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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미술작품을 대신 만들어 주는 사연

· 댓글개 · 라라윈
얼마전 CeeKay님의 글을 읽다가 뜨끔했습니다.
(CeeKay님 덕분에 생각 많이 해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

CeeKay님 블로그에서 가져온 부분입니다....^^


선생님이 많이 도와준 것보다, 정말 아이가 한 작품이 의미 있습니다.
원래 정말 아이가 하도록 두고, 더 잘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선생님이 아이 대신 열심히 만들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 그러면 안되는데............
휴....... 이 부분이 사연이 많습니다. 

처음에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는, 선생님이 해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이 되어 방법은 가르쳐 주되, 가능한 아이 스스로 만들게 합니다. 낚시하는 방법은 가르쳐주되 고기를 잡아주진 않는 것이죠. 하지만 실제 수업을 하노라면 이렇게 되지를 않습니다.    

우선은 정해진 수업 시간 내에 마무리를 해야 되기 때문 입니다. 
대부분 학원들은 정해진 수업시간 내에 몇 명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구조입니다. 다음 시간이 되면 다른 아이들의 수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시간 내에 만들기를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미완성으로 남겨두고 다음에 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경우 진도가 밀리기도 하고, 다음 시간에 재료를 다시 준비하기 힘들때가 많아 가능한 해당 시간에 끝내야 합니다.
제 시간내에 마무리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원래 느리거나 그날 컨디션이 나빠서 아이가 하기 싫어하는 경우 시간 내에 마무리를 못 지을 것 같으면 선생님이 해야합니다.

다음 이유는 부모님이 선생님이 손 봐주는 것을 원하시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잘했든 못했든 아이가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만들기를 배웠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모님들도 많으십니다. 하지만 아이가 했다는 것보다 일정수준의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시는 부모님도 많이 계십니다. 귀한 자녀이다 보니 아이에 대한 기대가 커서 그러시기도 하고,  학교에 제출해야되니 잘해야 상을 탈 수 있어서 그러시기도 합니다.

#1    우리애한테 관심이 없어요?

6학년 학생이 만들기 수업을 했습니다. 핸드폰 고리를 만드는 거였는데, 다른 아이들은 알록달록 예쁘게도 꾸미고 붙이는데, 초간단하게 만들더군요. 간단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만들기에 그것도 색다른 디자인이며 개성이라는 생각에 그냥 두었습니다. 잔소리하지 않고 마음대로 만들게 두었더니 신이 났는지, 동생것, 엄마것, 아빠것도 만들어 가지고 갔습니다.
잠시 뒤 어머니께 전화가 왔습니다.

"OO이가 만들어 온 거 봤어요."
"아.. 네~ 가족들도 하나씩 준다면서 열심히 해 가지고 갔었어요~ ^^" (감동하셨나? ^^)
"이게... 수준이..." (엉... 감동해서 전화하신게 아닌가 봅니다...ㅡㅡ;;;)
"네..."(왜 그러시지..)
"6학년이면 만들기 수준이 어느 정도 되야 되지 않나요? 오늘 애가 해 온거 보고 너무 실망했어요. 아니면 아이들이 많아서 우리 아이에게 신경을 못 써서 어떻게 하든 그냥 둔 건가요? 그렇게 신경을 못쓸 것 같으면 다른 곳에 보내야 겠어요.." 
"아.... OO이의 경우 다른 학생들처럼 알록달록하게 꾸미는 것보다 간단하고 개성있게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 입니다. 그런 것이 OO이의 개성이며 장점인데 굳이 다른 아이와 똑같게 만들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거 부끄러워서 아까 가져와서 엄마꺼, 아빠꺼라며 자랑스럽게 내놓고 가는데.. 애 앞에서는 말은 못했지만 이걸 어떻게 하고 다니겠어요? 친구가 놀러와서 그거 뭐냐길래 버릴거라고 했어요. 차마 큰 애가 만들었다고 못하겠어요...#&%^%*&(^"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제가 더 신경쓰겠습니다......... ㅠㅠ"

이렇듯 아이가 열심히 해서 선생의 손길이 덜 느껴지는 경우를 신경을 덜 썼다고 생각하시기도 합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학원에서 뭘 가르쳤나 싶으실 수도 있을 것 같긴 합니다. 그렇다보니 선생님이 신경쓰고 있다는 증표로 열심히 손을 대서 보내게 됩니다.  

#2  우리 엄마는 지저분하다고 다 버려요.

만들기 수업을 하는 날이면 신이 나서 열심히 하는 아이도 있고, 무척 하기 싫어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원래 안 좋아해서 싫어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중에는 만들어서 집에 가져가도 어머니가 다 버리셔서 만들기 자체가 불필요 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어차피 집에 갖고 가도 엄마가 다 버려요! 어차피 버릴 것을 뭐하러 만들어요?"
"이런건 엄마가 쓸데없대요. 쓸모있는거 해가야 안 버려요."

아이들이 서툴게 만든 것들이 집에 있으면 지저분해 보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판매되는 제품처럼 멋드러지게 만들 지는 못합니다. 어설프고 조잡한 솜씨로 만들기를 하다보면 솜씨도 늘고 더 잘하게 됩니다.
지저분해서 버리시더라도 우선은 아이가 노력한 것에 칭찬을 해 주시고, 잠시 두었다가 아이가 잊어버릴쯔음 슬그머니 버리시면 좋은데, 가져오는 자리에서 쓰레기통에 넣어버리시는 분도 꽤 되시더군요. ㅜㅜ  집에다 두어도 지저분 하지 않게 미술용품점에 주문한 반제품들(거의 완성되어 아이가 조립 정도나, 꾸미기 정도만 하면 되는 제품) 정도는 만들어 가거나, 쓸모있고 완성도 높게 만들어 가야 안 버리신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이가 했다고 말은 하지만, 실상은 선생님이 거의 만든 작품이 집으로 배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님 입장에서도 아이들 대신 만들기를 하는 것이 무척 괴롭습니다. 공장의 기계처럼 엇비슷한 것을 계속해서 만드는 것이 힘듭니다. 만들기 수업하는 날은 화장실도 못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ㅠㅠ 
하면서도 마음도 머리도 복잡해지구요. '아이가 배우려고 오는 건데, 이걸 내가 대신 다 해주고 있으면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고, 회의가 몰려옵니다. 

물론 스스로도 열심히 멋진 작품을 잘 만들어 가지고 가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아이가 노력하고 했다는 것만으로도 격려해주시고 지켜봐주시는 부모님들도 많으시구요. 선생의 손길이 간 작품을 오히려 싫어하시는 부모님들도 많으십니다.  

학부모님들과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더 많이 나누고, 정말 아이에게 좋은 것이 어떤 것일 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부모님마다 교육관이 다르시고, 아이가 각기 다르다 보니 일일이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렇게 현실에 타협하며 교육하는 것이 죄송스럽습니다.
이상 아이대신 미술작품을 열심히 만드는 못난 선생님의 변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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