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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요리책, 사전같은 두께의 압박에도 너무 재미있는 흥미진진 미스테리 스릴러?

· 댓글개 · 라라윈

향수에 비견될만한 소설. 이 한마디 말에도 벌써 끌렸습니다. 향수, 다빈치코드.. 이런 스타일의 팩션들 너무나 좋아합니다. 비밀의 요리책을 둘러싼 이야기라고 하니, 맛난 것도 좋아하고 팩션도 좋아하는 저에게는 종합선물세트 같았습니다.  

계란보다 더 두꺼운 책..^^

기다리던 책이 도착했는데, 처음에는 두께에서 흠칫했습니다. 아니 이건 사전이야..??
다빈치코드처럼 만들었으면 1,2권을 나눴어야 했을텐데, 이 책은 한 권으로 만들었습니다. 하드커버가 좋긴한데, 뚱뚱하고 무거워서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는 좀 부담스러웠습니다.
결국은 내용이 궁금해서 출퇴근할 때도 가지고 다니면서 읽었는데, 가뜩이나 다른 잡동사니도 많이 넣어가지고 다녀서 무거운 가방이 아주 무거웠지만, 그래도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못 견디겠는 것 보다는 팔이 아픈게 나았습니다.  


내용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합니다. 눈 앞에 베네치아의 풍광과 주인공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지는 사실적이고 풍부한 묘사에, 탄탄하고 조여들어가는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진진합니다. 책을 펼치면 누가 오는지도 모르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게 금새 책 속에 쏘옥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이 책 읽다가, 운동 갈 시간도 잊어버려 운동도 못 갔습니다. (신바람 나게 읽다가 쳐다보니 운동 끝날 시간...ㅜㅜ)

책은 15세기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베네치아의 뒷골목 소년이 총독의 주방장의 눈에 띄어 요리를 배우게 되는 과정에서 비밀의 책에 대해 알게 되며 얽혀들어가는 이야기 입니다. 호기심도 많고, 아는 것은 없고, 뒷 골목에서 사느라 남의 얘기를 잘 엿듣고, 꾀도 많은 소년의 시점에서 '비밀의 책' 때문에 벌어지는 살인과 여러 사건을 보여줍니다. 그와 동시에 소년이 좋아하는 풋풋한 소녀와, 주방에서 조리되는 매혹적인 음식들 이야기가 곁들여 있습니다. 비밀의 요리책에 대해 양파껍질 벗겨가듯 조금씩 조금씩 조심스레 접근하면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묘한 구성에 한 번 더 끌립니다. 

또한 한 문장 한 문장이 무척 매력적입니다. 그 장면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게 만들며, 저 역시 그 상황을 함께 겪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책에 더욱 몰입하게 만듭니다.

나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며 고양이들과 거리를 두기 위해 등을 벽에 바짝 붙였다. 고양이들은 등의 털을 바짝 곤두세워서 평소보다 두 배는 더 커보였다. 고양이들이 뾰족한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쉬잇, 쉬잇 소리를 내더니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싸우는 고양이의 발톱에 할퀴어 다치는 것이 더 무서운지, 페레로 주방장에게 들키는 것이 더 무서운지 판단이 서지 않을 지경이었다.
주인공이 비밀을 캐내기 위해 주방장의 담벼락에 숨어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고양이들의 결투장면을 어쩌면 이렇게 잘 묘사할 수 있는지.... 내용을 읽으며 저 역시 들킬까봐 콩닥콩닥하는 심정이었습니다.

감자는 신세계에서 온 아주 드문 채소로,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뇨키는 흔치않은 요리였다. 하지만 갈색으로 볶은 버터와 세이지로 만든 소스를 뿌리고, 막 간 신선한 파르미자노-레자노치즈를 뿌린 단순한 요리였다.

그는 두 눈을 감고 허브와 버터 향 그윽한, 달콤하면서도 바삭거리는 음식이 입안에 퍼지길 기다렸다. 내가 다음 코스의 음식을 가지러 달음박질치기 전에, 만족한 듯 그르렁거리는 총독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맛있는 음식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그 음식의 맛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과는 별개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고 음식포스팅을 쓰려할 때면, 그 맛을 뭐라 설명해야 하는지 너무나 고민스럽습니다. 그래서 사진의 힘을 빌리고, 어설픈 표현으로 맛을 애써 전달해 보려 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문장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하고, 음식의 향기를 전하여 소개되는 요리를 먹어보고 싶은 충동에 빠지게 만듭니다.  

책에도 연금술, 사랑의 몰약, 불로장생의 비법에 대한 추적이 계속되지만, 분명한 것은 작가가 언어의 연금술사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내용이 우리말로도 매우 매력적으로 표현이 되어있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나중에 알리라.'하는 식의 '....하리라.'어미도 잘 어울리고, 우리말로 번역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 내용을 너무나 매혹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정말 책을 읽는 며칠동안 폭 빠져들게 만들었던 책입니다. 사전같은 두께의 압박은 점차 아쉬움으로 변해서 이 재미있는 소설이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바뀝니다. 책을 다 읽고도 여전히 15세기 베네치아에서 현실로 쉽게 돌아오지 못합니다. 흥미진진하면서 아름다운 팩션을 좋아한다면, 강력추천하고 싶은 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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