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교회다녀요?"
"응. 선생님은 성당다녀~"
"이단이다!"
"뭐?"
"성당은 이단이랬어요. 거긴 마리아 믿잖아요. 그리고 하나님이 아니고 하느님을 믿고요.... 그리고.. %^&*()))%$*...."
그렇게 10살 아이는 나에게 천주교가 이단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해주었다.
종교에 관한 이야기는 참 민감한 부분이다.
그래서 성인들의 경우, 왠만하면 서로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고, 함부로 상대의 종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린아이여서 였을까. 너무 거침없이 "이단"이라는 단어를 내뱉는데 흠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나이 서른에 '천주교가 이단'이란 이야기를 처음 들어본 것이다.
성당(천주교)의 경우 제법 체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고, 구교로 부터 이어지는 정통성과 역사 덕에 이단이라는 소리는 듣지 않았던 것이다.
이단. 이단이 무엇인가?
어떤 종교집단의 내부에서 정통(正統)교리에서 크게 벗어나는 주장에 대하여 정통자측에서 부르는 배타적 호칭이 이단(異端, heresy)이다. 그렇다면 어떤 쪽이 정통자고 어떤 쪽이 아니란 말인가..
이단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면 어느쪽이 정통자인지에 대한 구분이 먼저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고 성당은 오랜 역사가 있고 단체가 크니 정통이고, 작은 신설교회는 아니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 이단이네 아니네를 따질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아이와 이야기 하면서 이런 소리없는 종교분쟁의 무서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내부에서 지역갈등, 빈부갈등 뿐 아니라 종교에 의한 갈등의 골도 깊었던 것이다.
이제 크리스마스의 불교예불은 새롭지도 않은 뉴스이다. 신부님과 목사님과 스님이 친구이신 경우가 많다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기독교(기독교의 정확한 뜻은 개신교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읽는 모든 종교를 가르치는 말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천주교와 개신교를 아우르는 말로 사용했다) 의 가르침은 사랑과 평화이다. "하느님을 공경하고, 네 이웃을 사랑하라"은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 역시 자비이다. 서로 베풀고 나누며 잘 지내라는 것이다.
즉, 어느 종교나 화합을 가르치지 서로 배척하고 반목하며 편가르라고 가르치진 않는다.
그런데 아이에게 도대체 뭘 가르치신 것일까.
자신의 종교의 특징과 타 종교의 특징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종교를 배척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사랑과 평화, 화합이라는 큰 교리는 제쳐두고, 다른 종교는 이단이며 우리 종교만이 최고라는 것을 가르친다는 것이 참 안타까웠다. 또한 어린 나이부터 그런 식의 편파적인 종교관을 심어두면 그 아이가 커서 다른 종교를 포용하고 어울려 살아가는데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는 우려도 들었다.
우리나라에는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문화가 있다. 지역에 따라 그 예법과 음식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닭찜이 꼭 올라가고, 해산물이 적은 반면 어떤 지역에서는 해산물로 한상이 차려지기도 하고, 지내는 예법도 다 다르다. 하지만, 그 모두가 조상에게 예를 차린다는 마음과 뜻은 똑같다.
마찬가지 아닐까. 같은 하느님(하나님)을 믿고, 성경을 읽지만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제사방식이 발전한것처럼 각각 표현하고 있는 것만이 다른 것은 아닐까.
나와 예법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양반이네, 상놈이네 가르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싶다.
우리나라는 다종교 국가이다.
유교문화와 불교문화가 많이 깔려있는 가운데, 기독교(성경을 읽는 종교)가 널리 보급되어 있다.
옆의 표는 2005년 통계청이 조사한 우리나라의 종교분포도이다. 전체 응답자중 53%가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고, 그 중 43%가 불교, 34.5%가 개신교, 20.6%가 천주교를 믿는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에서, '이단'을 운운하는 것은 결국 또다른 종교분쟁을 야기하고 있는 것 밖에 안 되지 않을까.
'이단'을 운운해야 할때는 종교라는 미명아래 나쁜 짓을 저지르거나 교주의 뱃속만을 채우고 있는 경우에나 적합하지 않은가 싶다.
어린아이에게 종교관을 심어주고 있다면, "다른 종교는 나뻐! 이단이야!"가 아니라,
"다른 종교는 우리종교와는 이런 차이점이 있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믿음을 가지고 착하게 살아가려고 애쓴단다. 서로 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야. "
라고 가르쳐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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