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음식맛이 바뀌는 거 아세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에 얽힌 옛 이야기를 알고 계실 것입니다.

옛날옛적에 박상근이라는 푸주간 주인이 있었습니다. 한 양반이 와서는
"이놈~ 상근아! 고기 한근만 썰어주거라!"
하자, 푸주간 주인은 "예~" 하며 고기를 썰어 주었습니다. 잠시 뒤 또 다른 양반이 와서
"이보게, 박서방. 고기 한근만 썰어주겠나? "
하자, 푸주간 주인은 역시 "예~" 하며 고기를 썰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한근인데 이번에는 처음 주문한 고기의 두배 크기로 썰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화가 난 첫번째 손님이 물었습니다.
"똑같은 한 근인데, 왜 저 사람의 것은 내 것보다 크냐, 이놈아!"
그러자, 주인은 대답했습니다.
" 그 고기는 상근이가 썰었고, 이 고기는 박서방이 썰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지금에도 하나 변함없이 통용되는 것 같습니다.


가까운 분이 식당을 하셔서, 일하는 분들이 펑크를 내거나 일이 생기면 가서 도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럴때면 저 고기집 주인의 심정을 그대로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손님은 오셔서 다짜고짜, "아줌마, 라면 하나!" 하십니다.
그러면 정말 최소옵션 라면만 끓여드립니다. 아직 창창한 아가씨한테 아줌마라뇨! ㅡ,,ㅡ 거기서 맘이 한 번 상하고, 다음으로 말이 짧고 거칠어서 또 한 번 맘이 상하기에 음식에 담아줄 마음이 눈꼽만치도 안 남습니다. 성질같아서야 "제가 어딜봐서 아줌마에요?!" 하고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어지지만 장사를 해야하는 입장이니 참고서  말없이 맛없게 라면을 끓입니다.

다른 손님이 오셔서 주문합니다. "아가씨~ 라면 하나만 끓여주세요."
이번엔 청양고추도 썰어넣어주고, 파도 쫑쫑 썰어넣어주고, 라면의 간이 맞는지 안맞는지 정성을 들여가며 면도 많이 휘저어가며 끓여줍니다. (면을 많이 못살게 굴수록 면이 쫄깃쫄깃해지면서 맛있어 집니다.) 가끔 더 이쁜 손님은 콩나물이나 오징어도 더 넣어드립니다..^^;;;

라면, 라라윈

비단 라면을 끓일때만 이렇게 듣기 좋은 말에  더 맛있는 라면을 드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식사 한 상을 차릴때도 같았습니다. 듣기 좋게 말씀하시고 일하는 사람을 배려해주시는 손님께는 감춰둔 반찬 한가지라도 더 가져다 드리게 되지만, 반말로 듣기 싫은 소리를 하시는 손님께는 드려야 되는 가지수보다 한 가지 정도는 빼먹고 드리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같은 돈을 내고도 자신의 태도에 따라 더 대접을 받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일을 겪고 보니 그 다음부터는 다른 음식점가서 이쁘게 보일려고 많은 노력을 합니다. 노력의 결과였는지 감자탕 집에서 이쁨을 받을 일이 생겼습니다.  여럿이서 감자탕을 먹다가 부족해서 뼈를 추가로 시켰는데, 아주머니께서 비닐장갑을 끼시고 뜨거운 고기를 일일이 부글부글 끓는 냄비에 넣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손이 얼마나 뜨거우셨을까요..
"아유.. 아주머니 손이 너무 뜨거우실 것 같아요.. 그냥 팍 부어 주세요.."
"아가씨 맘도 이쁘기도 하지.. 팍 부으면 뼈다귀라서 국물이 사방에 튀어서 이렇게 일일이 넣어주는거야..나 손 뜨거울까봐 걱정도 해주고.. 고마워.."
하시더니, 잠시 뒤 김치를 추가로 부탁드리자 원래는 추가금액을 받는 굴을 공짜로 잔뜩 얹어 주셨습니다. 곧이어 밥 하나를 볶아 달라고 했는데, 넷이 먹고도 남을 만큼 많이 볶아 주셨구요.
아마도 아주머니도 제가 라면을 맛있게 끓였던 마음같이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예쁜 손님으로 봐주셨던 모양입니다.


음식점에서 내 돈 주고 사먹는 거고, 난 손님이니까 왕이다 라는 생각으로 퉁명스럽게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겁니다.. 원래 말투가 그러실 수도 있고요..
제가 그랬었습니다.. '내 돈주고 내가 사먹는데 파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마워하고 친절해야되는거 아냐?' 하는 생각으로 무척 못되게 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파는 입장을 경험하고 보니, 그런 못된 자세가 결국에는 제 손해 더군요.
음식점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이 섞이게 마련입니다. 숨겨둔 반찬이라도 하나 더 꺼내주고 싶은 손님이 있는가 반면에, 최소한으로 줄것만 딱 주고 말고 싶은 얄미운 손님도 있는 법입니다.

이왕이면 예쁜 말 한마디로 더 대접받는 것이 서로 행복한 일 아닐까요?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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