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이 본 영화:'박쥐(Thirst)', 보고나서 얼어붙어 버릴 정도로 강렬.
영화가 끝난 후, 영화를 본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영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강렬한 영화였습니다. 그 중에서 몇 가지 화두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영화 중에 가장 사실적이고 수준높은 영화가 아닐까?
지금껏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영화는 아주 많았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중세유럽을 배경으로 한 환타지였습니다. 그나마 현대적인 뱀파이어의 모습을 그렸던 것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뱀파이어가 나오는 '트와일라잇'과, 뱀파이어 헌터로 활동하는 뱀파이어 이야기인 '블레이드' 시리즈, 코믹 뱀파이어 형사 '흡혈형사 나도열' 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흡혈귀가 등장하는 영화들 대부분이 흡혈귀의 정체성 고뇌에 대해 다루기는 하지만, 가볍게 다루면서 크게 공감되지 않았고, 그저 매력적인 불로불사의 부러운 존재들로 그려졌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인간과 뱀파이어라는 존재의 고뇌를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삼았지만 전혀 유치하거나 가볍거나 웃기지 않았고,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 주인공이 신부님이기에 인간적 고뇌에 대해 더 크게 공감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신부님은 인간이면서도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며 자신의 삶을 온전히 헌신하며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그러한 삶 속에서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달리 분명 인간적인 고뇌와 고충도 많을 것 입니다. 그냥 한 인간으로서도 고뇌와 고충이 남보다 많을 것 같은 신부님이 뱀파이어가 되어 쾌락과 욕정에 눈을 뜨게 되었을 때 느끼게 되는 고충은 일반인보다 훨씬 클 것입니다. 주인공이 신부님이었기에 더욱 그의 고통이 현실적으로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 박쥐, 강도높은 노출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소름끼쳐?
오히려 노출과 정사장면이 너무 강도높기 때문에, 에로틱하기보다 소름끼치도록 현실적인 느낌입니다.
우선은 그 둘의 부적절한 관계 자체가 누군가에게 탄로나면 안되는 일인데다가, 누군가에게 금새 발각될 것 같은 조바심이 들게하는 곳이라 그 장면을 보며 에로틱하고 흥분되기 보다 조바심이 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그 장면이 야하다는 생각을 못하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그 장면 속에 녹아있는 이야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장면들이 사실적인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보여질 뿐 자극적이라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 박쥐, 논란거리를 기가 막히게 버무려 놓은 영화일까?
이 영화는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선 예술영화로서의 면모도 아주 잘 보여줍니다. 영화학 수업에서 배우듯이 한 장면 한 장면을 따로 보면서 미장센을 분석하고, 왜 저러한 시점이나 구도를 택했을까, 왜 저 소품들이나 색을 썼을까 하는 부분들을 공부해도 손색없을 영화입니다.
그와 동시에 상업적인 구미에 잘 맞아떨어지게 만들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강력한 정사씬이나 송강호씨와 같은 거물급 남자배우가 노출하는 장면이라는 부분에서 이미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자아낼 것 같습니다. 또한 종교적인 논란도 충분히 야기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친구의 아내와 신부님의 불륜이라는 부분까지 더해져 막장소재들의 조합같기도 합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더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영화를 계속 논란의 중심에 두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아주 잘 버무려서 놀라운 연기력과 탄탄한 스토리, 세심한 영상에 담아냄으로써, 지금껏 보지 못한 아주 독특하고 강렬한 영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어찌되었거나 예술적인 면 때문이든 흥미로운 소재때문이든, 감독과 주연배우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 때문이든, 논란때문이든,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 라라윈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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