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같이 편들어주기가 해법일 때도 많다.

어릴 적 할머니들은 내 편이셨다. 내가 뭘 잘못해서 혼날 상황이 되어도 가장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 주시던 분이다. 할머니 등뒤로 숨으면 도끼눈에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부모님의 분노를 잠시 피해갈 수 있다.
"우리강아지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냐.. 아범이 (애미가) 한 번 봐줘라~ 애가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내 편을 들어주셨다. 커서도 그렇다. 누가 날 괴롭혔다든가, 속상한 일이 있어 질질 짤때도
"누~~가? 누가 우리새끼를 속상하게 했누.. 할머니가 혼내줄께.. 뚝!"
하시는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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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나날이 개인적이 되어가고 솔직함이 미덕이 되는 사회가 되어간다. 이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렇다 보니 할머니같이 무조건 내 편부터 들어주는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특히 해결책을 알고 있지만 위로가 필요할 때 그렇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문제가 있을때, 정말 해결책을 모르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해결책을 알고 있다. 상사가 문제면 상사와 터놓고 이야기를 해서 문제를 풀거나, 이직또는 퇴직을 하면 된다. 해법을 알면서도 친구에게 이런게 고민이라고 투털대는 것은 그냥 친구들의 편들어주기나 동조해 주는 위로가 좋아서 일때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븅.. 니가 바보라 그래.." 라거나, "니가 이렇게 했어야지, 저렇게 했어야지" 하는 것은 별 도움이 안된다. 대개 이런 조언들은 당사자의 우울함이나 속상함을 증폭시켜줄 뿐이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틀렸다거나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남의 입을 통해 재 확인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냥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진심어린 대답을 해 주노라면 문제를 털어놓던 사람도 스스로 마음이 풀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가끔 친구들이 고민을 털어놓을 때 해결사 마냥 해결하려고 들지 마라. 그냥 할머니처럼 진심으로 편을 들어주어 보자.

단, 편을 든다고 상대를 욕하는 것은 금물이다.
연인사이의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에게
"그 놈이 죽일X이네.. 나쁜 X이네.. 헤어져!" 하는 말은 삼가하는 것이 좋다. 대개의 경우 화해한 다음에는 언제그랬냐는 듯 바퀴벌레처럼 붙어다닐 것이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내가 했던 험담까지 애인에게 고스란히 일러 상대와의 사이가 서먹해 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편을 들어주더라도 "정말 네가 속상했겠구나... 난 네 심정 이해해.." 하는 것이 좋다..

한 심리 컨설턴트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의외로 말을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을 둘 씩 짝을 지어 3분간 한 사람은 계속 이야기를 하고, 한 사람은 말하는 상대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아무 말없이 ("그렇구나," "응"하는 말조차 하지 않는 것이 규칙이었다고 한다.) 들어주는 실험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는 대개의 사람들은 말을 상대가 잘 들어준다는 사실 만으로도 큰 행복감을 느꼈으며 상대에게 큰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참가자들 대부분이 했던 이야기가
"이렇게 남의 말을 열심히 들어 본 적이 없던 것 같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남의 말을 들으면서 머리속으로 딴 생각을 하거나 응수할 말을 생각하느라 바쁘지, 상대의 말에 온전히 집중하는 순간은 참 드물다.  

가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잘 들어줘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잠시동안은 할머니들처럼 온전히 그 사람의 편이 되어줘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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