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주인의식 #6. 욜로는 여행?
욜로가 유행이던 시절, 흥미로운 현상이 있었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이니 멋드러지게 살자고 하자, 대뜸 제주도로 이주나 해외여행이 고개를 들었던 것 입니다. 마치 세계여행은 세상 모든 사람의 꿈인 것 같았어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를 다 가진 못하더라도 몇 곳이라도 가고 싶다고 하고요. 모든 사람의 꿈이 여행일 만큼 여행이 매혹적인 걸까요?
한국인의 64%는 집돌이 집순이
글쎄요.. 성격검사 결과는 달랐습니다.
성격검사의 하나인 MBTI의 첫번째 지표가 외향성입니다. 외향적인 사람은 에너지를 밖으로 분출하는 사람이고, 내향적인 사람은 에너지를 안으로 쓰는 사람이지요. 좀 더 극단적으로 비교하자면 외향적인 사람은 집멀미가 있어서 집에 오래 있으면 머리가 아파 동네 슈퍼라도 나갔다 와야 살 것 같고, 나가는 것이 너무 좋은 사람입니다.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집돌이 집순이로 ‘이불밖은 위험해’라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밖에 한 번 나가려면 큰 일을 치루는 것처럼 고민하고, 나가기 싫어합니다.
MBTI 검사 결과 한국인의 64%가 내향형이었습니다. 집돌이 집순이가 64%인데 모두의 소원은 여행이라니!
욜로가 인기를 끌 때, 집돌이 집순이들조차 여행을 추구하는 상황이 무척 놀라웠습니다.
집돌이 집순이가 떠나고 싶어하는 이유
집돌이 집순이조차 여행을 꼽는 것은 사정이 있었습니다. 집에 있으면 ‘사용가능’ 으로 여겨지기 때문이었습니다.
“휴가에 집에 있으면 어떻게 해? 나와.” 라며 친구들이 끄집어 내고, 일을 시키기도 합니다. “휴가에 어디 안가요? 그럼 휴가 때 해주면 되겠네.”라고....
어디 갈 경우 부탁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집에 있으면 일 좀 시켜도 괜찮다고 보는 탓 입니다. 그러니 쉬기 위해 어딘가 떠나야 합니다. 특히 해외여행이 효과적입니다.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면, 연락을 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해외에 있으므로 어쩌고 저쩌고” 라는 로밍 안내가 나오면 화들짝 놀라 끊으며 미안해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받는 쪽에서도 해외일 때는 단호할 수 있습니다.(로밍요금이 얼만데. ㅠㅠ)
“죄송한데, 제가 지금 해외라서요.” 이 한 마디면 어지간한 상황은 종료입니다.
“제발 휴가 때는 연락하지 마세요. 좀 쉬고 싶어요.”
라고 외쳐도 안 되는 관계의 거리두기가 “제가 지금 해외라.”라는 몇 단어면 너무나 쉽게 이루어집니다.
애초에 여행을 가는 것은 인간관계로부터의 도피도 있습니다. 물론 함께 여행가는 사람과의 관계는 남지만, 꽤 많은 번거로운 실타래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너나 없이 여행을 하고 싶다고 꼽는 이유는 정말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은 회피 중에서도 적극적인 회피 방략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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