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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한 암실에서의 로맨스를 꿈꾸며 들어간 사진 동아리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의 미술 이야기: 사진 현상하는 암실에서 벌어진 로맨스?

철희님께 사진론 릴레이를 받았습니다. 철희님 감사합니다~ ^^

제가 본격적으로 사진을 접하게 되었던 것은 대학교 1학년 때 였습니다.
미술 전공에서 정물이나 모델,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고 그려야 할 때도 많았고, 늘상 그림을 가지고 다닐 수가 없기에 포트폴리오나 도록 등에 싣기 위해서 그림을 사진으로 잘 찍는 과정도 중요하더군요. 그래서 인지 미대의 전공선택을 가장한 전공필수 과목이 사진이었습니다.
그래서 과내 소모임과 스터디 등이 있었는데, 저는 사진을 배울 목적보다 가장 활동이 활발한 소모임이라는 이유에서, 1학년 때 얼렁뚱땅 사진 소모임에 가입했습니다.



취미, 사진


사진은 돈, 돈, 돈이다.


사진소모임에 가입하고 가장 놀란 것이 카메라와 각종 장비의 가격이었습니다.
사진소모임의 선배들이 사용하는 수동 필름 카메라는 백만원은 사뿐히 넘어가는 것들이었습니다. 갓 대학에 입학해서 용돈 받는 처지에 백만원짜리 카메라는 별나라 얘기였는데, 카메라나 장비를 사지 않아도 사진은 돈이 많이 들었습니다. 필름값, 현상, 인화비용도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ㅜㅜ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접한 '사진'은, 돈이 무척 많이 필요한 부르조아 취미같았습니다. 
  


출사는 고생이다. 


사진소모임에서  출사를 한 번 따라갔습니다. 자동 필름카메라를 들고....
수동카메라도 처음 접한 상태라, 사진의 대가들은 더욱 생소한 상태였습니다. '카파'라고 하면 옷 브랜드처럼 들리고, '브레송'하면 빵이름처럼 들렸던 시절입니다. 그 때 사진소모임을 이끌던 선배가 한참 꽂혀있던 작가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었습니다. 그 분의 물 웅덩이를 점프하는 사진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던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프랑스 파리, 생 라자르 역 후문, 흑백인화, 1932

처음 출사를 갔던 그 날도 비가 살짝 개이면서 곳곳에 물 웅덩이가 있던 날이었는데.....
저희들은 이 사진을 재현하기 위해,  물 웅덩이 위를 수 차례 점프해야 했습니다.
다리를 모아서 토끼뜀 뛰듯 하면 안되고, 사진처럼 한 쪽 다리씩 폴~짝 뛰어야 하는데, 너무 빨리 뛰어도 안되고, 참 어려웠습니다. 당시는 디카가 아니라 필카였기 때문에, 디카처럼 실컷 찍어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우선 물 웅덩이 위에서 한참을 연습을 했었습니다. 그 뒤에 제일 잘 한다 싶은 몇 명이 물 웅덩이 위를 수 차례 점프했었는데, 그 이후로 선배가 이때 찍은 사진을 보여주질 않은 것을 보면, 사진은 모두 실패였나봅니다. ㅡㅡ;;;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지 알게 되었고, 한 장의 사진에 집착하는 사람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곤해 질 수 있는지도 알게 된 첫 출사였습니다. ^^;;;



컴컴한 암실의 추억


과목의 특성상 전공필수처럼 사진을 배우다보니, 실기실 내에 암실도 있었습니다.
당시에 암실이 1학년 실기실 내부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것은 사진작업을 하는 선배들이었지만, 1학년 실기실에 붙어있다 보니 1학년들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였습니다.

우선은 들어가 본 적이 없던 정말 깜깜한 암실 자체가 신기해서 아이들이 좋아했었고,
다음으로는 뮤직비디오에서 주인공들이 어두컴컴한 암실에서 사랑을 키워가는 장면들을 많이 보던 꿈많은 새내기들이라, 이 공간을 보며 로맨틱한 상상을 하면서 좋아했습니다.

암실, 암실 로맨스
암실에서 로맨스를 키워가는 주인공이 되고 싶은 심정.. +_+

하지만 저희 과는 남자가 워낙 귀한데다가, 제 동기 중에는 남자가 달랑 1명, (참고: 여자많은 과에 하나있는 남자에 대한 대우는?) 몇 명 있는 오빠들은 대부분 CC, 남아있는 것은 절대 비호감 한 두명이라서.... 암실 로맨스는 금세 저 멀리 날아갔습니다. 대신 암실은 새로운 용도가 생겨났습니다.
누군가 마음에 안들면 따로이 만나는 장소가 되었던 것 입니다.

실제 암실에서 격투가 벌어진 적은 없었는데, 저희들 사이에서는 뭔가 마음에 안들면..
"너 이따 암실에서 보자.ㅋㅋㅋㅋ"   "암실로 따라올래? ㅋㅋ"
하는 농담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미팅에 나가서도, 이런 우리끼리의 유머(?)를 구사했던 것입니다.
보통 미대생과의 미팅을 하러 오는 남학생들은, 수채화처럼 맑고 청순하며, 분위기 있는 여학생들을 기대했던 것 같은데.... 저희들의 암실 유머에 표정이 컴컴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미대에서 사진도 배워~? ^^"
"우리 과에는 암실이 있거든~"
"암실? 오오~~ 직접 사진을 인화하는거야? ^^"
"아니~ 사진작업은 안하구. 마음에 안드는 사람 있으면 끌고 들어가는 곳이야~~ 오호호~"
"...............(미팅나온 남자들 표정 어두워짐....ㅡㅡ;;;)"

지금 생각하니, 미팅 나가서 왜 그런 푼수를 떨었는지 후회가 됩니다....ㅜㅜ



[릴레이 사진론]
저에게 바톤을 주신 분은 철희님 이셨구요,
'나에게 사진은 [   ]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
앞서 릴레이에 참여해 주신 분들의 멋진 글들을 모두 보시려면, thrublog를 보시면 됩니다. ^^ 
다음으로 바톤을 드리고 싶은 분은, 사진기하학을 전공하시는 참참님과  수중촬영도 즐기시는 이기사님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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