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유부남 만나는 미혼녀의 착각, 와이프가 못생기고 대화 안 통한다?
오래 전 농담으로 '유부남은 유난히 부담없는 남자'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처음의 뜻은 이미 결혼해서 임자가 있는 몸이라 남녀 간의 오해의 소지가 적어 편한 대상이라는 뜻이었으나, 어느 순간 유난히 부담없이 만나기 좋은 남자로 여기는 분들도 많아진 듯 합니다. 특히 회사 내에서 만나는 분들의 경우, 대놓고 오피스 와이프라며 회사 마누라를 자처하기도 합니다. (- 오피스 와이프 & 허즈번드, 실제 애인보다 더 가까워?)
유부남을 만나는 미혼녀 심리는 뭔지 들여다 보니, 유부남의 와이프를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자신은 예쁘고 세련된 미혼녀인데, 유부남의 와이프는 집에서 푹 퍼진 아줌마라 못생기고 뚱뚱하고 이야기도 안 통하는 여자일거라고 보는 듯 했습니다. 외모도 볼품없는데다, 사회 생활에 대해 잘 몰라 대화도 안 통하고 바가지나 긁으니까 남자가 이러는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약간 과장 보태면 유부남의 와이프를 뽀글이 빠마에 몸빼 바지 입고 다니는 아줌마 정도로 여기는 듯 합니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화장기 없는 얼굴에 푹 퍼져서 축 늘어진 볼품없는 외모, 대충 걸쳐입은 옷 등을 예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미혼녀가 탐낼 만한 유부남의 와이프는...
미혼녀가 탐낼만한 유부남은 찌질하거나 완전 촌스러운 아자씨 같은 남자가 아닙니다. 별 볼 일 없는 유부남이 미혼녀에게 관심을 보이면 개 정색 할겁니다. 미혼녀에 비해 돈도 잘 벌고, 직위도 좀 있어서 미혼녀를 끌어 줄 수도 있고, 이야기도 잘 통하고, 미혼녀가 뭘 바라는지 잘 맞춰주는 세련된 남자를 좋아하지요.
중요한 포인트는 그 남자가 어떻게 결혼하고 그런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가 입니다.
패션 센스로도 주목을 받으신 특검 대변인 이규철 변호사가 하신 말씀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난 옷걸이다. 그냥 아내가 걸어주는 대로 입고 온다."
유부남이 옷 잘입고, 외모 관리를 잘 하는 경우, 와이프의 센스일 가능성이 큽니다. 매너 좋고, 여자 마음을 잘 알아주는 것도 와이프와 함께 살며 훈련된 것일 가능성이 크고요. 즉, 그 정도의 남자를 만들어 낸 와이프라면, 상당히 세련되고 매력적인 여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미혼녀들이 탐낼만한 남자의 와이프 분들을 보면 (저렴하게 표현해서)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운동하고 관리해서 날씬하고 몸매 좋고, 피부 좋고, 세련되게 잘 꾸미는 분들이 많아요. 남편이 돈 잘 벌어오니 문화생활에 힘쓰며 책 많이 읽으시고 좋은 모임, 좋은 활동 많이 하셔서 교양이 넘치시는 분들도 많고요. 미혼녀가 직장생활에 찌들어 있을 때, 그 분들은 자기 관리 하십니다.
맞벌이인 경우도 멋진 와이프 분들이 많습니다. 보통 끼리 끼리 만나기 때문에, 미혼녀가 탐낼만한 유부남의 와이프는 비슷한 수준의 직업을 가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미혼녀보다 직장생활 오래하고 사회에 대해 잘 알아서, 남편의 애환을 너무나 잘 이해해주는 아내 입니다. 와이프가 남편 일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흔한 미혼녀의 착각처럼 '남자 사회생활 하는거 이해 못하고 말 안 통하는 여자'가 아닙니다.
아주 단순한 유유상종의 법칙만 떠올려 봐도, 괜찮은 유부남의 와이프는 괜찮은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런데 왜 미혼녀는 유부남의 와이프가 자신보다 못 할거라고 얕잡아 보는걸까요......?
아줌마는 당연히 미혼녀보다 못생겼다는 편견
저희 엄마 세대에는 결혼하면 '아줌마'가 되었습니다. 임신하고 아이 키우면서 아이가 머리 쥐어뜯고, 머리 숱이 빠져도 관리하기도 힘드니까 찰랑대던 긴 머리를 싹뚝 자르고 뽀글뽀글 아줌마 파마를 하면서 아줌마 스타일로 변신했습니다. 외모관리를 포기하셨죠. 긴 머리 찰랑거리며 하이힐 신고 다니면 아가씨, 뽀글이 파마에 홈웨어 같은거 입고 있으면 아줌마라 구분이 쉬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누가 아가씨이고 아줌마인지 구분이 잘 안 됩니다. 본인이 결혼했다고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결혼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수두룩 합니다. 결혼해도 스타일 좋고 예쁜 분들이 많고, 결혼 안 했어도 관리 안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딱히 아가씨는 무조건 아줌마보다 예쁘다고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현실은 이렇지만, 유부남의 와이프 외모를 띄엄띄엄하게 얕보게 되는 이유는 남자분들의 겸손한 발언 탓인 것 같습니다.
아내 이야기를 할 때 대체로 "뭐, 처녀때야 봐줄만 했지만, 이젠 아줌마죠. 뭐 ㅎㅎㅎ" "이젠 늙어서 ㅎㅎㅎ" 이런 식으로 겸손하게 말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우리 마누라는 아줌만데.... ㅇㅇ씨가 훨씬 예쁘지. 아가씬데..." 이러신다고 믿으시면 안 됩니다. 아저씨가 되면서 접대멘트력이 상승하셔서 그냥 하는 소리일 뿐 입니다.
아줌마들은 드세다는 편견
'결혼이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라며 아내에게 쥐어 사는 남편들의 사연이 넘쳐 납니다. 결혼했더니 마우스 하나 자기 마음대로 사지 못해서 "죄송한데, 사은품이라고 붙여서 배송해주세요." 같은 말을 남기고,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와이프 허락을 받기 위해 쩔쩔 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와이프란 남자의 월급을 약탈한 뒤 나가서 돈 벌어오라고 채찍질하는 악마 같이 느껴집니다.
이 역시 실상을 뜯어 보면, 진짜로 와이프가 사납거나 무서워서가 아니라 장난 삼아 '마눌님의 허락을 득하였습니다' 이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마눌님이 허락해주셔서 질렀음, 마눌님이 하사하셨음, 이러면서 재미있어 합니다. 일종의 역할놀이 같은 것이었습니다. 착한 척처럼, 가련한 남편 코스프레라고 할까요..... 현실은 마눌님이고 뭐고 거침없이 카드 쭉쭉 잘 긋고 다니시더라는....
예쁘고 안 예쁜 것도 결혼 여부보다 원래 외모와 스타일이 중요하듯, 사납고 드센 것도 원래 성격 그대로 갑니다. 원래 순둥이 성격은 결혼해도 순둥이고, 원래 드센 분들은 결혼해도 드센 것 뿐 입니다.
그럼에도 유부남들이 드센 아줌마 캐릭터를 울궈먹는 이유는 바람피우는데 유리한 스토리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결혼하고 너무 불행하다, 집에 가도 맞아주는 사람이 없다, 와이프는 억세다, 집에 가면 숨이 막히지만 널 만나면 살 것 같다.' 이런 스토리 좋잖아요.
미혼녀 입장에서는 순둥이 와이프에게서 좋은 남자를 뺏는다는 죄책감 대신, 포악한 아내로부터 불쌍한 영혼을 구원해준다는 정의감 같은 것도 느낄 수 있고요.
아줌마는 매력 없다는 편견
미혼녀들의 착각을 공고히 하는데는, 자유연애주의자인 남자분들의 발언이 큰 역할을 합니다.
"결혼하셨잖아요. 부인은 어쩌시고요?"
"그게 왜? 결혼은 제도적인 문제고 ㅎㅎㅎㅎㅎ 결혼하면 아내는 그냥 동거인일 뿐이야."
"와이프는 어쩌시고요?"
"이런 건 여자랑 해야 좋은거지. 와이프는 여자가 아니지. 그냥 와이프지. ㅎㅎㅎㅎ"
이런 식으로 아내와는 의무적인 관계일 뿐, 연애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분들이 계십니다. 주로 미혼녀가 만나게 되는 껄떡대는 유부남은 이런 분들이 꽤 많습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미혼녀에게 껄떡대는 거겠죠....)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아내와는 무미건조한 관계이며, 아내는 여자가 아니고, 아내에게는 별 감정이 없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다보면 대다수의 유부남들이 그런 듯한 착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여자의 매력을 따지시는 분들이 결혼 전에는 안 따지셨을까요...? 그러시는 분들 와이프 보면, 자유연애주의자가 결혼하고 싶어했을 만한 매력적인 분들이 많습니다.
매력적인 아내를 두고도 딴 짓을 하는 유부남이 나쁜 놈인데, 그런 분들이 조장하는 '와이프에 대한 편견'에 속아 넘어가 유부남의 와이프를 얕잡아 보면 곤란합니다. 벌써 수 십년 된 '아줌마는 못생기고 뚱뚱하고 대화도 안 통하고 억세다'는 정보를 업데이트 할 때가 되었습니다. 요즘 아줌마들 안 그래요. 미혼녀가 사귀고 싶을만한 매력적인 유부남이라면, 끼리끼리 만나서 그 분의 아내도 매력적일거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 오피스 와이프 & 허즈번드, 실제 애인보다 더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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