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에너미, 영화보다 실제가 더 영화같아

조니 뎁, 크리스찬 베일, 마이클 만. 퍼블릭 에너미(공공의 적?).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어 고민없이 본 영화였습니다. 이사때문에 정신없지 않았다면, 이 영화도 개봉일에 달려가서 보았을 영화였습니다. 이사짐 정리되고 정신 좀 들자마자 부지런히 극장에 가서 보았습니다.
다른 영화를 볼 때도, 왠만하면 별다른 정보없이 가서 편안히 보고 나와서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는 편이라, 이 영화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것 조차 모르고 갔었습니다.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조니 뎁의 멀끔하고 정상적인 모습인지...
그동안 아주 독특한 캐릭터들로 인상깊은 분인데다, 여전히 잭 스패로우의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아서 영화가 끝날때까지 정상적인 그의 얼굴이 적응이 잘 안됐습니다. ^^;;


영화 속 주인공은 미국 내의 전설적인 갱스터 '존 딜린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듯 했습니다. 저는 존 딜린저가 누구인지 처음 들어봤지만..(^^;;;) 매우 유명한 사람인 모양이었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로빈후드 스타일 대도로 유명했던 조세형씨나 탈옥수로 떠들썩했던 신창원씨같은 분인가 봅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검색하자마자 상단에 인물정보가 나옵니다.

존 딜린저,델린저,대도,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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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게 쓰여진 백과사전의 소개만으로도 흥미로울만큼 영화보다 영화같은 삶을 살았던 인물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화에서는 이런 영화보다 영화같았던 주인공의 삶이나 에피소드를 제대로 녹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범죄재연 프로그램들보다도 뚝뚝 끊기는 이야기의 진행과 사실적이지도 극적이지도 않은 이야기가 슬슬 졸음이 몰려오게 합니다. 아무리 조니 뎁과 크리스찬 베일을 쳐다보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해도 부족함이 너무나 눈에 띄는 영화였습니다. 
신창원씨가 잡힐 당시 입었던 티셔츠가 유명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티셔츠와 체포장면만 보고서 당시 사건을 눈치채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식으로 존 딜린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도무지 공감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집에 와서 존 딜린저에 대해 이 것 저 것 찾아봐야지만, '아... 아까 그 장면이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거였구나..'하는 이해가 가능합니다. (이후 비교부분은 스포일러 있을 수도 있습니다.)


존 딜린저의 유명한 에피소드들이 한 두가지가 아닌가 봅니다.

존 딜린저가 체포되었을 때, 누군가의 어깨위에 팔을 두르고 사진을 찍은 사건은 매우 유명한 일이라고 합니다. 존 딜린저가 어깨를 올린 사람은 '에스틸 검사'로 그를 잡아넣은 검사였다고 합니다. 누가 범인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검사에게는 인생최고의 굴욕사진으로 인해, 검사는 현직에서 물러났으며 이 사진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보도사진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전혀 범인같지 않은 여유로움?


또한 영화 속에서는 조금 맥 빠지게 나온 탈옥장면이 실제로는 매우 유명한 일이라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잡혀가나 싶더니 별 이야기 없이 바로 탈옥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부분이 면도날로 나무를 깍은 뒤 구두약으로 검게 칠해 권총처럼 속여서 12명의 경찰관을 위협하여 탈옥한 것이라도 합니다.  (오히려 한 줄 에피소드 설명이 더 흥미진진한 듯...ㅡㅡ;;;)

가장 허탈했던 마지막 체포장면도 실제와는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 애나 세이지의 밀고에 의해 사살되었다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주황색 스커트를 입고 있는 애나 세이지를 보고 존 딜린저를 알아보는 단서가 될 뿐이지만 뒷 이야기가 많은가 봅니다. 
지명수배중이면서도  사람많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배짱 두둑한 존 딜린저의 행동과, 애나세이지가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 섬씽이 있는 사이였다고도 하고, 사랑하던 여인에게 현상금때문에 배신을 당했다는 얘기가 더해지면서 매우 유명한 사건이라고 합니다. 특히 그를 밀고한 여인은 '붉은 옷을 입은 숙녀'로 유명하여, 당시의 정황을 노래로 만든 크리스 디버그의 'Lady in Red'라는 곡도 있다고 합니다.
몇몇 사람들은 당시에 죽은 것이 존 딜린저가 아니라 그의 동료이며 그는 살아서 유유히 도망쳤다는 주장을 한다고도 합니다. (이 편이 훨씬 영화다운 주장인 듯...)

당시에 존 딜린저에 대한 대중의 인기는 엄청났다고 합니다. 경제불황 속에서 은행을 혼내주고, 답답한 경찰과 공권력을 골려주는 그를 보며, 자신을 대신해 속시원히 혼내준다는 느낌때문에 좋아했던 사람들이 많았나 봅니다. 현대판 로빈후드, 홍길동 같은 느낌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공권력을 무색하게 하는 그로 인해 입장이 불편해진 정부는 그를 공공의 적 1호로 지목하였고, 그를 잡기 위해 경찰조직을 개편하여 FBI를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존 딜린저에 얽힌 이야기가 참 많았습니다.  저도 존 딜린저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검색했다가, 영화보다 흥미로운 그의 이야기들에 빠져 몇 시간동안 소설 읽는 기분으로 그의 놀라운 활약상과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읽게 되었습니다.


퍼블릭 에너미, public enerm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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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인물들과 캐스팅된 인물들의 싱크로율이 높은 점이나 신문에 보도된 딜린저의 실제 사진이나 모습, 표정과 조니 뎁이 연기한 모습이 매우 일치하는 점을 보면, 제작진도 실제 일화를 재구성과 재현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긴 합니다. 크리스찬 베일이 맡았던 멜빈 퍼비스 역만 좀 미화가 심하게 된 듯 합니다. 실제로 멜빈 퍼비스는 덩치가 매우 작았다고 합니다. (얼굴도 많이 다른 듯...)
아마도 제가 몇 시간동안 흥미롭게 찾아낸 존 딜린저에 대한 일화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각색했겠지요.. 그러나 이렇게 신경을 많이 쓰고, 실제 사건을 멋지게 각색하기 위해 노력을 한 듯 함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너무 많습니다.
제가 이미 너무 화려하고 긴박감 넘치는 액션영화에 익숙하고, 이 영화보다 훨씬 탄탄한 스토리와 보다 애절한 러브라인을 많이 봤기 때문에 영화를 더 밋밋하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해도 뭔가 허전합니다.
더욱이 나중에 찾아본 실제 주인공의 삶이, 영화에서 나온 내용보다 더 영화같아 참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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