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헤어지고 다시 만난 김윤석과 김혜수가 도둑들에서 나눈 대사입니다. 영화에서는 멋지고 담담한 대사와 함께 서로의 마음이 전해지지만, 현실에서는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열렬히 미워하고 싫어하는 기운만 내뿜거나,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이 되는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혹시... 어느 한 쪽이 용기를 내서, 아니, 솔직한 속내 그대로 반가운 마음에 활짝 웃으며 인사를 했더라도 다른 한 쪽이 못 본 척하고 못 들은 척 하고 투명인간 취급을 하면 다시 어색해집니다.
한 때는 더 없이 좋았는데..... 아니, 한땐 사랑했던 사람을 어떻게 무정할 정도로 미워하거나 싫어할 수 있는걸까요...
또 다른 콩깍지
이별의 이유는 때로 사랑했던 이유와 똑같습니다.
자신만만하고 당당해서 좋았는데, 오만하고 자기만 알고 나를 무시해서 미워졌습니다.
말을 참 잘하는 사람이라 좋았는데 말을 잘해서 짜증이 납니다.
예전에는 하나 하나 좋았던 것들이 미워지기 시작하면 하나 하나 밉습니다.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아는 만큼, 아주 사소한 것까지 짜증이 나고, 지극히 작은 것 하나까지 넌덜머리가 날 정도로 싫습니다. 우습죠.... 어떤 때에는 칠칠맞게 흘리고 다니고 어설퍼서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너무 좋더니, 어느 순간에는 이런 사소한 것까지 챙겨야 되는 칠칠맞음에 넌덜머리가 나다니....
고깝게 보기 시작하면 다 마음에 안 들고, 예쁘게 보기 시작하면 실수해도 귀엽고 모자라도 사랑스럽습니다. 예전에는 예쁜 콩깍지가 씌워져 뭘 해도 좋았고 사랑했지만, 어느 순간 미운 콩깍지가 씌이며 뭘해도 밉고 짜증나고 재수없고 심지어 목소리조차 듣기 싫어지나 봅니다.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것도 이유가 없을 수 있듯, 사람이 사람 싫어할 때도 이유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미움의 기운
학교 샘 한 분이 애로사항에 대해 이야기하시다가 "수업하러 들어갔는데 저 싫어하는 학생이 있으면 좀 힘들어요, 팔짱 딱 끼고 어디 지껄여봐라 하는 태도로 노려보고 있으면 솔직히 신경 쓰이고 되게 마음이 안 좋거든요. 그냥 수업 잘 듣는 학생 쳐다보면서 수업하고 나올밖에요...." 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헤어지고 '난 이제 네가 미워졌어, 싫어졌어!' 라는 태도를 보니, 정말 어떤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듯 했습니다. 단 한 마디도 안 하고 그냥 못 본 척하고 있을 뿐인데도, 싫어서 못 견디겠는 그 기운이 눈에 보입니다. 호감도 느낄 수 있듯이 미워하는 것, 싫어하는 것도 느껴집니다.
다른 사람이 괜히 그런다면야, 그냥 코드가 안 맞거나 이상한 사람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겠으나, 한땐 사랑했던 사람이 경멸의 기운을 내뿜을 때면 상처를 받습니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나를 이토록 미워하는지...
얹힌듯한 불편함
사귈때는 그 사람과 척을 지는 상황 같은 것은 상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고, 다른 사람에게는 못할 말도 서로를 믿으며 이야기하는 비밀스러운 대화들이 많습니다. 둘 중 하나가 그 것을 누설하는 순간 곤란해질 이야기들이 숱하게 오갑니다.
그리고 사랑하던 사이가 미워하는 사이, 너무 잘 안다는 것, 비밀을 많이 알고 있다는 것도 얹힌듯한 불편함이 됩니다. 안 그래주면 좋겠지만, 헤어지고 나서 둘 사이의 일을 시시콜콜 말하기 시작하면 서로에게 타격이 큽니다. 믿었던 만큼, 모든 것을 공유했던 만큼, 너무 잘 알아서.....
망각이 주는 괴로움
시간이 흐르며 가장 괴로운 것은, 대체 왜, 이렇게 되어 버린것인지 모르겠다는 것 입니다.
헤어질 무렵에는 서로 날이 서 있고, 서로 지쳐있었거나, 어느 한쪽이 홱 돌아섰을 때 다른 한 쪽은 멀뚱히 뺨맞는 심정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격렬한 애증도 무뎌지지만,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 이유도 흐려집니다.
젊은 날의 어느 순간을, 좋았던 시절을 함께 했던 소중한 사람인데, 꼭 이렇게 되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도 남습니다. 기억이 흐릿해지며 싸웠던 사소한 이유들은 너무 사소하고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 사람이 좋았던 것, 사랑했던 것, 소중했던 추억에 비하면 실제로 헤어진 이유 따위는 사소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미 사이는 얹힌 것처럼 더부룩한 사이가 되었고, 대체 우리가 왜 이렇게 됐을까, 를 다시 이야기하기에는 말 한 마디 붙이기조차 어색한 사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되돌릴 수 있기나 한 것인지 짐작도 안 됩니다.
아니면 다시는 예전 그 때로, 좋았던 그 순간 같을 수 없음을 알기에 더 그 때가 소중하고 그리운 걸까요.
이별은 시간이 약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무뎌진다고...
그러나 망각은 상처 뿐 아니라, 왜 우리가 이렇게 되어 버린건지, 왜 헤어진 것인지에도 잊게 만들면서 좋았던 순간을 더욱 그립게 만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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