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성인들에게는 가족구성에 대한 질문을 조심하면서도, 정작 어린아이들에게는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말을 할 때가 많습니다.
모든 가정이 이렇게 단란하면...
또래 아이들보다 무척 밝고 붙임성도 좋으면서, 똑똑한 아이가 있습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선생님~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말도 재잘재잘 잘하고, 가르쳐 주는 것도 잘 알아듣는 사랑스런 아이입니다.
어느 날 영어단어 세 개를 찾는 숙제를 냈던 적이 있습니다. 집에 종이사전이 없다는 아이들도 많아서, 그러면 핸드폰 사전이나 인터넷의 사전을 이용하라고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아이가, "제 핸드폰엔 사전 없는데요~" 라고 하더군요.
별 생각없이 "그럼 컴퓨터에서 찾으면 되잖아~" 라고 했습니다.
"저희 집에 컴퓨터 없는데요~" 하며 웃으며 대답하길래, 평소 장난기 많은 녀석이라 숙제하기 싫어서 장난을 하는 줄 알고 다시 이야기 했습니다.
"그럼 엄마 핸드폰이나 아빠 핸드폰에서 찾아봐~ ^^;;;"
"저희 엄마 없어요." 요즘에 맞벌이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부모님들이 집에 안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아이들이 뭘 하기 싫으면, "엄마없다, 아빠없다"는 엉뚱한 소리도 잘 해서 그냥 그런 말인가 했습니다.
"그럼 아빠 핸드폰에서 찾아봐..."
"아빠도 없는데..."
평소에 아빠가 백댄서였다는 이야기나, 아빠랑 같이 놀았다는 이야기도 자주해서, 당연히 농담이라 생각했습니다. 말장난을 끝내고, 따끔하게 이야기해야겠다 싶어 "아뭏든 해와!" 하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정말인데.. 아휴..."
하면서 한숨을 내쉬고 그렇게 집으로 갔고, 다음 날 숙제를 잘 해가지고 와서 그냥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아이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뭔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원장님께 조심스레 여쭤보았습니다.
"OO이는 엄마가 따로 사시나봐요..?"
"응~ OO이는 엄마 아빠가 이혼해서 할머니랑 살아. 아빠도 재혼해서 딴 여자랑 살고."
"그럼 할머니랑 둘이 사는거에요?" 이런.. 지난 번에 엄마 아빠가 집에 없다는 말이 이 말이었나 봅니다. 정말 미안해 졌습니다.
"응. 할머니랑 둘이 사는데, 할머니가 처음 학원 보내고 얼마 안되서, 부탁을 하더라고. 학교에서 숙제가 나왔는데 아이가 문제 풀게하고, 학부모가 채점하고 의견써서 보내라고 하는데, 할머니는 뭔지 잘 모르겠다고. 학원에서 좀 도와주시면 안되냐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지. 근데 OO이가 그날 따라 늦게 왔는데, 그거 채점하고 의견써줄려고 보니까 애가 아직 하나도 안 한거야. 그래서 학원에서 하라고 했지. 근데 갈 시간까지 다 못했어. 그래서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OO이가 너무 해맑게 웃으면서, 그러더라구.. "괜찮아요. 집에가서 마저 하고, 제가 대충 채점해가지고 가면 되요." .. 애는 이미 그런데 너무 익숙해진거지..."
그 얘기에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그 순간 OO이가 했던 얘기들이 하나하나 조각이 맞춰집니다. 엄마 아빠 사진을 핸드폰 메인화면에 두고 보는 일. 아빠만나서 아빠가 핸드폰에 게임 잔뜩 다운받아 줬다면서 자랑하던 일. 엄마가 저와 같은 나이라며 엄마 얘기를 자꾸 하던 일...
오늘도 학원에 와서 신이나서 자랑을 합니다. "아빠가 6월달에 컴퓨터 사준데요~ 정말 신나요~"
숙제를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정말 엄마 아빠와 함께 살지 않아서 엄마 아빠 핸드폰 사전을 빌릴 수 없었던 것이고, 할머니와 둘이 있다보니 정말 컴퓨터가 없었던 것인데....
아이를 몰아붙였던 일이 떠올라 정말 미안해졌습니다.
그 아이에게 실수한 것이 미안해서 다른 아이들에 대해서도 여쭤보니, 그렇게 조부모가 키우시는 아이들도 꽤 있었고,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한부모님이 키우고 계신 아이들도 꽤 있었습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조숙해서인지, 조부모님과 지내고, 한부모님과 산다고 하여 우울하고 어둡지도 않고, 오히려 부모님을 더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밝은 속 깊은 아이들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집안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전에 성격만으로는 전혀 눈치 챌 수 없었습니다. 보통의 가정과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 아무래도 어둡고 우울할거라는 것은 제 편견이었던 겁니다..ㅜㅜ
이혼율이 갈수록 증가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조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경우나, 싱글맘, 싱글대디이신 경우도 상당히 많아졌나 봅니다. 이혼을 하시지 않았어도 일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못 지내는 부모님들도 상당히 계십니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더라도, 요즘은 맞벌이 하는 분들이 많아 아이들을 부모님이 돌보시기 힘든 경우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아빠엄마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산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족과 가정의 모습은 이렇게 변해가지만, 교육은 그 현실을 전혀 모릅니다.
요즘은 학교에서 참여교육의 일환으로 운동회에도 아버지까지 꼭 참석할 것을 요구하고, 많은 행사에 학부모 참석을 강권합니다. 또한 부모님과 함께하는 가족신문, 부모님과 함께하는 생각학습, 부모님 점검 등등 부모님의 관심을 요구하는 부분이 옛날보다 더욱 커졌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아이는 당연히 부모와 함께 살거다.'하는 편견에 너무나 익숙해진 듯이 그러한 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요령이 생긴 것 같지만, 선생님은 바뀌어 가는 가족구성의 모습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아이가 먼저 얘기하기 전에는, 친한척 하려고 아빠, 엄마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조심해야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자 그 아이가, "제 핸드폰엔 사전 없는데요~" 라고 하더군요.
별 생각없이 "그럼 컴퓨터에서 찾으면 되잖아~" 라고 했습니다.
"저희 집에 컴퓨터 없는데요~" 하며 웃으며 대답하길래, 평소 장난기 많은 녀석이라 숙제하기 싫어서 장난을 하는 줄 알고 다시 이야기 했습니다.
"그럼 엄마 핸드폰이나 아빠 핸드폰에서 찾아봐~ ^^;;;"
"저희 엄마 없어요." 요즘에 맞벌이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부모님들이 집에 안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아이들이 뭘 하기 싫으면, "엄마없다, 아빠없다"는 엉뚱한 소리도 잘 해서 그냥 그런 말인가 했습니다.
"그럼 아빠 핸드폰에서 찾아봐..."
"아빠도 없는데..."
평소에 아빠가 백댄서였다는 이야기나, 아빠랑 같이 놀았다는 이야기도 자주해서, 당연히 농담이라 생각했습니다. 말장난을 끝내고, 따끔하게 이야기해야겠다 싶어 "아뭏든 해와!" 하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정말인데.. 아휴..."
하면서 한숨을 내쉬고 그렇게 집으로 갔고, 다음 날 숙제를 잘 해가지고 와서 그냥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아이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뭔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원장님께 조심스레 여쭤보았습니다.
"OO이는 엄마가 따로 사시나봐요..?"
"응~ OO이는 엄마 아빠가 이혼해서 할머니랑 살아. 아빠도 재혼해서 딴 여자랑 살고."
"그럼 할머니랑 둘이 사는거에요?" 이런.. 지난 번에 엄마 아빠가 집에 없다는 말이 이 말이었나 봅니다. 정말 미안해 졌습니다.
"응. 할머니랑 둘이 사는데, 할머니가 처음 학원 보내고 얼마 안되서, 부탁을 하더라고. 학교에서 숙제가 나왔는데 아이가 문제 풀게하고, 학부모가 채점하고 의견써서 보내라고 하는데, 할머니는 뭔지 잘 모르겠다고. 학원에서 좀 도와주시면 안되냐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지. 근데 OO이가 그날 따라 늦게 왔는데, 그거 채점하고 의견써줄려고 보니까 애가 아직 하나도 안 한거야. 그래서 학원에서 하라고 했지. 근데 갈 시간까지 다 못했어. 그래서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OO이가 너무 해맑게 웃으면서, 그러더라구.. "괜찮아요. 집에가서 마저 하고, 제가 대충 채점해가지고 가면 되요." .. 애는 이미 그런데 너무 익숙해진거지..."
그 얘기에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그 순간 OO이가 했던 얘기들이 하나하나 조각이 맞춰집니다. 엄마 아빠 사진을 핸드폰 메인화면에 두고 보는 일. 아빠만나서 아빠가 핸드폰에 게임 잔뜩 다운받아 줬다면서 자랑하던 일. 엄마가 저와 같은 나이라며 엄마 얘기를 자꾸 하던 일...
오늘도 학원에 와서 신이나서 자랑을 합니다. "아빠가 6월달에 컴퓨터 사준데요~ 정말 신나요~"
숙제를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정말 엄마 아빠와 함께 살지 않아서 엄마 아빠 핸드폰 사전을 빌릴 수 없었던 것이고, 할머니와 둘이 있다보니 정말 컴퓨터가 없었던 것인데....
아이를 몰아붙였던 일이 떠올라 정말 미안해졌습니다.
그 아이에게 실수한 것이 미안해서 다른 아이들에 대해서도 여쭤보니, 그렇게 조부모가 키우시는 아이들도 꽤 있었고,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한부모님이 키우고 계신 아이들도 꽤 있었습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조숙해서인지, 조부모님과 지내고, 한부모님과 산다고 하여 우울하고 어둡지도 않고, 오히려 부모님을 더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밝은 속 깊은 아이들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집안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전에 성격만으로는 전혀 눈치 챌 수 없었습니다. 보통의 가정과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 아무래도 어둡고 우울할거라는 것은 제 편견이었던 겁니다..ㅜㅜ
이혼율이 갈수록 증가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조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경우나, 싱글맘, 싱글대디이신 경우도 상당히 많아졌나 봅니다. 이혼을 하시지 않았어도 일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못 지내는 부모님들도 상당히 계십니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더라도, 요즘은 맞벌이 하는 분들이 많아 아이들을 부모님이 돌보시기 힘든 경우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아빠엄마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산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족과 가정의 모습은 이렇게 변해가지만, 교육은 그 현실을 전혀 모릅니다.
요즘은 학교에서 참여교육의 일환으로 운동회에도 아버지까지 꼭 참석할 것을 요구하고, 많은 행사에 학부모 참석을 강권합니다. 또한 부모님과 함께하는 가족신문, 부모님과 함께하는 생각학습, 부모님 점검 등등 부모님의 관심을 요구하는 부분이 옛날보다 더욱 커졌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아이는 당연히 부모와 함께 살거다.'하는 편견에 너무나 익숙해진 듯이 그러한 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요령이 생긴 것 같지만, 선생님은 바뀌어 가는 가족구성의 모습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아이가 먼저 얘기하기 전에는, 친한척 하려고 아빠, 엄마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조심해야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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