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1. Home
  2. 연애심리/연애질에 관한 고찰
  3. 여자친구 바래다주기, 못할 짓

여자친구 바래다주기, 못할 짓

· 댓글개 · 라라윈
저는 여자이다 보니 제가 여자친구의 집에 바래다 줄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차를 가지고 다니면서  종종 그럴 일이 생겼습니다.
처음 차를 샀을 때는, 너무 신이나서 어딘가 가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을 집까지 바래다 주기도 하였습니다. 친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차 타고 돌아다니고 싶고 운전하고 싶었던 것 뿐 입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고마워하다가도 몇 번 바래다주자 금방 당연시했고, 바래다주는 것은 짜증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바래다 준다는 것이 돈과 시간과 체력이 상당히 소모되는 일이라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 것 입니다.



어릴 적에는 바로 집 근처만 동네이지만, 클수록 동네개념이 커집니다. 이제는 타지에서는 서울, 대전이라는 지역만 통해도 반갑고, 서울 내에서도 서쪽지역이면 같은 동네처럼 느껴집니다. 저희 집은 은평구인데, 직장에서는 은평구, 서대문구, 고양시, 일산이 동네인양  집이 가깝다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그 중에서 고양시에 사는 동료와 친해져서 몇 번 바래다 준 적이 있었습니다. 생각과 마음으로는 가까운 것 같더니, 실제 가보니 저희 집에서 20km 이상 더 가야하는데다 다녀오면 왕복 2시간 걸렸습니다. ㅡㅡ;;;; 운전하느라 피곤한데다가, 운전 중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음악감상뿐 일을 할 수는 없어서, 동료를 바래다주고 집에 와서 남은 일 하고 자면 늘 피곤했습니다. 기름값은 기름값대로 들고요. 

그러나 그건 제 사정일 뿐, 그 동료는 차 있으면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입장이었습니다. ㅡㅡ;;
가만히 보니 남자친구에게 하던 행동을 제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남자친구는 거의 항상 집까지 바래다 주고, 남자친구보다 더 건장한 그녀를 보면서도 밤길 위험하다면서 좁은 골목길 끝에 집 앞까지 딱 모셔다 드린 모양입니다. 그렇게 하고도 여자가 들어가서 안 보일때까지 밖에서 서 있고, 집에 들어갔다고 확인전화하면 그제야 손 흔들며 잘자라고 하고 갔다고 합니다. 남자친구가 바래다 주던 것을 떠올리며, 집에 바래다 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남자친구가 아니죠. 좋아하는 동료이긴 했지만, 남자친구처럼 희생해 줄 수는 없습니다.
그 동료를 바래다주다보니, 늦은시간 집에 바래다주는 것이 참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동료에게 질린 덕분에 그 뒤로는 꼭 바래다 주고 싶은 경우가 아니면, 어지간하면 바래다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직장에서 같이 생활하다보면 상황상 같이 오게 되고, 집 근처에 내려주게 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집 근처 큰 길에만 내려줘도 고맙다던 사람이, 익숙해지면 피곤하니 자기 집 앞까지 데려다 달라고 합니다. 택시기사 아저씨한테도 안 할 주문들을 마구 합니다. (돈 받는 택시도 골목 골목 들어가서 후진으로 나와야 하는 길은 싫어한다고. ㅡㅡ;;)

더욱이 남자친구가 데릴러도 가던 친구들은, 저에게도 집으로 데리러 오라고 합니다.
목적지에 가는 길에 조금만 돌면 (조금인데 1시간..ㅡㅡ) 자기 집이니까 자기를 태워서 가면 안되냐고 합니다. 근처를 지날 일이 있어서 태우고 가는 것은 괜찮지만, 보통 일부러 태우러 가면, 집에서 태우고 가서 다시 집에 모셔다 드려야 합니다. (나는 남자친구가 아니라고..)
정말 못할 짓 입니다.


몰랐습니다.
남자들이 여자를 바래다 주는 경우가 많아서, 고맙긴하지만 나중에는 그냥 당연히 그러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주위의 다른 커플을 봐도  남자친구가 차가 없어도 버스타고 여자친구 집가지 갔다가 다시 두 시간 버스타고 돌아가는 일을 했고, 차가 있는 남자친구라면 거의 데리러 가고 데려다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회사는 분당인데, 여자친구 데리러 대학로에 왔다가 여자친구의 집인 분당에 내려주고 자기 집인 사당동에 간다는 밤새 운전만 할 것 같은 커플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어지간한 거리에서 남자들이 여자친구 데려다주는 것은 매너이자, 별 일 아닌 것으로 여겼던 겁니다.
오히려 바래다주다가 그냥 보내면 서운하고, 애정이 식었다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해보니 아닙니다. 참 피곤하고 힘듭니다. 
사랑의 힘이 아니라면 쉽지 않은 일 같았습니다. 아니면 초인적인 기사도인 걸까요..
아이들이 바래다 달라고 하면, 택시를 잡아주고 택시비 만원을 집어 던져주고 보내버리던 선배의 심정과, 결혼하고 가장 좋은 점이 집에 바래다주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고 말하던 남자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먼 거리도 마다않고 집으로 데리러 와주는 남자친구나..
집에 데려다주는 남자친구가 있으시다면, 정말정말 감사해 주시길...
남자친구는 사람이 못 할 짓을 사랑의 힘으로 해내고 있는 겁니다.


💬 댓글 개
최근글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