역을 맡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만난 뒤에 17년 만이라고 합니다. 놀랍게도 한 순간에 사람을 빨아들이는 이 공연이 시작되자, 앞자리의 우월한 앉은 키도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고, 투시능력같은 것이 생기면서 무대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작품의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구름 위를 노니는 듯한 선남선녀의 모습은 시선을 앗아갔습니다.

Ballet 101 (발레 101)
제이슨 레일리의 독무로, 무척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고전발레의 기본 동작 101가지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발레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보도 제공함과 동시에 너무 재미있어서 예술의 전당을 꽉 메운 관중들을 빵 터지게 만들었습니다.


The lady of Camellias (까멜리아 레이디)
행복한 순간이 정말 손가락 사이로 빠르게 사라지는 금모래처럼 가고, 오늘의 마지막 작품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까멜리아 레이디는 1999년 강수진에게 최고 무용수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전막이 공연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이라이트로 강렬한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랑, 행복, 애절함.... 아... 어떻게 그냥 느끼게 만드는지 놀라웠습니다.



이 문구는 누가 지은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며, 정말 저 말에 1000% 공감하는 공연이었습니다.
숨이 멎을듯, 아름답습니다. 2시간 동안 제가 숨은 어떻게 쉬었는지, 숨을 안 쉬고도 괜찮았는 지 신기할 지경입니다. 보는 순간 숨을 딱 멎게 만들고, 동공을 확장시켜주는 경이로운 아름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다르다는 것은 어떤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술에서도 대가는 터치 하나부터 다르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마찬가지로 정말 손동작 하나부터 다릅니다. 그냥 강수진이라는 이유 때문에 머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멀리서 강수진인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등장을 해도,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순간적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전율을 느끼게 만듭니다. 노래를 너무 잘하는 사람이 눈 앞에서 노래하는 것을 보면 소름이 쫙 돋는 전율이랄까요. 몸이 먼저 반응하는 그냥 손 짓 하나, 아주 작은 움직임 하나까지 예술이었습니다. 


두 시간의 공연이 끝나고도, 3부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에 자리를 뜰 수가 없었습니다.
제발 조금만, 단 한 곡만이라도 더 보여주셨으면 하는 간절함이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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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벅차오르고, 감동이 추르려 지지 않아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강수진 선생님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정말 감사합니다.....
강수진 선생님이 고국에 이런 귀한 선물을 자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처럼, 강수진 선생님에게는 영원히 늙지 않을 수 있는 아름다움을 내려주면 좋겠습니다.


와~ 이 글이 구글 메인에 소개되었어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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