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만난 꽃미남이 두고내린 서류봉투

라라윈의 일상이야기: 버스에서 본 꽃미남이 서류봉투를 두고 내리기에...

한창 환상속에 젖어살던 여고시절이었습니다. (벌써 10년이 넘은...ㅠㅠ)
그날도 하루종일 시커먼 여자들 속에서 시달리다가, 집에 오는 길까지도 여고생들로 가득한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버스에는  여고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꽃미남, 버스
이승기군 못지않게 잘생긴 혼혈 느낌의 조각미남이었는데.... +_+

버스에 완전 잘생기신 꽃미남님이 타고 있었던 것 입니다.
그것도 대학생 느낌이 나면서, 혼혈인 듯, 다니엘 헤니와 현빈과 온갖 꽃미남을 뒤섞어 놓은 듯 기가 막히게 잘 생기긴 사람이었습니다.

여자들만 우글대는 여고에 있다보면, 버스같은 곳에서 우연히 멋진 남자를 만나 사귀는 환상을 많이 가집니다. 더욱이 10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한 초 꽃미남을 보았으니, 꽃미남과 우연히 버스에서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 하이틴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상상에 혼자 설레여 하며 그 남자를 흘깃흘깃 쳐다보았습니다. 저만 그런 상상에 므훗해지는 것이 아니었는지, 다들 그 꽃미남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내리는 친구들은 그저 눈요기만 하고 내렸고, 운 좋게도 그 꽃미남은 저희 집에 다다를 때까지 꽤 오래 버스에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내리기 한 정거장 전에 내릴 곳을 놓친듯 갑작스레 뛰어 내렸습니다. 그저 행복한 상상과 안구정화를 했던 것만으로도 기분 좋았는데, 꽃미남이 내린 자리에는 하얀 서류봉투가 있었습니다.

"어... 봉투다! 아까 그 오빠 건가봐.."

같은 정류장에서 내리는 남아있던 친구 둘과 함께 얼른 봉투를 집어들었습니다.
이건 정말 운명입니다! 꽃미남을 만난 것도 모자라, 그 남자가 우연히 봉투를 두고 내리다니! +_+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는지 친구들이 서로 봉투를 이리 내보라면서 빼앗아 갔습니다.
다음 정거장이 저희가 내릴 곳이었기에 내려서, 봉투를 열어보았습니다.
오오오오오오!!! 입사지원서였습니다. 입사지원서라면, 꽃미남의 연락처와 상세정보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 운명이......+_+

저희 셋은 금세 엽기적인 그녀의 뺨을 치고, 귀여니의 소설 속 여주인공도 부러워할 로맨스의 주인공이 될 듯한 생각에 한껏 부풀어 올랐습니다. 서로 자기가 전해줄거라고 싸우면서, 입사지원서를 꺼냈는데.....
아니 이게 왠일입니까! ㅜㅜ

입사지원서에 붙어있는 사진에는 아까 그 환상적인 꽃미남은 오간데 없이, 왠 추남의 사진이 붙어있었습니다. ㅠㅠ (정말 아래 사진과 비슷한 얼굴이었어요..ㅜㅜ)


그 봉투는 그 꽃미남이 두고 내린 것이 아니었던 것 입니다. ㅠㅠㅠㅠㅠㅠ


조금전까지 서로 자기가 전화해서 전해주겠다며 싸우던 친구들끼리 이제는 서로 양보를 했습니다.
조금 아까까지는  봉투를 보며....
"아까 그 오빠 무슨 일이 있나봐. 급하게 내리느라 이런 것도 두고 내렸네~♡" 였다가..
사진을 본 뒤에는
"이 아저씨는 뭐야.. 무섭게 생겨가지고..칠칠맞기까지 한가봐! #@%$&% ㅡㅡ;;" 로 급변하였습니다.

너무 실망한 나머지 모른 척 버리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마음 약했던 저희는
이제 '버스 로맨스의 여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꿈을 '선행상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쪽으로 수정했습니다.

"야.. 이거 입사지원서인거 보면.. 중요한거 아닐까? 이거 없어서 회사 떨어지고 그러는거 아냐?
이거 돌려주면, 선행상이나... 고맙다고 사례금 같은 거 줄지도 모르잖아.."
(진짜 착한 일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잿밥이 중요했던...)
당시에는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라 서류에는 집전화만 적혀있었습니다. 서로 전화하기 싫다고 미루다가 가위바위보에서 지는 통에 제가 전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비호감 추남 본인이 아니라, 그 누나라는 분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봉투를 주운 자초지종을 얘기하자, 알고보니 그 누나라는 분은 저희 학교 선배님이셨습니다. 그리고 집도 바로 학교 근처라고 하더군요. 급한 서류였다고 하길래  빨리 찾아갈 수 있도록, 교문옆 수위실에 맡겨두기로 했습니다.
그 꽃미남의 것이 맞았다면, 아마도 가슴에 꼭 품고 집까지라도 가져다 드렸을텐데...

그래도 중요한 물건을 돌려주는 착한 일을 한다는 뿌듯함과 선행상이나 사례금에 대한 기대감에, 귀찮았지만 잘 챙겨서 다음 날 수위실에 맡겨두었습니다. 끝나고 나서 수위아저씨께 물어보니, 봉투는 찾아갔다고 하는데 아무 말도 없었다고 합니다. 감사하다고 전해달라는 말도 없었다고 합니다. 물론 학교앞에서 떡볶이 한 그릇 사주는 사례도 없었습니다. ㅠㅠ

그렇게 꽃미남과의 버스 로맨스의 꿈은 끝이났습니다. ㅜㅜ



오늘 우연히 하얀 봉투를 발견해서 옛 생각이 났었습니다.. ^^;;
이 글은 예전에 가츠님께서 위로의 선물로 주셨던 과학적이고 부도덕한 리플놀이에 이어갑니다~ ^^

꽃미남이 봉투를 두고 내린 것은 정말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그 봉투가 꽃미남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봉투를 전해주며 착한 척을 하는 것은 무척 뿌듯한 일이었다.
봉투를 돌려받은 사람이 고맙다는 말조차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착한 일을 했다고 혼자 뿌듯해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뭔가 댓가를 바라고 했던 일은 정말 착한일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끄러워지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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