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강렬한 제목에서 끌립니다.
저도 모르게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며 책을 열게 됩니다. (무슨 상상인지는 비밀...)
응? 생각했던 것 보다 참 담담합니다. 자극적인 제목 때문에 좀 더 자극적인 내용을 기대했었는데, 명화 속에 등장하는 키스를 재해석해주고 있었습니다. (뭘 기대한거야..)
보통 연애질에서 이야기하는 키스는 혀 사용법에 대해 방법론적으로 접근하는데, 키스가 담고있는 다양한 의미로 접근하는 것이 새롭습니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사랑을 확인하고, 관계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하는 키스도 있고, 달콤한 것 같으면서도 씁쓰름한 관계가 드러나는 키스도 있고, 가슴 아픈 뜻이 담긴 마지막 키스도 있습니다. 키스를 하고 있는 남녀라면, 그들 사이에 뭔가 통할 것 같지만 소통이 단절된 키스도 있었습니다. 내가 했던 입맞춤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 지,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입니다. 키스그림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명작입니다.
적당한 생략과 통합, 필요한 부분에서의 자세한 묘사때문에 더 키스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만드는 작품인데, 책에서는 또 다른 방향으로 해석을 해주고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황홀하고 낭만적으로만 보았던 그림에 대한 작가의 다른 시각은 그림을 읽는 다른 눈을 빌려줍니다. 저 황홀해보이는 키스가 사실은 현실에는 이런 사랑이 없다는 비관적 기대일 수도 있고, 여인을 혼자 사랑하는 남자의 몸부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약간의 당혹스러움과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클림트의 작품 뿐 아니라, 책에는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명화들을 이렇게 다양한 시선으로 보게 만듭니다. 미술사책 보다는 부드럽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주관적이지 않아서 편안합니다. 다각도로 해석하지만 작가 혼자만의 주장은 아니고, 화가의 회고록이나 자료같은 근거를 밑바탕에 두고 조심스럽게 재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소설처럼 재미있거나 자극적인 맛은 없지만, 믿을 수 있는 내용이라 좋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림을 보는 다양한 시선도 재미있었지만, '작업일지'도 재미있었습니다.
작가가 작업을 할 때 적었을 법한 일지입니다. 죽은 작가의 그림을 대할 때면 늘 과거형이 되지만, 현재형의 일지는 색달랐습니다. 저 작품을 창조하고 있는 작가의 심정을 좀 더 생생히 느낄 수 있습니다.
저자분이 아무래도 샤갈을 좋아하시는지, 샤갈의 작품이 자주 등장합니다. 제가 더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이 적게 나오고 샤갈의 작품이 많이 나와서 살짝 아쉬웠는데, 샤갈을 좋아하는 친구는 이 책을 소개해 줬더니 좋아라 합니다.
프로로그에 보니 이 책이 명화이야기 첫 번째로, 앞으로 시리즈물로 계속 나온다고 합니다.
키스로 보는 명화도 무척 재미있었는데. 다음 책에서는 어떤 주제로 명화들을 다른 각도로 읽어줄 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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