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여자친구 힘들때 위로 필요없어, 남자친구 힘들때 그냥 두는 것이 도와주는 일일수도.
너무 힘들때는 연애질이 배부른 소리 같습니다. 상황이 너무 힘들고 안좋을때는 정말 좋은 사람있다고 소개팅을 해줘도 만날 여유도 없고, 있는 여자친구 지키기도 너무 힘듭니다. 힘들어하는 남자친구를 바라보는 여자친구도 힘들고요..
상황이 그냥 깊은 한숨만 나오는 상황일 때..
답이 없습니다.
20대에 아빠가 정년퇴직을 하셨을 때. 저는 아직 학생이었고 집안 분위기는 우울한데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 때 깊은 한숨만 푹푹 내쉴 때, 그때 남자친구는 나름 도움을 주겠다며 현실적인 조언을 했습니다.
"니가 한숨쉰다고 달라지는 것 없어. 니네 아버지가 퇴직하신다고 해도 당장 먹고 살 연금은 나올거잖아. 그러니까 우선은 니가 졸업부터 해야지. 죄송하지만 용돈 받을거 제대로 받고, 니 앞가림부터 해."
틀린 말은 아닌데, 당시에는 제가 너무 힘이 들어서 그런 말이 곱게 들리지가 않았습니다. 위로를 해줘도, 조언을 해줘도 제가 너무 예민하고 까칠한 상태이다 보니 좋은 말이 좋은 말로 들리지가 않았던거죠. 그리고 짜증만 났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제가 늘상 힘든 상태였던 것은 아닌데, 좀 힘들고 지쳐있을 때 이럴때나 좀 힘이 되어주면 좋으련만 정떨어지는 소리만 골라하니 미웠어요.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위로를 해줘도 조언을 해줘도 짜증만 부리니 남자친구도 짜증이 났겠죠. 다음 상황은 둘이 만나면 짜증내고 티격태격하며 싸우는 일 밖에 없었습니다.
"이럴꺼면 그냥 좀 냅두라고."
이렇게 예민한 상태였고, 남자친구는 남자친구대로
"나보고 어쩌라고. ㅡ,,ㅡ +"
이런 상황..? 아주 완벽한 악순환이었습니다.
집안 힘듦 --> 불안함. 예민함. --> 남자친구에게 짜증냄 --> 남자친구 나름 조언함 --> 더 짜증남 --> 남자친구도 짜증남 --> 계속 싸움 --> 집안 상황도 안 좋은데, 남자친구와 사이까지 안 좋으니 시베리아 벌판에 나홀로 서 있는 것처럼 외롭고 힘듦 --> 마음이 약하고 예민해져 있으니 대수롭지 않은 일에 짜증내고 울컥 받아버림 --> 남자친구도 못 견딤 --> 깨짐.
반대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남자친구가 힘들때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힘을 주고 위로해주고 싶어서 애를 쓰지만, 위로를 해줘도 조언을 해줘도 곱게 듣지를 못하고 짜증만 부리기 일쑤입니다.
이렇게 연인이 힘들때... 대체 어떻게 해줘야 될까요...
"힘들때 큰 힘이 되어준 여자친구에게 감사해"라는 허상을 버리기
인터뷰 할 때보면, "힘들때 큰 힘이 되어준 여자친구에게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말.
정말 자주 나옵니다.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내어 더 끈끈한 연인 사이를 보면 참 좋아보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내 남자친구가 힘들때 "큰 힘이 되어준 여자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나 큰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너무 애를 쓰면 빨리 지칩니다.
남자친구 힘들때 위로하고 힘을 주고 싶은 입장에서는 빨리 효과를 보고 싶거든요. 방긋 미소 한번만 지으면 남자친구가 우울한 마음이 싹 사라졌으면 좋겠고, 맛있는 것을 사주면 마음이 풀렸으면 좋겠고, 이런 식으로 빨리 효과를 보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힘든 상태에서는 뭘해도 감흥이 별로 없습니다. 사람이 마음이 편해야 맛있는 것을 먹어도 맛있는 줄 알고, 좋은 것을 봤을 때 좋은 줄 압니다. 마음이 불편하면 산해진미도 모래알 씹는 것 같고, 아무리 좋고 아름다운 것을 봐도 그냥 흑백무성영화 보듯 스산하게 봅니다.
옆에서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려고 애쓰던 사람도 지쳐요. 그리고 어느 순간이면 울컥합니다.
"내가 이렇게 까지 하는데 어쩜 그러냐." "이 정도로 애쓰면 너도 좀 노력해야 되는거 아냐?"
이런 식. 그러나 남자친구 힘들때 상태는 자기 자신의 문제가 너무 힘이 들어서 여자친구를 배려할만한 여력이 눈꼽만큼도 없기 때문에 서운해 하는 것 자체도 피곤하게 구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십상입니다. 이러면 연인사이가 더 피곤해져요. 차라리 아무것도 안하고 울컥하지 않는게 도와주는 겁니다.
자가치유할 시간이 필요해
약간 힘들때는 술한잔 하면서 털어버릴 수도 있고, 따뜻한 포옹 한 번에 마음이 풀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답이 없는 힘든 상황 - 집안이 망했을때, 부모님이 중병으로 아프실때, 상황이 꼬여서 풀리지 않을때, 회사에서 짤리거나 그만뒀을 때 등등 내 힘으로 어떻게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일때 -는 술을 마신다고 풀리는 것도 아니고, 옆에서 위로해 준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 심리학이 유용한데... 상황을 바꿀 수가 없으면, 마음을 바꿔야 됩니다.
예를 들어 집안이 망해서 미칠듯이 힘들때, 처음에는 못 견디겠지만 서서히 마음을 바꾸면서 이런 고난도 겪어봐야 나중에 대성한다고 생각을 하거나, 그동안 풍족히 살아온 것에 감사하거나 하는 식으로 마음을 바꾸고 현실에 적응을 해가야 치유가 됩니다.
힘든 상황에서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나보면... 불과 며칠일 때도 있고, 몇 달, 일 년여 정도만 한발 떨어져서 기다려주면 해결될 때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은 회사 그만뒀을 때는 약 6개월 ~ 1년 정도 예민하고요. 초반 6개월은 뭐 먹고 사나 때문에 예민하고, 6개월이 지나면 그동안 벌어둔 돈이 푹푹 닳기 시작하기 때문에 예민해요. 가족 문제는 영원히 지고가는 짐이라 딱히 답은 없는데 극적인 상황이 벌어지면 몇 달 정도면 스스로 추스리곤 합니다. 이직, 입학 등의 이벤트에는 석달에서 반년 정도 적응기간이 필요하고요. 몸이 아프면 다 치료할 때까지 몇 달 정도 걸리고요.
몇 달, 1년, 2년이 무척 긴 시간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이 정말 소중한 사람이어서 인생에서 없어서 안될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잃어버려서 힘들어할 시간에 비하면 짧습니다...
그냥 뒤에 서 있어주면 돼
정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으면, 일상적으로 대해주면 됩니다.
평소와 달리 너무 챙기려고 하는 것은, 이미 "너는 지금 힘들고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데이트 하고 연애질하면서 정말 즐거운 점 중의 하나는 잠시나마 현실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마치 초등학교 때 집에서 아프다고 끙끙 앓다가 학교에 데려다 놓으면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사이 언제 아팠냐는 듯이 스르르 낫는 것과 비슷합니다.
장례식장에 조문갔을 때, 예의상 잠깐 동안은 고인에 대한 인사를 하지만, 이내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수다를 떠는 것이 오히려 상주들의 슬픔을 덜어주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자친구 힘들때 너무 그것에 집중하여 풀어주려고 애쓰기 보다 그냥 옆에 있어만 주는 것이 큰 도움일 수 있어요.
"힘들때 옆에 있어준 여자친구에게 큰 감사" 라는 말은 정말로 말 그대로 힘들때 짜증나고 예민해져 있었어도 떠나가지 않고 한걸음 뒤에, 한걸음 옆에 서서 기다려 준 것이 고맙다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흔히 실연에는 시간만이 약이라는 말을 합니다.
실연 뿐 아니라.. 살면서 힘든 순간들에도 시간만이 약인 때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힘들때... 충분히 힘들어 하고, 스스로 치유하는 동안 지켜보며 기다려 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쉽지 않은 힘든 시기를 기다리고 인내해 주었기에, "힘들때 곁에 있어준 고마운 여자친구"가 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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