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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있는 사람과 사귈때 알아두면 좋을 점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우울증 환자와 연애할 때 힘든 점

이 글은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시는 분들께서 싫어하실 글 입니다. 우울증 환자 옆에 있는 사람 입장에서 이기적으로 쓴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람이 우울증 있는 사람과 사귀는 것보다, 우울증인 분들이 사람 사귀는 것에 대한 고민이 더 큽니다. 연애에 조심스럽고요. 어렵게 용기내어 연애를 시작하셨을텐데, 우울증 환자와 사귀는 옆 사람 입장을 말씀드리는 것이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분께 또 다른 고통이 될까봐 걱정스럽습니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와 사귀고 있는 것에 대해 물어보신 분께서도, 우울증 환자가 사람 사귀는 것에 대한 정보는 있으나 우울증 환자와 사귀는 것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에 물어보신 것 같아 조심스레 이야기를 드릴까 합니다.


연애가 사람마다 다 다른 것처럼 우울증 환자와 우울증 환자 옆사람의 관계도 다 다르니, 제 이야기는 하나의 사례로 봐 주세요.


건강한 심리 상태의 사람과 사귀는 것도 쉽지 않을 때가 있는데, 우울증 환자 옆에 있는 것은 겁나 힘들어요. 엄청 괴로워요. 환장할 것 같아요. 우울증을 겪어 내고 계신 분들도 대단하지만, 우울증 환자의 가족, 배우자, 연인들도 대단한 사람입니다.


우울증 있는 사람과 연애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며? 왜 이렇게 안 나아?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다." 라는 비유가 유명합니다. 우울증은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미에서는 훌륭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모든 간략한 비유에는 함정이 있듯이 이 말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우울증이 감기처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을 것 같거든요. 감기 정도로 병원 안 가는 사람도 많고, 애초에 감기 걸리는 자체가 몸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울증 환자가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저절로 괜찮아 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네버. 네버. 네버에요.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에요.

보통 사람들이 감기처럼 겪는 우울증도 몇 달, 혹은 1년 정도 갈 수 있는데, 우울증 환자로 진단 받은 분들은 4~5년 이상 가는 것 같아요.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 제 주위의 경우는 10여년 째 입니다.


몇 달 정도면 나아서 다시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될 줄 알고, 몇 달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년 단위가 넘어가니 몹시 지칩니다. 이제는 그냥 그 사람이 원래 우울한 사람 같아요. 그러다가도 이전의 모습을 떠올리면 괜찮아 질 것 같다는 희망이 잠깐 스쳤다가 우울해져서 이상한 소리 해대면 절망하게 되고요. 치료라도 제대로 받으면 좀 더 희망이 생길 것 같은데, 치료도 안 받고 우울증에 허우적대면 언제 나아질지 기약이 없습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데, 우울증은 기간이 상당히 길어서 옆사람 나가 떨어지기에 딱 입니다..... ㅠㅠ



도와주려는 것이 상처

우울의 증상에 따라 다르나,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는 것이 우울증 환자를 괴롭히기 일쑤 입니다.


우울할까봐 집에 있지 말고 나오라고, 만나자고 하는 것도 우울한 사람에게는 큰 스트레스에요. 자신의 마음을 추스릴 에너지도 없는데, 자꾸 밖으로 나오라고 하니 에너지 없는 사람에게는 고역입니다. 건강한 마음일 때는 혼자 있으면 우울할까봐 나오라고 챙겨주는 것도 고맙겠죠. 그러나 자신을 챙길 에너지도 없는 상태에서는 고마운게 아니라 '제발 날 좀 가만히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톡 하나, 문자 한 통 조차도 부담스러워 할 수 있어요.

조언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네 마음 먹기에 달렸다!"
"긍정적으로 마음 먹어. 괜찮을거야. 힘내."

라는 조언을 무척 힘들어 합니다. 우울증 증상은 남들은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일조차 큰 스트레스로 느낍니다. 건강한 마음일 때는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아무렇지 않은데, 많이 우울한 상황에서는 '너는 네 마음도 마음대로 못하는 한심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니가 우울하고 괴로운거다.'라고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더라도, 무슨 말이든 우울증 환자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어요. 건강한 상태의 사람에 비해 100배 혹은 만배 정도 더 섬세하게 받아들여요. 게다가 방향은 부정적으로 예민하게 받아들여요.


"운동이라도 해 봐."

그럴 에너지가 있으면... 우울증에 빠지지도 않았을 거에요. 만사 귀찮고 한 몸 가누기도 힘든 사람입니다.


옆 사람 입장에서는 다 도와주려고 하는 말 입니다. 사랑하니까 하는 말이고요. 그러나 도움은 커녕 해악이 될 수 있습니다.


옆 사람 입장에서는 우울증 있는 사람의 이런 상황이 굉장히 괴롭습니다.

우울증 환자가 건강한 마음인 사람과 똑같이 반응한다면 우울증이 아닌건데, 막상 겪으면 우울증 환자의 예민한 반응을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무기력한 느낌도 들고요. 정말로 도와주려고 하는건데 도움은 커녕 점점 악화되니까요.....



이해불가

우울증을 겪은 사람도 우울증 환자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우울증의 전반적인 고통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현재 그 사람의 고민을 이해하거나 공감해 줄 수가 없다는 뜻 입니다. 고로 보통 사람은 99.9% 이해 불가능 입니다.


대체 왜 저렇게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떤 포인트에서 터질 지 모르기 때문에 살얼음 걷는 기분도 들고요.

어떨 때는 애정을 갈구하고 불안 초조해 하는 것 같다가, 어떨 때는 밀쳐내고 회피하는 것 같고요. 어떨 때는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하다가, 어떨 때는 "옆에 있는게 스트레스 받는다, 마음의 부담이 된다, 옆에서 도와주는데 전혀 나아지지 않으니까 더 미안하다. 볼 면목이 없다"면서 갑자기 카톡 차단하고 전화번호 다 차단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일관성이 있으면 그나마 패턴을 파악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책도 읽고 인터넷도 찾아보고 임상 심리 하시는 분들께 여쭤보기도 했으나, 큰 틀에서 우울의 특징은 대충 이해가 되나 개인을 이해하기는 불가능했습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감정이 크다보니, 차분히 대할 수가 없었어요. 우선 제 마음을 차분히 다스려야 하는데, 온갖 감정이 섞이니 제 감정 다독이기도 쉽지 않아서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힘들었습니다.

차라리 사랑하지 않는 사람, 먼 사람이라면 '그냥 환자구나...' 라고 생각하고 견딜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니까 빨리 나아져서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는 기대가 있고, 사랑하니까 빨리 나아서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서 내려놓기가 힘들었어요.


가뜩이나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이해 불가인 일들이 많은데, 상대가 우울증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인 경우 난이도가 X100이 됩니다.



방법은 지름길 없이 사랑과 인내 뿐

너무 힘들어서 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심리학과 찬스로 많이 여쭤 봤습니다.

임상심리 하신 선생님은 "힘들지..... 당사자도 많이 힘들지만 옆 사람도 참 힘들지..... 멀리 가지는 말고 옆에서 따뜻하게 지켜보며 기다려줘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지...." 라며 다독여 주셨습니다. 제가 상담 받으며 위안이 많이 되었습니다.

우울증 환자와 잘 지내는 것에 빠른 길이 없습니다. 굉장한 사랑과 인내로 참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보통 사람이 감당하기 쉽지 않습니다.


참 많이 힘들어요. 우울증 환자 반응 때문에 상처도 받고, 도와주고 싶은데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무기력하기도 하고, 대체 언제까지 저러려는 건지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요. 상대방을 부축해서 세워주고 싶은데, 아무 의지없이 축 늘어져 있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했어요. 우울증 환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짜증내며 지처가는 제 자신이 실망스럽기도 했고요. 포기하고 한 발짝 물러 날 때는 힘든 사람에게 더 상처준 것 같아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우울증 환자 옆 사람이 느끼는 고통은 우울증 환자가 느끼는 것에 비하면 세발의 피겠지만, 힘들어요.

우울증 환자 옆에 있는다는 것. 변함없이 인내하며 사랑하는 것이 굉장히, 괴외애애애애애애앵장히 힘듭니다.


우울증 환자를 항상 상담하시는 선생님들도 힘이 드신다고 합니다. 선생님들도 선생님의 선생님인 슈퍼바이저에게 정기적으로 상담 받으시면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십니다. 오랜 시간 수련하신 분들도 힘드실 수 있으니, 보통 사람이 힘든 것은 당연한 반응일 수 있습니다.



다시 시작으로 돌아가, 우울증 환자와 사귀는 것에 대해 물으신 분께 의견을 드리자면, 제가 아는 분이라면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을 거에요.

우울증 환자 분 입장을 생각하면 사귀는 사람이 생긴 것이 축하할 일이나, 우울증 환자 옆에서 괴로워하게 될 분 입장을 생각하면 "도망쳐." 라고 하고 싶어요.... "세상에 좋은 사람 많아요. 굳이 우울증 환자와 사귀는 고행의 길에 뛰어들 필요 없어요." 라고....



추천글 : 우울증 치료에 대해 잘못 알려져 있는 것


본문보다 댓글에 보석같은 정보와 의견이 많습니다. 우울증 환자와 사귀기로 결심하셨다면, 아니면 사귀던 사람이 우울증에 걸렸다면 위 글의 댓글이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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