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여자친구의 명품백 선물 논란, 최대의 피해자는 누구일까?
라는 이야기를 필두로, 여자들이 남자친구에게 명품백을 선물해 달라고 졸라 힘들다는 이야기가 우스개 소리에서 점점 기정사실화 되고 있습니다.
방송의 개그소재로 사용되고, 케이블 채널의 자극적 소재로 사용되는 것도 모자라, 마몽드에서는 광고 소재로도 사용이 되었습니다. 핫 아이콘 소녀시대 유리가 명품백을 사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남친을 사귄다." 라는 얼토당토 않은 광고까지 제작이 되어 하루 만에 내려가긴 했지만 방송을 타긴 탔습니다.
이러한 광고까지 제작이 되자, 여자친구의 명품백 선물 논란은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일부 남자들은 여자들이 다 그러니까 여자친구 명품백 논란이 방송에 나오는 것 아니냐며 일반화 시켰고, 일부 여자들은 남자친구에게 명품백을 받아본 적도 요구해 본 적도 없는데 마치 모든 여자들이 그런다는 식의 호도에 어이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여자들은 남자에게 명품백을 바란다" 라는 어디서 비롯된지 알 수 없지만, 널리 퍼져있는 명품백 논란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벌써 몇 년이 된 일 입니다. 저도 2년 전에 (2010/03/12 - 왜 여자는 명품을 좋아한다고 할까?) 명품백 논란에 관한 글을 썼던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는 남자친구에게 명품가방 선물을 받은 적이 있는 여자가 극히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그 뒤로도 명품백 논란이 끊이지 않길래, 정말로 제가 궁금해서 비공식 설문조사를 했었습니다. 실제로 남자친구에게 명품백을 받은 여자가 얼마나 되는지.
실제로 남자친구에게 명품백을 선물 받은 적이 있는 여자의 비율은?
1. 부유층
집이 꽤 잘 사는 편이라서 어머니도 아버지도 명품을 쓰시고, 외국 다녀오며 명품백, 명품 지갑을 사주는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은 명품가방을 명품이라 느끼지도 않습니다. 그 친구들은 자연스러운 생활용품 중 한가지가 남들이 말하는 명품이고, 그런 친구들이 사귀는 남자는 대체로 끼리끼리 놀아서 인지 남자 역시 생활수준이 비슷했습니다. 그냥 자신이 즐겨쓰고, 여자친구가 평소 쓰는 것을 사주는 것이 명품인 상황.
2. 평균이상 연봉 직장인
집이 원래 명품쯤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는 집안은 아니었으나,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명품에 눈 뜬 계층입니다. 일찌감치 자기 사업을 시작해서 돈을 좀 잘 버는 친구들, 대기업에 취업해서 연차가 좀 된 친구들은 소득이 어느 정도 되어서 명품 가방 몇 개 쯤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 남자친구 역시 비슷한 연봉 또는 여자보다 조금 더 높은 연봉을 받는 직장인이기 때문에 할부로 명품백을 사주기도 했습니다.
부담이 되긴 하겠지만, 큰 맘먹고 컴퓨터나 카메라 지르듯이 한번쯤 선물해 줄 수는 있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직장인 3~4년차 이상인 남자친구를 사귀는 경우. 명품 가방을 받아본 적이 있다는 친구들이 꽤 있었습니다.
3. 박봉 직장인
명품백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경우가 절대적이었습니다. 자신의 월급 몇 개월치에 달하는 가방을 들고 다닌다는 자체가 과소비이자 불필요한 일이라는 생각도 컸고, 그 돈이면 다른 실용적인 것을 사달라고 하겠다는 실용주의자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소득으로 구분해 보자면, 여자의 소득과 남자의 소득이 어느 정도 상관이 있습니다.
신데렐라와 왕자의 만남은 현실에서는 거의 없어요. ㅡㅡ; 여자는 거지인데 남자가 명품가방 펑펑 사주는 경우는 희귀했습니다. 그보다는 이미 여자가 명품 가방을 쓰고 있기 때문에, 여자친구가 쓰는 가방을 선물해 주려다 보니 명품 가방을 사주게 되는 경우가 많아 보였습니다.
생활수준과 상관없는 가치관
또한 생활 형편이나 소득의 문제 뿐 아니라, 가치관에 따라 명품 가방에 무관심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살수 있는 여력은 있지만 굳이 왜 남들 다 들고 다니는 것을 똑같이 들고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명품가방을 사는 가치보다 다른 소비에 가치를 더 높이 두는 경우는 명품 가방에 열광하는 것을 조금은 천박하게 보는 경향까지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이런 스타일은 연봉의 고저와 관계없이 명품 브랜드에 관심 자체도 없고, 본인이 이런 스타일의 여자의 경우 남자친구 또한 유사한 가치관을 가진 남자를 만나서, 명품가방을 선물받은 경험이 없었습니다.
즉, 정리하자면
1. 모든 여자가 명품 가방을 좋아한다는 가정 자체가 오류
2. 명품가방을 좋아하는 여자 중, 남자친구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경우에만 선물받음.
(여자의 경제력과도 관련이 있음. 여자가 기존에 명품가방을 쓰던 경우에, 선물받은 경험이 많음)
고로, 남자친구에게 명품 가방 선물 받아본 여자가 적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여자의 명품백 선물, 논란이 되는 이유
1. 여자친구가 있으나 명품가방을 사주지 않은 남자
2. 여자친구가 없는 남자
1번의 경우 여자친구가 명품가방을 사달라 조르지도 않고 관심도 없으면, 여자친구 명품백 논란에 신경꺼도 됩니다. 2번은 사줄 사람도 없으니 신경꺼도 되는 것이구요.
그러나 여자친구 명품백 논란의 주역은 바로 이 두 유형의 남자입니다.
여자친구가 있으나 아직 명품가방을 사주지 않은 남자의 경우, 상대적 박탈감과 자격지심을 느낍니다.
누군들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 100만원짜리, 아니 1000만원짜리인들 안 해주고 싶겠습니까. 능력이 된다면 지하철에서 시달리는 피곤해하는 여자친구에게 차라도 한 대 사주고 싶고, 남들 다 있다는 명품백 하나 사주고 싶고, 남자친구 마음도 부모님 마음처럼 다 해주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현실이 안 받쳐주니, 이놈의 세상에 울분이 터지는 것 입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상반기 비농 전산업의 상용근로자 5인 이상 규모 사업체 전체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2,723,000원이고, 규모별로는 상용근로자 5~300인 미만 사업체의 임금총액은 2,525,000원이며, 300인 이상 사업체는 3,520,000원이라고 합니다.
고로 한달 월급 받아서 이 쬐간한 샤넬백 하나도 못 산단 이야기 입니다.
이 쬐그만 백 하나가 사이즈에 따라 380만원에서 600만원을 호가합니다.
(어차피 서민 사라고 만든 백이 아니므로, 미친 가격이라 열폭할 필요도 없음. ㅠㅠ)
그러니 직장생활 하는 남자라 해도, 명품가방 명품가방해서 여자친구 하나 사줄까 싶어 검색해보면 월급을 훌쩍 뛰어넘는 (미친듯한) 가격에 놀라, 내 여자친구도 남들 다 들고다닌다는 명품백 하나 사주고팠던 마음이 울분으로 변합니다. 더욱이 명품백은 노트북이나 카메라처럼 하나 사주면 그것으로 오래 오래 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방이라 이 것 저 것 바꿔들어야 되기 때문에 하나 가지고 해결되지도 않을 것 같다는 점이 황망함을 가중시킵니다.
여자친구가 없는 경우, 여자를 잘 모르겠기에 이러한 이야기들이 더 압박으로 느껴집니다.
실제로 여자친구를 사귀어 보면 명품에 관심없고, 명품 가방 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는 여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여자들 전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여자들은 다 명품백을 바란다." "명품백 하나쯤은 사줘야 된다."는 정보는 연애를 하기도 전에 질려버리게 만듭니다.
그렇다고 독신으로 남고 싶지도 않으니, 미친 세상에 열이 받아 한마디 안 할 수가 없는 것 입니다.
남자 솔로의 연령층에 따라 반응이 확연히 갈라지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30대 이상의 고소득 남자 솔로의 경우, 여자의 명품백 논란을 정보로 받아들입니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명품백을 사주면 쉽게 사귈 수 있겠구나.. 라고. ㅡㅡ;
반면 20대 초반의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은 이런 이야기가 절망적입니다. 알바 죽어라고 해도 대학등록금은 고사하고 생활비도 빠듯한데, 명품백이 웬말입니까. 그런데 인터넷 게시판에 보면 "20대 여자들 명품백 하나씩은 있잖아?" "남친이 명품백 하나씩은 사주잖아?" 이런 것을 보면, 시작도 하기 전에 GG.
아직 솔로인 남자에게는 명품백이 연애의 요구조건처럼 보여지기에 반감과 분노를 일으킵니다.
이런 어이없는 요구조건에 대한 분노는 한국 여자가 개념이 없어서 그런다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혐오로 변하기도 하고, 돈 없으면 연애도 할 수 없는 더러운 세상에 대한 분노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ㅠㅠ
여자 명품가방 논란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
결국 여자 명품가방 논란의 최대 피해자는 명품백을 쉽사리 사기 어려운 소득계층의 남자가 됩니다. ㅠㅠ
고소득층은 명품백 논란과 상관이 없고, 차상위 계층은 고소득층처럼 여유로이 소비하지는 못하더라도 특별한 날 한번 정도 지를 수는 있기에, 명품백 하나 못 사준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는 않습니다. 설령 명품백을 안 사주었다 하더라도 '안' 사준 것이지 '못' 사준 것은 아니니까요.
온전하게 이 논란의 피해는 명품가방을 '못' 사주는 남자의 부담으로 전가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남자들이 생각지도 못하는 또 하나의 피해자 계층이 있습니다.
바로 명품백 선물을 '못' 받아본 여자 입니다.
"남자친구 사귀면 남자가 할부로라도 명품백 하나쯤은 다 사준다." "남친이 있는데 명품백 하나 없어?" "명품백을 갖는 쉬운 방법 : 남친을 사귄다." 이런 이야기를 자꾸 들으면, 여자도 그게 사실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첫 만남에서 남자는 여자가 맘에 들면 돈을 다 낸다는 것처럼 (그것이 바람직한지 여부와 관계없는 사실) 남자들이 여자 사귀면 대부분 명품가방 하나쯤은 사준다더라 하는 것이 사실처럼 느껴지는 것 입니다.
고로 받아야 되는 것을 못 받은 것 같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져서, 남자친구에게 가방 하나 선물받지 못한 것이 바보같이 느껴집니다. ㅡ,,ㅡ;
여자친구가 명품백을 사달라고 했다는 것이나 여자가 명품백을 바란다는 것을 문제제기 하고자 하는 의도는, "그러지 말자" 라는 것이었겠지만, 상황은 어이없게도 명품백을 몰랐던 사람들이 왜려 "그렇게 명품백 선물해 주는 사람이 많아?" 라는 부작용을 낫고 있는 것 입니다. 실제로 그동안은 명품가방을 선물하지 않았던 남자도 여친에게 명품 가방 하나쯤 사줬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여자친구 명품 가방 하나 선물해 주려고 하는데 뭐가 좋을까요?" 라는 질문이 급증했고, 남자친구에게 명품백 하나 받은 것이 더 당당하게 자랑거리가 되는 상황도 빚어졌습니다.
남자친구에게 명품백을 선물받은 여자는 친구 앞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의기양양하게
"이거 남친이 사줬잖아. 샤넬 이번 신상. 500짜리."
이러면서 자랑을 하고, 남자친구에게 가방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는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어 초라한 자기 가방을 안 보이게 꼭 끌어안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 입니다. ㅜㅜ
예전같으면 남자친구 형편도 생각안하고 500만원짜리를 받아 챙기는 것이 어이없다며 손가락질 했을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많은 남자들이 여친 명품백 하나쯤 사준다고들 하니, 명품백 하나 받은 여자가 정상이고 가방 하나 받아본 적이 없는 여자가 되려 루져같아지는 반전이 일어난 것이죠... ㅡㅡ;
남자친구 형편도 있고, 자신이 생각해도 명품이 꼭 필요한 제품도 아닌 것 같은데,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 억울한 마음을 토로 좀 해보려고 인터넷 창을 열면, 곳곳에서 여자는 명품백에 미쳐있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정말로 명품백을 바란적도, 받아본 적도 없는데도 여자는 다 그렇다는 일부 남자들의 극단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억울해집니다.
결국은 명품백을 산 적이 없는 남녀들만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 그리고 서로 남자가 이상하다, 여자가 이상하다는 논쟁까지 흘러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것 같습니다..... ㅠㅠ
이렇게 여자는 명품백을 밝힌다는 논쟁에 남녀가 서로 상처입고 있을 때,
명품백을 편안히 소비할 수 있는 계층은 이런 논쟁따위 상관없이 유유히 쇼핑갈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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