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생각거리: 알파고 다음 모델은 영드 휴먼스 인간로봇일까?
알파고와 이세돌 9단 대결이 뉴스를 뒤덮고 있습니다. 기계의 인공지능이 세계에서 바둑을 제일 잘 두는 사람을 이길 정도라는 것에 충격과 공포를 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바둑을 둘 줄 모르나, 바둑 고수의 해설은 "이세돌 9단이 실수한 것이 전혀 없는데, 알파고가 이겼다. 그래서 더 무섭다."고 합니다. 놀랍기도 하고 기계가 벌써(?) 이 정도를 해낸다면 알파고 다음 상황, 머지않은 미래는 어떻게 될것인가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큽니다. 이미 기계화로 인해 일자리를 왕창 뺏긴 적이 있던 인간은 그나마 남아있는 일자리도 뺏길거라는 부정적 예측도 있고,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있으며 기계 발달로 인해 오히려 인간은 인간다움을 찾을 수 있을거라는 긍정적 예측도 있습니다. 알파고 다음 미래의 상황이 어떨까를 상상해보았으나, 저의 빈곤한 상상력으로는 새로운 것은 안 떠오르고 영드 휴먼스만 떠올랐습니다.
영드 휴먼스, 미래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인간로봇
영드 휴먼스는 인간로봇이 등장하는 드라마 입니다. 인간로봇이 등장한 영화나 드라마는 휴먼스가 아니어도 많았는데, 휴먼스는 구체적이어서 조금 더 와 닿았습니다.
포장되어 있는 인간로봇을 구입한 뒤에, 턱 밑의 전원장치를 켜면 동작합니다. 턱 밑의 전원을 끄면 꺼지고요. 정말 상품처럼 인간로봇을 팔 때 사용설명서도 들어있고, 기능 실행 방법들도 있고, 고장나면 고치도록 피부 키트 (인간로봇 피부 찢어지면 고치는 보조 피부)도 주고, 충전기도 있습니다. 하루 종일 쓰다가 밤에는 휴대폰 꽂아놓듯이 옆구리에 전원을 꽂아서 충전을 합니다. 인공지능 인간 로봇이기 때문에 사람이 배터리를 꽂아줘야 하는 것은 아니고, 배터리가 모자라다 싶으면 자기가 알아서 충전을 합니다. 한 달간 시험사용 해보고 반품도 가능합니다. 만약 근 시일 내에 인간로봇이 출시된다면, 휴먼스에 나온 사용법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인간로봇은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가정부로서 요리, 운전, 아이들 바래다주기, 아이들 데려오기, 아이보기도 할 수 있고, 간호 기능을 장착하여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용량의 약을 가져다주고 물리치료를 해주는 로봇도 있고, 말 동무를 해주는 로봇도 있습니다. 이 인간로봇들은 성인모드를 활성화 시키면 성관계도 가능합니다. 로봇이다 보니 "여기가 주인님의 스팟이었습니다. 저는 정확한 각도로 정확하게 하였습니다." 같은 잠자리에 걸맞지 않은 기계적인 소리를 하기는 하나, 자신에게 무심한 배우자보다 인간로봇에게 더 애착을 가지는 사람도 여럿 등장합니다. 사람은 쉽게 짜증내고 싫증도 내는데, 인간 로봇은 한결같은 관심(?)을 주기에 외로운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 입니다.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 외에도 인간로봇은 체력적인 강점도 있습니다. 아이가 위험할 때 빠른 속도와 놀라운 힘으로 아이를 안고 피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도 아이가 위험할 때 몸을 날리겠지만, 육아로봇은 부모보다도 빠른 반응속도로 아이를 구하고, 로봇도 별로 안 다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람은 쉽게 다치기 때문에 아이를 교통사고에서 구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가 부모가 다치는 서글픈 일이 있으나, 육아로봇은 교통사고에서 아이를 구하다가 피부가 찢어지면 처음 구입할 때 딸려온 키트로 수리해주면 됩니다. 만약 육아로봇이 부서지더라도 새로 사겠지요......
인간과 로봇의 차이는 뭘까?
영드 휴먼스를 보노라면, 인간과 로봇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래픽이 아니라 사람인 배우들이 연기를 하니까 외형이 사람과 똑같습니다. 말투나 행동의 미묘한 차이가 우선 있고, 다른 차이는 성능이 뛰어다나는 것 입니다. 알파고가 이세돌 뺨치게 바둑을 잘 두듯이, 육아로봇은 엄마 아빠보다 아이를 잘보고, 가정부 로봇은 요리사보다 요리를 잘하고, 운전도 잘 합니다. 과로로 인한 졸음 운전도 없고, 부주의해서 교통사고가 날 위험도 없습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실수와 위험상황이 기계에게는 없습니다. 잠깐 한눈을 팔아 사건사고가 날 일도 없습니다.
정서안정성 면에서도 뛰어납니다. 변덕스럽게 좋아하던 사람을 싫어하지도 않고, 무관심해져서 서운하게 하지도 않습니다. 한 번 입력해두면 평생 주인이 좋아하는 것들을 기억하여 챙겨주고, 함께 했던 일들을 왜곡없이 기억합니다.
할머니를 먼저 보낸 할아버지는 '기억' 때문에 고장난 인간로봇을 폐기하지 못합니다. 자신은 나이가 들고 아프면서 계속 기억을 잃어가지만, 인간로봇은 자신과 아내가 함께 했던 시절을 생생하게 기억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폐 인간로봇 수거를 하러 오면, 전원을 끄고 숨겨두면서 버팁니다. 이 경우는 로봇이 동반자이자 왜곡없는 기억 저장소의 역할을 합니다.
이쯤되면 많은 상황에서 기계가 인간보다 나아 보입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인간과 로봇의 차이는 무엇이고, 인간이 로봇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휴먼스에서는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답으로 내놓았습니다. 인간로봇은 감정을 느낄 수 없어 '공감'을 할 수 없고, 온전한 '이해'를 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노트북이 내가 입력한 것을 저장해두고 실행하듯이 인간로봇도 사람의 명령 없이 무엇을 하지 못하는 수동적 존재일 뿐 입니다. 그러나 천재 과학자이자 초창기 인간로봇 개발자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해 냅니다. 사랑을 느낄 수 있고, 분노나 두려움도 느낄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 낸 것 입니다. 즉 '감정'을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로봇과 인간의 결정적 차이라고 본 것 같았습니다.
인간에게 감정이라는 것이 있어서 온갖 문제가 생기지만, 최근의 무서운 사회문제는 감정을 못 느끼는 것 같아 보이는 인간들로 인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이 '감정'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러나 정말로 감정이 인간과 로봇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차이가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드라마 볼 때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잘 만든 드라마라 재미있게 보았을 뿐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알파고를 보니 이제는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잠깐 옆길, 그래서 휴먼스 시즌2 방영일은?
잠깐 차 한 잔 마시면서 생각해 본다고 해서,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세상에서 인간이 로봇보다 나은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되나' 하는 문제가 해결될 리 없습니다.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그나저나 휴먼스 시즌2는 언제 하나?"하는 쉬운 질문으로 갔습니다.
영드나 미드 방영일 확인할 때 제일 좋은 방법은 제작사나 방송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영드 휴먼스는 영국에서 촬영하고 영국 배우들이 등장했으나 채널4와 AMC 합작 드라마라고 합니다. 우선 AMC 영드 휴먼스 홈페이지부터 찾아보았습니다.
영드 휴먼스 홈페이지 http://www.amc.com/shows/humans/
휴먼스 시즌2 떡밥과 주인공 젬마 챈 (셜록 덕후들에게는 셜록 시즌1 2화의 수린양으로 알고 있는 그 분) 이야기 등이 있으나, 휴먼스 시즌2의 대략적인 방영일조차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HBO 같은 방송사는 날짜까지는 아니어도, 몇 월에 돌아온다는 정도는 알려주던데 여긴 없네요. 그래서 채널4 홈페이지도 들어가 보았는데, 여기에는 자료가 더 적습니다. 인기 드라마라 시즌2도 나온다는 기사 달랑 하나 입니다. 기사를 보니 채널4 20년 역사상 가장 높은 평균 시청률을 보인 것이 휴먼스 였다고 합니다. 평균 480만(4.8million)명이 보았다고 하네요. AMC는 워킹데드나 다른 인기드라마가 있어서 어떨지 모르겠으나, 채널4에서는 휴먼스가 역대 최고 인기 드라마인가 봅니다. 그런데 홈페이지에 정보가 없어요. 역대 최고 인기 드라마라며....
대신 채널4에 들어가니 휴먼스 다시보기(http://www.channel4.com/humans/)는 있습니다.
AMC와 채널4 두 군데를 다 뒤져도 휴먼스 시즌2 방영일은 찾지 못하고, 작년에 휴먼스 시즌1은 6월 28일에 시작되었으니 올해도 그 무렵에 시작하겠거니 하는 추론으로 홈페이지 덕질은 마쳤습니다.
셜록에 이어 영드(?) 왕좌의 게임, 휴먼스를 보노라니 영국드라마의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영드의 장점은 딱딱하고 고급진 영국 발음 청취와 짧은 시즌 입니다. 셜록은 한 시즌에 고작 3화 밖에 안 되고 (대신 한 편에 1시간 30분), 왕좌의게임은 한 시즌에 10화, 휴먼스도 1시즌에 8화 밖에 안 됩니다. NCIS 같은 미드는 한 시즌에 22~24화 정도 하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 짧습니다. 한 시즌이 짧으니까 질질 끄는 것 없이 담백하게 팍팍 전개되고, 조금 더 구성이 탄탄한 인상을 줍니다. 3편, 또는 8편 이내에 충분히 이야기를 끌어가지 못하면 다음 시즌 제작은 없을테니까요... 알파고 다음은 휴먼스의 인간로봇 같은 것이 아닐까 하다가, 휴먼스 시즌2 방영일은 언제냐며 옆길로 샜네요.
마무리, 미래상상화 속의 2000년과 현실
국민학교 다닐 때는 2000년도가 되면, 이렇게 살 줄 알았습니다. 학교도 안가고 회사도 안 가고 집에서 원격 업무 하고, 학교를 가더라도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준비한 뒤에 버튼을 누르면 텔레포트되거나 모노레일 같은 것으로 바로 학교까지 이동될 줄 알았어요. 당연히 살림은 로봇이 할 줄 알았고요. 그러나 2000년이 아니라 2016년이 되었어도 여전히 저는 걸어서, 차를 타고 학교가고 회사가고 있고, 원격근무는 개뿔, 전통의 얼굴 마주보고 근무하고 있고, 살림은 제가 합니다. 식기세척기가 설거지를 도와주고 있지만 애벌 설거지와 그릇정리는 제가 해야 되고, 세탁기가 빨래를 하지만 분류와 널기, 접기는 제가 해야 되고요.
로봇이 번거로운 일을 대신해주고 인간은 창의적 업무만 하는 세상과는 아직은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알파고와 이세돌9단의 바둑 대결을 보면서도, 노가다는 인간이 하고 (알파고 프로그램 코딩하고 짜느라 얼마나 많은 개발자를 갈아 넣었을지...) 창의적인 일은 기계가 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언제쯤 살림을 로봇이 해주고 저는 책 읽고 우아하게 차 마시고 글이나 끄적이는 세상이 올까요? 혹시 그런 세상이 오더라도 자동차를 굴리려면 열심히 벌어서 자동차에 바쳐야 하듯, 저보다 뛰어난 인간로봇을 모시려면 열심히 벌어서 로봇 유지비로 엄청 쏟아부어야 되는건 아닐까요...?
알파고 덕분에 없는 상상력을 쥐어짜며, 오랜만에 미래에 대해 상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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