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추억 되새김질: 광고 천재 이제석의 국립현대미술관 공사중 광고 & 경복궁 현대미술관 최근
얼마전 경향신문의 70주년 기념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사진을 보고 그냥 신문 깔고 식사를 한 줄 알았습니다. 신문 내용도 가려져있고, 라면 떨어진 것들도 그렇고요. 그런데 경향신문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정말로 이대로 인쇄가 된 것이었습니다.
경향신문 70주년 종이신문 1면
기사와 별개로 "오늘 알바 일당은 4만 9천원, 김영란법은 딴 세상 얘기. 내게도 내일이 있을까?" 라는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이 기발한 경향신문의 70주년 기념 신문의 1면은 흔히 광고천재 이제석이라고 불리는 그분, 이제석 광고 디자이너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제석! 이름을 듣자 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그분의 작품 중 자주 보았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사중 광고가 그리워져 사진첩을 뒤졌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사중 광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관하기 전.. 담벼락만 봐도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지금껏 본 중에 가장 재미있는 공사판 가림막이었습니다.
어떤 각도에서 봐도 절묘한 모나리자 누드입니다. 벌거벗은 미술관, 아직 짓고 있는 알몸 상태를 의미한 것일까요? 볼때마다 참 재미났습니다. 이 앞을 자주 지나다녀서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었는데, 어떻게 찍어도 절묘합니다.
경복궁 현대미술관 최근, 마당의 세월호가 연상되는 작품
정작 개관 후에 가보지를 못했습니다. 모처럼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에 들르려고 주차장 입구로 차를 들이미는 순간 경비원 아저씨가 뛰어오셨습니다. 티켓팅이 끝나서 들어갈 수 없다고 알려주셔서... 꽝! 다음기회에... 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 뒤로 또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겉만 봤을 뿐이고, 최근에는 이 근처를 지나지도 않아 현대미술관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택시를 타고 지나가는데, 국립현대미술관 마당 한 가운데에 설치된 작품에 가슴이 쿵...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뒤집힌 낡은 배가 보이는 순간 세월호가 떠올랐습니다. 택시를 타고 지나면서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한 장 찍어두고 돌아와서 이 작품에 대해 찾아봤습니다.
사진 및 관련기사 : [서울신문]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건축가' 당선작, 신형철 '템플'
이 작품은 신형철 작가님의 '템플'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을 구상하고 설계할 당시는 세월호와는 관계가 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현대미술답게 작품을 보면서 무엇을 느끼는가는 관객 몫이라고 여지를 남겨두었습니다.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세월호를 떠올리거나, 명상하고 위로받고 떠올리는 것은 관객 자유라고...
무료한 일상에 경향신문 70주년 1면으로 툭 재미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삭막한 공사현장을 재미난 곳으로 바꿔주고, 휑한 공간일 뿐이었던 곳에 뒤집한 폐선 앞부분으로 가슴에 먹먹한 감정을 던져주고...
예술은 이래서 예술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