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모인 친한 친구들이 한상 푸짐히 먹고 수다를 떠는데, 은행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지난 번에 반차를 내고 일을 보는데, 나는 그 시간에 돌아다녀 본 적이 없어서 너무너무 자유롭고 신이 났지. 그런데 신기하게 나만 그런게 아니라 그 시간대에 돌아다니는 직장인일 것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이 많은거야... 그 사람들은 도대체 직업이 뭘까?
은행에서도 점심시간도 아니고 낮 시간인데 여유롭게 와서 일 보는 사람들이 있거든.
분명히 전업주부나 집에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고, 일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뭘 하길래 그 시간에 돌아다니지?"
평일에 쉬어 본 직장인들의 공통적인 궁금증일 것 같습니다.
저도 어쩌다 한 번 평일에 쉬어서 너무 행복하지만 막상 할 일이 없어 돌아다니다보면, 괜히 백수처럼 보이는 것 아닌가 싶어 오늘 회사 쉬는 날이라고 묻지도 않았는데 이야기하기도 하고, 저는 쉬는 날이지만 평일 낮에 다니는 사람들은 다들 회사 쉬는 날은 아닐테고 뭐하는 사람들일까 참 궁금했었습니다..
친구의 궁금증은 1초만에 풀렸습니다.
마침 친구 앞에 주르륵 앉아있던 세 명이 그런 직업이었습니다.
"니 앞에 다 그런 사람이잖아.
학원, 딴따라, 대학원생."
마침 조로록 같이 앉아있던 친구들의 직업이 한 명은 학원장, 한 명은 음반활동하는 친구, 한 명은 대학원생이었습니다. 정확히 친구가 궁금해하는 주부같지도 않으면서 학생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백수처럼 보이지도 않는 낮에 돌아다니는 사람들 입니다. ^^;;;
저도 그 무리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낮 시간에 돌아다니는 점이 좋기도 하지만 불편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학원에 있을 때 그나마 저는 어린아이들을 가르쳐서 오후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했지만, 아는 분 중에 고등학생 과외 전문이셨던 분은 출근 시간때문에 유흥업 종사자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아이들 야자 끝나는 밤 10시에 맞춰 곱게 화장하고 출근하니까요. ^^;;
주위사람들 시선도 시선이지만, 친구들 만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동종업계 사람들끼리 만나면 다들 밤에는 초롱초롱하고 아침에는 자는 패턴들이라서 그럴 때 만나고 전화하고 하면 되는데,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일을 하는 친구 만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친구 출근해서 일할 때 저는 놀고, 친구 퇴근할 시간에 저는 일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한 번 약속잡고 만나기가 참 어렵기도 하고, 대부분 친구들은 아침출근 저녁퇴근이다 보니 그 시간 위주로 일이 계획될 때가 많아 불편할 때도 있었습니다.
예전에 새벽에 출근해서 밤 늦게 끝나는 일을 할 때는 제발 출근시간만 좀 늦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그런 직업을 갖고 보니 각각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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