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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앞에 몇 시간씩 줄 서있는 심리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일상 심리학 : 음식 먹으려고 오랫동안 줄 서서 기다리는 심리

맛집에 몇 시간씩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체 무슨 심리인지 궁금했습니다. 몇 시간을 기다릴만한 맛인지 궁금하나, 다른 맛집도 많은데 굳이 그럴 필요있나 싶었거든요. 지난 31일날, 한 해의 마지막을 맞아 안 하던 짓 (한 시간씩 줄 서서 밥 먹기)를 해보니, 음식점 앞에서 줄서서 기다리는 심리를 좀 알 것 같았습니다.



1. 멀리서 와서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춘천에 원조 숯불 닭불고기 먹으러 갔을 때는, 석쇠에 구워주는 닭갈비가 원조라는 소리를 들었고, 석쇠에 구워주는 다른 집을 몰라서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이거먹으러 서울에서 춘천까지 왔는데... 라는 생각에 꼼짝없이 한참 서 있었어요.



2. 다른 곳에 가기 귀찮아서

춘천은 자주 가기 힘드니 그랬다지만, 며칠 전에는 수시로 가는 대학로에서 한 시간 가량을 서 있었습니다. 대학로 정돈 돈까스집에 가봤는데 1시 넘은 시간임에도 줄이 길었어요. (알고보니 12월 31일날 쉬는 분들이 많아 더 줄이 길었던 듯 합니다)

대학로에 다른 맛집도 많으나, 배고프고 피곤한데 다른 곳에 가자니 귀찮았어요. 그래서 그냥 서 있었습니다.


대학로 정돈


맛집 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이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집 찾아 가기 귀찮아서 '그냥' 서 있는, 아주 단순한 심리일 수도 있었어요.



3. 호기심 때문에

얼마나 맛있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서 있나 궁금합니다. 특히 영하의 날씨, 4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에 바깥에 줄 서 있는 것을 보면 더 궁금합니다. 돈 주고 바깥에 서 있으라고 해도 싫은데, 자기 돈을 내면서 자발적으로 서 있게 하는 맛이 어떤지 궁금해서 서 있게 됩니다. 호기심이 힘듦을 이기는 상황이죠.



4. 궁금한데 다음에 다시 오고 싶지는 않아서

가기 쉬운 곳, 자주 보이는 곳의 경우에는 "저기 맨날 줄 서 있네. 다음에 한 번 가보자" 한 다음에 안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 때나 가면 되니까요.

그러나 찾아가기 고약한 위치에 있는 곳은 '여길 굳이 또 오고 싶진 않은데... 그냥 온 김에 기다려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주 지나다니는 곳이 아니고, 그 맛집 때문에 간 것을 제외하고는 갈 일 없는 위치일 때 특히 그랬습니다.



5. 실패하기 싫어서

매일 외식하고, 매일 맛집을 찾아다닌다면 하루쯤 맛없이 먹어도 덜 속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쩌다 한 번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갔는데, 아무 곳이나 들어갔다가 거지같이 나오면 성질 납니다. 모처럼 즐기러 나왔는데, 맛있게 먹고 싶어서 줄이 긴데도 꾹 참고 기다렸어요.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집은 설령 맛이 없더라도 최소한 재료만큼은 정말 신선하고 좋을테니까요.



6. 책임지기 싫어서

여럿이 모일 때는 책임지기 싫어서, 줄 서는 맛집에 가기도 했습니다. 줄 서야 되거나 예약하기 힘든 맛집에 가면 불만이 적습니다. 설령 맛이 없어도 그 곳에 가자고 한 사람을 탓하지 않습니다. 남들은 다 맛있다는데 자기 입맛에는 별로라고 평을 합니다. 그래서 모일 때는 안전하게 '남들이 맛있다고 하는 집' '사람들이 다(?) 맛있다고 하는 집'에 가면 편합니다.

꼭 책임소재 때문만이 아니라, 같이 있으면 좋은 친구라면 기다리며 수다 떠는 것도 재미나서 기다리는 것이 아무렇지 않을 때도 있고요.



7. 기준이 바뀌어서 (기다리는 것에 적응돼서)

사람이 정말 웃긴 것이 줄 서는 것이 싫어 줄이 있으면 다른 집으로 가버리던 때에는 5~10분만 기다려도 짜증이 났습니다. 그러나 한 번 기다려 보면 두 번째는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로 정돈에서 한 시간 기다려서 밥 먹고, 돌아오는 길에는 광장시장 순희네 빈대떡에서 포장하는데만 40분 가량 서 있었는데 묵묵히 기다렸습니다.


순희네 빈대떡 포장 줄


대학로에서는 추운 날 바깥에도 서 있었는데, 그나마 광장시장은 천막 안이라 아예 밖보다는 쪼금 낫고, 먹고 가는 것보다는 조금 빠르다며 40분을 서 있었어요.

앵커효과인가봐요. '음식점은 줄 안 서는 것이다'라는 것이 기준일 때는 10분만 기다려도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 같은데, '맛집은 50분 정도 바깥에 서서 기다리는 거다' 라고 생각하니 40분 정도 쯤은 아무렇지 않았던 겁니다. 아마도 맛집에서 점심 먹으려고 새벽부터 줄 서시는 분은 앵커가 '맛집의 음식을 먹으려면 7~8시간 기다리는거다' 이셔서, 그 정도 기다리는 것이 아무렇지 않으신 것인지도 몰라요.



줄서서 먹는 맛집이 몇 시간씩 줄 서 있을만큼 맛있냐는 별개이기는 합니다. 장사가 워낙 잘 되어 재료가 신선할 확률은 높으나, 맛은 없을 때도 있어요. 그래도 궁금해서, 그냥, 어쩌다보니, 분위기 상... 등의 별스럽지 않은 이유 때문에 서서 기다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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