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를 보면서는 학교선생인 양미숙(공효진)이 동료교사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유부남 은사님(서종철)을 좋아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서종철의 딸 서종희와 함께 서종철이 바람피우는 것과 이혼을 막기 위해 협력하는 내용이 상당히 코믹합니다.
관심받지 못하던 왕따이다 보니 선생님의 의례적인 관심이나 술에 취한 행동 하나조차 큰 관심으로 받아들이고 착각하는 모습은 어찌보면 주변에서도 자주 봄 직한 일 입니다.
오랜 기간 솔로라거나 주위의 애정을 받지 못하다가 누군가 조금만 친절하게 대해줘도 많은 사람이 착각하기 마련입니다. 다만 그 정도의 차이가 있어 누군가는 착각병(왕자병, 공주병) 소리를 듣고, 다른 이들은 금새 착각에서 벗어나기에 그런 소리는 안 듣는 차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는 그런 '착각'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착각을 잘 하는 경우는 상대의 호의나 작은 매너, 행동을 무척 순수하게 '관심'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착각을 잘 안하는 경우는 많은 경험 등을 통해 사람들의 가식적인 행동을 좀 더 잘 가려내거나, 순수한 행동도 저의를 의심하는 때가 많아서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속 주인공의 경우도 행동이나 사고가 무척 순수합니다.
세상에 닳고 닳은 사람들로써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생각을 하고, 상대의 행동을 너무 가감없이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주위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것 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주인공들은 교사와 제자라는 나이차이를 넘어 '우정'을 쌓을 수도 있고, 서로에게 더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또한 자신의 단점을 당당히 인정하고 꿋꿋하게 노력하는 모습은 오히려 왕따나 찐따가 아닌 사람들보다 훨씬 당당하고 밝습니다. 영화를 보며 오히려 더 불쌍한 쪽은 순수하고 열정적이지 못한 쪽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약은 체 하느라 상대가 호의를 보여도 의심하고, 좋아하는 것을 향해 돌진하지도 못하는 모습이 오히려 안쓰러운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보면서 정말 놀랐던 것은 '영화배우 공효진'이었습니다.
공효진씨가 원래 미모로 승부하는 배우는 아니었어도 스타일리쉬하고 예쁜 배우였습니다. 또 배우이기에 앞서 한 여자입니다. 누구에게나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것이 여자인데, 영화로 제작되어 만천하에 추한(?) 모습이 공개된다는 것은 상당히 꺼려졌을 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내내 단벌숙녀로 그녀의 큰 키를 더 껑충하게 보이게 하는 회색 코트 한 벌로 부시시한 곱슬에 붉은 얼굴을 하고 나오는 그녀를 보니... 진정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몰입이 있었기에 보는 내내 정말 '양미숙'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효진씨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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