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는 캔버스천으로 된 운동화나, 가죽신발조차도 엄지발가락 부분에 구멍이 났습니다. 키가 커지면서 발도 쑥쑥 자라 양말이나 실내화에 구멍나는 것은 잦은 일이었습니다. 그 때는 새 것 같은 양말을 신고 나왔어도 어느 순간에 보면 구멍이 쑥 나있어 그것이 너무 부끄러웠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양말에 구멍 좀 안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양말이나 신발 뿐 아닙니다. 어느 순간인가 아끼던 청바지는 발목이 껑충하게 나오고, 좋아하던 원피스는 엉덩이가 보일락 말락하게 작아져 버립니다. 그러면 어찌나 속상하던지....
마음에 드는 옷을 두고 두고 입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 바램들은 스무살이 넘어가면서 곧 이루어졌습니다.
더 이상 발이 자라지도, 키가 크지도 않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때 산 옷이나 신발이 지금도 잘 맞습니다. 요즘은 옷이나 신발의 재질이 좋아서, 낡거나 헤지지도 않아서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 옷이나 신발을 신을 수 있습니다. 디자인이 촌스럽고 유행이 바뀌어서 안 입고, 안 신게 될 뿐입니다.
그래서 커서는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옷을 사고, 기분 전환을 위해 옷을 사게 됩니다.
그러나 안 맞아서 못 입게 되는 옷은 거의 없고, 유행은 일정한 주기로 다시 돌기 때문에 버리게 되는 옷은 별로 없어서 옷장은 갈수록 미어터집니다.
이렇게 성장이 멈춘 것이 벌써 10여년 입니다. 그렇다 보니, 저는 키가 크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 입니다. 키가 자라지 않는다는 것, 키가 커지면서 겪는 일이 없다는 것... 이것이 너무도 당연해진 것입니다.체중은 변하니까 몇 kg인지 궁금해도 키는 계속 똑같으니 궁금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의 구멍난 실내화를 보며 아이들은 여전히 자라고 있지만, 나는 성장이 멈추었다는 것을 다시금 꺠달으며 조금은 서글퍼 집니다. 아이들은 '나중에 자라서..' '나중에 선생님보다 더 클거에요.' 라는 '나중의 키'라는 것이 있지만, 저는 10년 후에도 지금 키와 같겠죠....
어떤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성장이 멈추는 것은 아니며, 다만 어린 시절에 비해 아주 아주 더디어 질 뿐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주장은 25세를 기점으로 성장이 아닌 수축과 노화가 온다고 하기도 합니다. 사고에 따라 더 젊어질수도 있고, 운동을 함으로써 성인이라도 숨어있는 키를 발견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어떤 주장이 맞는 말이든 간에 확실한 건 대부분 성인들은 눈에 띄게 키가 팍팍 자라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성인이 되어 키가 변하지 않는 것은
키와 몸이 자라는 데 대한 관심을 줄이고,
생각과 사람이 자라는 데 대한 관심을 늘리라고 그런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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