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의 평범한 일상

코로나 일상 소회

상반기만 해도 코로나 이후가 곧 올 줄 알았는데, 어느덧 코로나와 함께 사는 것이 제법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1. 커피숍에서 대각선 앞 쪽에 앉아 계신 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는 분 같았어요. 오랜만에 우연히 커피숍에 만나다니 몹시 반가웠습니다. 일행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계시기에 인사할 타이밍을 노리며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었습니다. 계속 그 분을 시선으로 쫓던 중, 자리에서 일어나셨습니다. 나가시나 봅니다.

가시기 전 인사를 드리려고 한 번 더 궁둥이를 들썩이는 순간, 마스크를 내리셨습니다.

아... 모르는 분 입니다. 덥썩 아는 척 했다가 무안할 뻔 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이마와 눈이 닮으면 아는 사람인가 착각하는 날이 많습니다.


2. 벌써 반 년 넘게 계속되는 코로나로 인해 우울, 짜증과 분노에 시달리는 주변인이 많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의 안부를 묻고 연락을 하라고 하나, 연락을 하는 것이 폭탄돌리기처럼 느껴집니다. 우울, 분노, 짜증도 나누면 두 배가 됩니다.

저도 덩달아 우울해지고, 짜증나고, 울화가 치밉니다. 제가 폭탄인 날도 많습니다. 의례적으로 잘 지내는지 물었을 뿐일텐데 하소연을 늘어놓습니다. 저로 인해 상대도 기운이 빠지고 이야기가 끝납니다.

힘들 때일수록 서로 힘을 합치고 연대해야 한다는 말에 숨은 전제가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제 자신을 추스리지 못하고 마구 방출하면 상대마저 끌어내리는 물귀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3. 나가고 싶으면서 집에 있고 싶습니다. 여행이 가고 싶고 어딘가 훌쩍 다녀오고 싶습니다. 그러나 나갈 일이 생기면 달갑지 않습니다. 사람을 만날 때 불편함이 드는 레이더가 더 예민해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길 가는 사람, 주변에 지나는 사람을 일일이 신경쓰고 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감시원이라도 된 듯 마스크 제대로 썼는지 살피고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채점하는 사람처럼 굴고 있습니다.

그저 반가워하면서 악수를 청하셨을 뿐인데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옷깃만 스쳐도 불쾌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툭툭치고 자기 먼저 간다고 하는데 그냥 가면 될 일이지 사람을 왜 건드리는지 짜증이 벌컥 나기도 하고요. 이런 예민한 불편함은 남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저에게도 향합니다. 들숨 날숨 쉬다보면 맡게 되는 제 입에서 나는 단내와 마스크 재질이 섞인 오묘한 냄새에도 예민해집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가 안전지대로 돌아오면 진이 빠집니다.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다 안전함에 익숙해지면 나가고 싶고, 나가면 예민해지며 불편함과 싸우다 진이 빠져서 돌아옵니다.


stay home


4. 미래에 대한 생각이 부쩍 많아집니다. 코로나 이후는 어떻게 될까요?

상반기에는 이에 대한 답을 얻고자, 포럼을 열심히 쫓아다녔습니다. 한 가지 답을 얻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 유명한 사람이라해도 답을 모른다는 것 입니다. 누구도 이런 역병을 이런 시대에 겪어본 적은 없는 탓인 것 같습니다. 1월에 내 놓은 예측, 2월, 3월에 내 놓은 유명인과 전문가들의 예측이 줄줄이 틀리고 있습니다. 앞으로에 대한 예측도 계속 틀릴지도 모릅니다.

에이. 전문가라더니 별거 없네. 하는 마음이 들며 그들을 저와 같이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끌어내리자, 제가 꽤 똑똑한 사람이 된 것 같은 헛된 감정이 잠깐 들었습니다.

뒤이어 그동안 참 쉽게 다른 사람의 예측에 의존해 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소하게는 날씨부터 경제전망, 사회동향 등. 제가 직접 고민하고 예상해보기보다는 누군가 말하면 쉽게 그것을 믿어 버렸습니다. 그러다 그들의 예측이 틀리는 날에는 방금 전처럼, 에이, 전문가라더니.. 라면서 욕을 하고 좀 더 예측력이 좋은 놈(..)을 찾았고요. 제가 모든 것을 다 알 필요는 없으니 적당히 전문가의 의견을 참조하는 것이 좋은 방략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겪어본 적 없는 상황이 닥치니 옛 현자처럼 자신만의 세상보는 눈과 지혜를 길렀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5. 시간이 더디가고 빨리 갑니다. 방학이면 한 것도 없는데 방학이 훌쩍 지나간 느낌이듯, 코로나 기간동안 별다른 일이 없었다 보니 매듭으로 남는 기억이 적어 시간이 훅 간 느낌입니다. 그러나 잠자리와 책상 정도 오가며 좁은 공간에 머무르니 하루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기분입니다.


©서른 살의 철학자, 여자(lalawin.com) 글을 퍼가지 마시고 공유를 해주세요.
불펌 적발 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