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바다건너 여행가기 :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세부 앞바다 첫날
어젯밤에는 빗소리를 들으며 잤는데, 아침에는 새소리를 들으며 깼어요. 여기 오니 잠이 참 잘와요.
어느덧 세부에서의 셋째 날 입니다.
#세부 다이빙 여행 2. 세부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자격증 첫날
씨홀스다이브샵 아침
이 날은 바다에 들어 갈거라, 아침 든든히 먹었습니다.
이 날 아침 국은 칼칼한 김치국인데 맛있었어요. 아무래도 아침 국은 해장국 가깝게 끓이는 듯 합니다.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첫 바다!
아침 먹고 한 시간 정도 쉬다가 9시 반부터 슬슬 수영복을 입고 나왔습니다.
방수팩에 넣고 여기저기 사진을 찍었는데, 아이폰 작은 화면에서 볼 땐 괜찮더니 컴퓨터로 띄워보니 눈이 침침합니다. 방수팩 씌워도 또렷한 화질 어쩌고 하는건 거짓말인 듯 해요. (앞에 비니루를 씌우는데 화질이 좋을리가......)
뭐 이리 뿌연지... 하지만 저는 씐났어요.
제가 타고 갈 바지선 이에요.
필리핀 세부 다이빙을 황제 다이빙이라 한다더니, 헬퍼들이 다 도와줘요. 장비도 다 실어주고, 배에 태워주고 내려주고, 손 잡아주고, 끌어 올려주고요.
제가 탈 배와 헬퍼들이 준비하시는거 구경하다 그늘에 앉아 초코 구경을 했어요. 탄이는 리조트 동을 지키는 강아지이고 초코는 샵동을 지키는 강아지에요. 탄이처럼 초코도 한국인 손님에게는 순둥이이고 낯선 필리핀 사람에게는 공격적이래요. 한국인이라고 해도 다 처음오는 낯선 사람들인데, 어떻게 손님과 도둑을 구분하는지 신기했어요.
세부 앞바다 스쿠버다이빙 첫 입수
배에 타보니 바닷속이 훤히 비치도록 물이 맑아 겁이 덜 났습니다. 씨홀스다이브샵 바로 앞바다부터 예뻤어요.
바다에 나가보니 허술하고 작은 배들이 떠 있었습니다. 저 분들은 뭐 하시는 거냐고 물으니 물사람이래요. 바다에서 나고 자라는 사람들. 쪽배에서 낚시도 하고 잠도 자고 편안히 떠 있는 듯 했습니다. 첫 날, 둘째 날은 이 분들이 굉장히 신기했는데 매일 보니 그냥 바다 풍경의 일부 같이 느껴졌어요.
5분 남짓 배를 타고 나가, 씨홀스다이빙샵이 보이는 앞바다에서 오픈워터 첫 입수를 시작했습니다.
배에서 밧줄을 잡고 내려가서 모래에 앉아 어제 수영장에서 배운 기술을 복습했습니다. 차근히 하면 한나샘이 어깨춤을 추며 하이파이브를 해줘서 신났어요. 바닷속에서 하이파이브를 치니 노는 기분이 들어 (노는거 맞지만) 긴장이 조금 풀렸습니다.
17~8년 전에 보라카이와 세부에서 체험다이빙 했을 때는 뿌옇고 어둡고 무서운 바다였는데, 여긴 맑고 물고기가 바로 옆에서 노는 예쁜 바다였어요. 예전에 바다에 들어갔을 때 별로였던 이야기를 했더니, 바다는 그 날 그 날 다르대요. 시야가 좋은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고, 조류가 센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고... 바다 속에 들어가 봐야만 알 수 있대요.
맑고 예쁜데, 저는 바닥의 산호가 무서웠어요. 어제 산호가 1cm 자라는데 100년 넘게 걸리는 아이도 있고, 우리는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지 바다 생물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교육을 단단히 받았는데, 제가 몸을 못 가누니까 산호에 부딪힐 것 같아 더 겁났어요.
바다 속에 들어오니 몸이 산호와 충돌할 듯 가라앉았다가 수면까지 떠올랐다가 난리가 났습니다. 바닥에서 수면이 바로 보이기 때문에, 체감상은 굉장히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제가 5m를 내려갔다 올라왔다 했나 봐요. 절대 하지 말라는 급상승 급하강을 막 하니 귀가 아프고 정신이 없었어요. 그래도 전 생초보니까 바다 처음 들어오는데 첫 날부터 잘 될 리 없다 생각하며 가만히 있었습니다.
나중에 칭찬 받았어요. 자꾸 몸이 떠오르는 와중에 발 버둥치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 그나마 잘 가라앉은 거래요.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조금 나아진 뒤에는 파란 물고기에 홀려 유영을 했습니다.
전 파란 물고기에 홀려 함께 헤엄친다 생각하며 따라갔는데 나중에 한나샘이 왜 샘을 안 보고 막 가냐고 했어요. 딸랑이를 쳐서 저를 불렀는데, 제가 듣지도 않고 쳐다보지도 않고 막 갔대요.
수신호를 제 멋대로 해석해서 유영하라는 신호를 앞으로 헤엄치면 따라온다는 이야기로 알아 들었어요. 제가 잘못가도 샘이 붙잡아 주겠거니 하면서 막 갔는데, 초보들이 제일 많이 하는 실수래요. 혼자 막 가면 안 되는데 샘을 안 보고 듣지도 않고 혼자 막 간다고......
어제 바다에 들어가기 전에는 교육받는 분들이 혼자 막 갔다는 소리를 들으며 '왜 그래? 그냥 시키는대로 차근히 하면 될 걸.' 이라고 생각했는데 물 속에 들어가니 멘붕, 자의적 해석, 내 뜻대로 안 되는 몸뚱이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삽질을 막 했어요.
어쨌거나 처음으로 바다에 들어가자 마자 줄무늬 물뱀도 보고 물고기도 많이 봐서 좋았습니다. (무서운) 산호도 많이 봤어요.
물
위로 서서히 올라왔는데 물 위에서 배영으로 배까지 헤엄치는 과정이 아주 험난했습니다. 분명 올라올 때는 한나샘 바로 옆에 있었는데
점점 멀어져서 저는 다른 배 근처에 가까이 가 있었습니다. 열심히 헤엄친다고 헤엄치지만 계속 제자리.
예전같으면 멘붕와서 발버둥쳤을텐데, 이번엔 '내가 못 하면 구해주겠지' 하니 편했습니다. 느링느링해도 기다려주고요.
어렵게 샘 근처로 갔으나, 저를 기다리는 사이 샘도 배에서 멀어져 배까지 한참이었습니다. 조류가 세서 수면으로 헤엄쳐 가기에는 너무 어려워 다시 잠수해서 배 근처에서 떠올랐는데, 수면 조류 때문에 금방 배에서 멀어졌습니다. 결국 샘이 저를 끌고 배까지 헤엄쳐 갔어요.
스쿠버 다이빙 강사는 아무나 할 수 없겠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물 속에서 샘만 의지하는 덩치 크고 말 안 듣는 사람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 어깨가 무거워 보였어요. 수면 조류가 센 상태에서 저를 끌고 배까지 헤엄쳐가는 샘은 슈퍼맨 같았습니다.
간신히 배까지 오고, 황제 다이빙 모드로 웨이트 벨트와 장비는 다 끌어 올려줘서 제 몸만 올라가면 되는데 저질체력에 힘도 없어서 제 몸뚱이를 들어 올리지를 못했습니다. 결국 샘이 끌어 올려줘서 굴러 올라왔어요.
재미나기도 하고 겁도 나고.... 힘도 들었어요.
옆
팀은 다시 물에 들어가고 저는 바지선 의자에 드러누워 쉬었습니다. 직원 분이 느긋하게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좋아 보였어요.
이
곳은 필리핀, 제가 의자에 드러누우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넣어둬도 되는 것 같습니다. 배에서도 담배 피고 싶은 사람은 담배 피고, 핸드폰 보고 싶은 사람은 핸드폰 보고, 바닥에 주저 앉아 있고 싶은 사람은 주저 앉아 있고, 그냥 하고 싶은 걸 합니다.
두번째 세부 앞바다 스쿠버다이빙
쉬다가
두 번째 입수를 했습니다. 이번에도 차근히 기술 연습하고, 샘을 따라 다녔어요. 드디어 조절도 쪼금 되고, 물고기 구경을 하려는
찰라 따끔! 신고식을 했습니다. 해파리에 쏘인 것 같았어요. 정말 따끔했어요. "네가 바다에 들어오려 하느냐" 하는 신고식
같았어요.
해파리는 나중 일이고, 유영을 잘 마치고 싶었습니다. 샘 따라 가노라면 물고기 가르쳐주고 구경하고, 커플로 서서 헤엄치는 커플 물고기도 보고, 풀인 줄 알았던 해마 닮은 파이프 피쉬도 봤어요, (나중에 로그북 작성할 때 배워서 알았어요. 풀 인줄...)
제법 순조롭게 절벽으로 갔는데, 상상만 해도 무서울 것 같던 절벽이 오히려 떠 있는데는 덜 무서웠습니다. 바닥의 산호가 닿을 위험이 없으니까요. 더 신난 것은 절벽에 들어서는 순간 거대한 트레바리 세 마리를 봤어요!
바다에서 물고기 많이 보려면 어복이 있어야 한다는데 행운이었습니다.
그리고 무던히 물로 올라왔습니다. 이번에도 출수는 실패했어요. 물의 반동을 이용해서 올라와야 하는데 제 몸뚱이가 너무 무거웠어요. 이번엔 계단으로 올라갔어요.
한나샘은 한 번이라도 바다에 더 들어가게 해 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전 두 번으로 족했습니다. 그래서 오픈워터 자격증 따는데 하루 더 걸렸어요.
오픈워터 자격증을 따려면 바다에 최소 4번은 들어가야 해서, 보통 첫날 이론 + 수영장 + 바다 1번 들어가고, 둘째날 세 번 다이빙을 하고 받으시는 분들이 많대요. 저는 느린 학생이었습니다. 일대일 교육이라 정말 다행이었어요. 함께 교육받는 상황이었으면 제가 너무 느려서 미안했을 것 같아요.
세부 씨홀스다이브샵 점심 밥
물에서 나와서 다이빙수트와 신발 벗어 민물에 잘 헹궈서 걸어 놓고, 간단히 래쉬가드 위로 샤워를 한 뒤 커다란 타올을 두르고 밥 먹으러 갔습니다. 커다란 비치타올이 잔뜩 쌓여 있어서 마음대로 집어서 쓰면 되었어요.
완전 제 취향 점심식사였어요. 김밥, 떡볶이, 돈까스, 야채튀김, 수제비, 볼로네제 파스타까지 나왔어요. 너무 행복해서 음음쩝쩝 거리며 맛있게 먹었어요. 여긴 밥도 맛있고, 뭐든 더 달라고 하면 더 줘서 좋았어요. 돈까스는 안 된다거나, 김밥은 안 된다거나 이런거 없이 다 무한리필이었어요.
전날도 완전 제 취향 점심이라 행복했는데, 이날은 바다에서 놀다 나와서 밥 먹으니 더 맛있었어요.
다이빙 로그북 작성
점심 맛있게 먹고 들어와 따뜻한 물에 샤워 하고, 수영복 래쉬가드 빨아 놓고 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시간이 남아 수영장 옆에 앉아 동남아의 여유를 부렸어요.
로그북을 작성하는데, 다이빙 일지를 쓰는 거였어요. 스쿠버다이빙에서는 한 번 바다에 들어간 것을 1로그라고 한대요. 저는 무려 2로그가 되었습니다. 자유형식으로 바다에서 본 물고기도 그리고, 이것저것 적다보니 재미있었어요.
재미나게 적고 도장 꽝꽝 받고, 수업 끝.
수업 끝나고 동남아 의자에서 여유부리고 있었더니, 어제 친해진 다이버 선배들이 어드 과정 끝내고 들어오시며 "무슨 오픈이 이렇게 여유있어?" 라며 말 걸어주시고, 또 다른 다이버 선배는 바다 속에 들어가면 근심 걱정을 내려 놓고 오는 기분이라고, 바다 속을 걸으며 수중산책하는 느낌이 너무 좋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나는 다이빙할 때 이게 너무 좋았다' 이런 말씀들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저는 아무 것도 몰라서 뭘 느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뭐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저도 그걸 느껴보려고 애쓰게 되어서 조금 더 재미있었어요.
세부 막탄의 저녁 & 마사지
맛사지 받으러 가기 전에 한나샘이 사장님과 막탄 뉴타운 모델하우스에 볼 일이 있다고 해서 쫄래 쫄래 따라가 구경했어요.
우리는 풀옵션이라고 하는데 필리핀은 풀퍼니처라고 하는 모양이었어요. 풀퍼니처 오피스텔 (콘도?) 모델하우스 보는데 아주 좋았어요. 막탄 뉴타운 아파트는 외국인이 구입할 수 있는 곳이고, 처음부터 외국인을 겨냥해서 주거와 명품관 쇼핑몰을 함께 짓고 있는 곳이래요. 우리는 집 사려면 자기 돈으로 사거나 대출받아서 사는데, 여기는 할부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있대요.
세부에 한 두 달 머무는 경우나, 세부 주택 월세 등에 대해 자꾸 물어 봤더니 콘도 뿐 아니라 2층짜리 단독주택 월세와 매달 공과금이 얼마인지도 알아봐 줬어요. 다른 다이빙 샘이 사시거나 가족이 사신다고, 월세 얼마고 공과금 얼마인지 물어봐 줬어요. 한국의 월세와 비슷하거나 싼 편이었어요.
그리고
황소곱창에서 맛난 갈비와 막창을 먹었습니다.
외국 가서 한국 음식점 가는 거 싫어했는데, 세부에 와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필리핀 고유의 음식이라고 할 만한 것이 적고, 한식당들이 가성비가 훌륭했어요. 맛없는 김치찌개 4~5만원 받고 내주는 한인 관광객 전용식당이 아니라, 맛있고 가격은 한국보다 싼 편이었어요. 서비스는 황제 서비스가 많고요. 직원들이 다 해줍니다.
필리핀 세부에 살아도 한국 음식이 그리워 힘들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맛있게 밥 먹고 뷰티끌림 마사지에 가서 마사지를 받으니 노곤노곤해졌습니다. 엊그제 받은 오일과 스톤 마사지도 좋고, 이 날 받은 드라이 마사지도 좋았습니다. 오일 마사지를 받고는 다시 샤워를 해야 될 것 같았는데, 드라이 마사지는 그냥 몸 위에 수건 덮어 놓고 꾹꾹 주물러주니 시원했어요.
세부 밤바다
정말 까만 바다라 참 좋았어요.
신기한게 이 곳 바다 냄새는 한국과 달랐습니다. 짠내가 안 난다고 했더니, 이곳도 이것저것 들어서며 냄새가 살짝 나는 편이고 아직 아무것도 없는 곳들은 바다에서 냄새가 하나도 안 난대요.
별도 보이고, 고요하고, 깜깜하고, 너무 좋았습니다. 밤이 되니 에어컨 없어도 선선하고요. 늘 이런 건 아니고 지금이 세부의 겨울이라 그렇다고 합니다. 여름이 되면 밤에도 약간 덥다고....
밤바다 앞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니 좋았어요. 낭만적인 세부 밤바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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