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호구와트의 연애, 빚 돈문제가 연애에 미치는 영향
"최미정님이시죠~?"
들뜬 목소리였습니다. 신한은행인데 적금 만기가 되어서 알려주려고 연락했다고 합니다. 내일중으로 계좌로 넣어드린다고. 적금 만기 안내 전화 받으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생각에 그 분도 행복하신 듯 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저는 내일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조증 상태였을겁니다. '적금 나오면 뭐하지~? 아이폰7 사고, 1억 달성 이벤트 선물도 보내드리고, 회도 먹어야지, 크레마 사운드도 살까? 서브폰으로 샤오미 홍미노트4도 사야지~~~' 라면서 행복한 고민중이었을 겁니다. 저의 원래 계획도 핸드폰 바꾸고 1억 달성 이벤트 선물로 좋은거 하나 보내드리기 위해 모아둔 돈이었습니다. 그러나, 내일 돈 입금되자 마자 빚 갚아야 합니다.
저는 쓴 적도, 본 적도 없는 돈을 갚아야 합니다.
작년 여름에도 이랬습니다. 날짜도 너무 알맞게 휴가철에 적금 만기가 되었습니다. 동생이 사고치고 튄 빚이 없었다면, 여름에 만기된 적금으로 여행을 가거나 기계 하나 새로 샀거나 맛난 것 한 번이라도 사 먹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 때도 적금 만기 된걸로 그대로 빚을 갚았습니다. 빚 갚고 나니 당장 통장에 5만원도 안 남아있었습니다. 그 때 눈치없는 저희 엄마, "설탕 좀 인터넷에서 시켜줘~" 라고 보내셔서, 돈 없어서 아무 것도 못 시켜준다고 폭풍짜증을 냈습니다. 빚 갚는 것도 짜증나서 죽을 것 같다보니, 설탕이나 핫팩같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울컥울컥 터져 버립니다.
제 경우처럼 가족이 개인적으로 쓴 빚을 대신 갚는 사람들을 '호구와트'라고 한다고 합니다. 호구와트는 그냥 호구를 일컫는 말이라고도 하는데, 호구와트 생활이라고 하면 알아듣는(?) 동지가 많더라고요. 호구와트 생활을 하고 보니, 저는 호구와트 쪼랩이었고, 고등학생시절부터 호구와트를 해서 30대가 되도록 동생들 학비 다 대고 부모님 생활비 드리고, 심지어 동생 유학비용에 결혼비용도 내서 자신은 개털인 호구와트 만렙인 분들도 있었습니다. 너무 당당하게 너는 당장 결혼할 사람도 없으니 니가 모아놓은 돈 다 놓으라고 하며 가족들이 삥뜯기는 호구와트들도 있다고 합니다. 집의 돈줄이라서 결혼 못하게 해서 노총각 노처녀가 되는 호구와트들도 있고요... 그 분들에 비하면 쪼쪼렙이나, 호구와트 생활을 해보니 빚 돈문제가 연애에 미치는 영향을 생생히 알 수 있었습니다.
무기력 " 벌면 모하노, 버는 사람 따로있고 쓰는 사람 따로 있겠지...."
호구와트가 되기 이전의 저는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습니다. 돈을 참 사랑하고 돈도 저를 사랑하여 돈 버는것도 좋아라 했고요. 그런데 호구와트 생활을 하며 뜬금없는 빚을 대신 갚으니까 돈 버는 낙이 없습니다. 정말 눈꼽만큼의 낙도 없습니다.
'벌면 뭐하노, 버는 사람 따로 있고 쓰는 사람 따로 있겠지...'
이런 심정입니다.
혼자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같이 인생을 설계하려는 사람들의 발목도 잡습니다. 결혼을 한다거나 같이 살 집을 구한다거나 미래에 뭘 한다거나 하는 계획들이 싹 사라지고 그냥 우울하고 무기력합니다. 이러면 옆사람은 아주 힘들어 집니다.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하고 기운을 내게 하려고 애를 쓰고, 힘을 내서 빚도 더 빨리 털어내고 인생 계획도 세우게끔 하려고 애를 쓰지만 그래도 무기력한 사람에게는 소용이 없습니다.
무.기.력.
말 그대로 아무 기운도, 의욕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같이 여행을 간다거나, 결혼을 한다거나, 미래를 꿈꾸거나 할 의욕이 없습니다.
돈이 있어도 심리적 빈곤
빚 갚기를 하노라면 돈이 있어도 심정적으로 조들리는 심리적 빈곤 상태가 됩니다. 돈이 있어도, 실제로는 여유가 있는 상황일지라도 불안하고 걱정됩니다.
심리적 빈곤 상태가 무서운 것은, 스스로 쪼들린다고 생각하고 돈에 예민해져 있다는 것 입니다. 제 스스로 자각하는 것 이상으로 제가 돈에 예민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실손보험의 함정 통지서 보면서 흥분했던 이유도 심리적 빈곤 상태라서 만원 오른 것에 굉장히 예민했을 수도 있습니다. 돈 걱정 덜하던 시절이었으면 그냥 내면 되지 뭐, 이랬을 수도 있어요.
사사건건 이런 식 입니다. 즐거운 데이트, 선물, 미래 계획, 이런 것들은 빠빠이.
그나마 저는 여자이기에 예민한대로 얻어먹어가면서 넘어갈 수도 있으나, 남자의 경우는 이런 심리적 빈곤 상태가 되면 정말 연애하기 힘들 듯 합니다.
가속되는 우울한 상상
1년 반 전, 문제는 있었지만 그래도 가족이 함께 하던 때에는 행복한 가족을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결혼하고 확장가족을 꿈꾸고 단란한 가족을 그렸어요. 그러나 동생 잠수타고 아빠 엄마 저 셋이 우울하고 썰렁하게 있기 시작하자 단란한 가족이 더 이상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박적박 이라 하지요, 박ㅇㅇ씨의 말은 박ㅇㅇ씨의 말로 대응할 수 있다는 말인데, 저 역시 라적라처럼 제가 예전에 했던 긍정적인 많은 이야기들에 대해 수정하고 싶어졌습니다.
가정이 화목하지 않았던 친구가 자신은 부모님이 늘 싸우셔서 불안해하고, 가족이 늘 날이 서 있고,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결혼해서 잘 살 것 같지도 않고 행복할 것 같지 않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 (가족이 화목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아니라면서 행복할거라는 소리만 했었어요.
그러나 이제 친구 심정을 알 것 같습니다.
다시 단란한 가정을 상상하려고 해도, 당장 제 결혼식 상상에서부터 턱 막힙니다. 가장 최신버전 저의 꿈은 가족끼리 식사만 하는 결혼식인데, 그 소박한 결혼을 하려고 해도 동생이 잠수 탔기 때문에 동생없이 엄마 아빠랑 셋이 앉아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생은 외국 산다고 뻥칠까, 아냐 어차피 신랑될 사람은 다 알건데 그럴 수도 없지, 한국에 있지만 빚지고 잠수타서 연락이 안 돼요,' 라고 말하자니 결혼도 하기 전에 시댁에 모양 빠질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부터 벌써 달콤한 상상이 아작납니다.
'결혼식은 무슨. 됐어. 빚 다 갚아놓으면 잠수 타다 나타날지도 모르니까 빚부터 갚자'는 생각이 들었다가, 결혼을 하고 가족이 늘어나면 동생처럼 서로에게 짐이 되는 의무만 늘어나는 거 아닌가 하는 더욱 더 암담한 상상도 듭니다. 그냥 이쯤에서 상상은 그만하는걸로....
한 달의 한 번, 그 날
이런 상태는 주로 돈 갚기 일주일 전, 돈 생기기 며칠 전부터 시작되어 돈 보내고 나면 쪼금씩 누그러집니다. 그러다 다음 빚갚는 날이 다가오면 또 이럽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매달 그 날은 그나마 상태가 좀 낫고, 이번처럼 적금 탈 때가 정말 몹시 겁나 엄청 무지막지하게 우울합니다.
실은 매달 돈 보낼때마다 "저 돈이면 여행을 가도 몇 번을 가겠네" 라거나 "매달 ㅇㅇㅇ도 새로 살 수 있을거 같아" "저걸로 매일 맛집 다녀도 돈 남겠다" 같은 기회비용을 떠올리며 속이 쓰립니다. 그런데 적금 탈때는 애초에 그 돈을 모아서 하고 싶었던 간절한 무언가가 있던 것을 못하게 되기 때문에 상태가 평소보다 몇 배 더 암울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생리주기에 컨디션 나쁘고요, 배란통 있을 때도 상태 안 좋고, 돈 갚기 전후 일주일도 상태가 안 좋아요. 즉 한달에 맑고 밝은 날이 며칠 없습니다. 그나마 덜 친한 사람 앞에서는 인상관리도 하고, 아주 친한 친구에게는 복장 터진다며 솔직히 말을 하기도 하는데, 연인에게는 짜증과 무기력, 우울함만 방출합니다. 여러모로 연애에 도움이 안 됩니다.
돈이 없어도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랑으로 극복 할 수 있긴 하겠으나, 돈으로 인한 심리적 문제가 마음에 꽉 들어차서 사랑할 여유 공간이 없어진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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