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전화 감정
엄마의 전화 한 통에 울컥거리는 날이 많습니다. 점심먹고, 택배가 일찍 도착해서 헤벌레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주문해서 한 달은 걸릴거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 몹시 기분이 좋았어요. 이 때 엄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세상 심각하고 시급한 일인 것처럼...
"아빠가 해외에서 온 수표를 바꾸러 갔는데, 잘 안 되서 그냥 오셨다.
지난 번에는 국민은행에서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니?"
"......"
저는 남들에게는 일본여자같다는 소리 들을만큼 친절하나, 제 가족에게는 더럽게 무뚝뚝한 여자이므로..... 그 순간 '아..나보고 어쩌라고?' 라는 생각이 울컥 치밀며 묵묵부답으로 가만히 있었습니다.
뚱하게 "그런데?" 라고 되 물으니, 엄마는 쭈뼛쭈볏 같은 말을 반복하셨습니다.
"아니. 지난 번에는 아빠가 국민은행에서 바꾸셨는데, 오늘은 갔더니 뭣 때문에 안 된다고 해서 다시 오셨다."
"....."
전화 통화 상에서도 행간의 침묵에서 짜증이 느껴지셨나봅니다.
"혹시 네가 어떻게 하는지 아는 줄 알고."
'내가 은행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해외 수표 받을 일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알아.' 라는 짜증이 스물스물 올라왔습니다. 그나마 나이살이나 먹었다고 목구멍 언저리에 걸려있던 말을 홱 쏘아붙이지는 않고, 꼭꼭 씹어 삼키며
"나도 잘 몰라."
라고 짤막하게 대답하고 끊었습니다.
엄마와 이런 식의 퉁명스러운 통화를 하고 나면 뒤가 찜찜합니다.
제가 어릴 적에 엄마는 더럽게 귀찮은 일들을 다 감수하면서 이날까지 키워주셨는데, 딸년이라고 있는 것은 아주 사소한 질문 하나에도 귀찮다며 툴툴거리니...
참 부모의 마음과 자식의 마음은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을 때, 잘 해주실 때는 좋으나, 조금만 저를 귀찮게 하거나 힘들게 하시면 힘든 티를 팍팍 냅니다.
결국 마음이 불편해져서 은행 해외 수표 환전을 검색해서 다시 문자를 보냈습니다. 은행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하니, 다른 은행을 가보시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엄마도 마음이 상하셨나 봅니다.
답장이 없습니다.
엄마 전화를 뚱하게 받으면, 마음이 불편해져서 이럴 것을 알면서도 왜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가깝고 소중한 사람이니까 더 잘해야 하는데, 엄마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엄마니까 다 이해해 주시리라는 점을 너무 악용하고 있나 봅니다. 한 번은 실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바보인데... ㅠㅠ
'생활철학 > 생각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TV가 말버릇에 미치는 악영향 (0) | 2019.07.25 |
---|---|
왜 엄마 전화는 퉁명스럽게 받게 될까요? (5) | 2019.06.30 |
훈훈한 남양주 버스의 특이점 (1) | 2019.06.25 |
서울 지하철에서 볼수없던 경춘선의 특이한 풍경 (2) | 2019.06.19 |
나의 어떤 모습에도 날이해해주고 내편이 되어줄것같은 믿음이 있어서인것같아요.
저도 그럴때가 있더라고요 부모님이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가 어렵게 해결하시고 나중에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왜 진작 나한테 얘기하지 않았냐라고 말하면서도 그런 상황에 연락받으면 귀찮은내색을 하곤하죠 ㅠㅠ 왜그럴까요
정말 몰라서 그러시는 거였더라구요. 어릴때는 엄마아빠가 만능인줄 알았는데.. 더이상 어벤저스급 초인이 아니라, 내 어깨를 빌려드려야 하는 초라한 노인이 되어간다는걸 인정해야하더군요.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걸 알고는 전보다는 "덜 싸가지없이" 굴려고(..) 노력합니다.
엄마들은 딸들의 귀찮아서 그저 툭 뱉은 말에도
가슴에 상처가 됩니다
늙어가고 있는 자신의 초라함을 다시 깨닫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것도 초라해지고
컴퓨터의 컴 자만 들어도 가슴이 턱 막히고..
막상 알고 나면 쉬운데..
그러니 아들 딸들은 쉬운걸 물어보니 답답하고 본인도 모르는거 물어보면 또 답답하고 ..
어느 새
부모인 우리들은 자식이 해줘야만 세상을 살아가는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참 못됐다.. ㅋ 알면 고치면 되죠
전 어무이한테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난린데..
만만하다고 편하다고 막대하면 안되요~
친구든 엄마든 받는 만큼 돌려줘야 지요
하루하루 일상속에 솔직히 부모님은 없어요.. 하지만 날뛰도록 좋은일이 생기거나 정말 힘들고 지치는날엔 부모님 생각이나요... 그렇지만 내옆에 볼수있는 부모님이 있다는건 좋은거에요 보고싶어도 못보면 힘들어요.....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