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이 본 영화: 더 도어, 개봉관이 적은 것이 안타까운 수작
더 도어의 시놉시스를 우연히 듣고, 흥미로웠습니다. 죽은 딸을 살리기 위해 5년전으로 되돌아가서 자신을 죽인다는 것이 새롭고 흥미로웠죠. 정확히 이해는 안되지만 뭔가 구미를 당기는 것임에는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개봉관을 찾으니 하는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그래서 처음에는 영화가 워낙 재미가 없어서 그런가 싶었습니다. 홍보를 크게 했다가도 영화가 관객이 많이 안 들어올 것 같으면 슬그머니 내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러나 영화를 보니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더 도어'는 근래에 본 영화중에 정말 수작이었습니다. 웰메이드 영화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영화였습니다.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너무 흥미진진하고, 웃겨서가 아닌 탄탄한 구성과 예상치 못한 반전에서 오는 재미를 선사하는 멋진 영화였습니다.
더 도어는 아주 오랫만에 영화를 보고나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자리에 앉아있게 된 영화입니다.
영화 "더 도어" 줄거리
5년 전, 자신의 실수로 딸이 죽게 되자 부인과 이혼 후 망가진 삶을 살던 ‘다비드’(매즈 미켈슨 분)은 과거로 통하는 ‘문’을 발견하게 되고 그곳에 들어가 끔찍한 과거를 되돌리려 한다. 그러나 다시 딸 ‘레오니’와 아내 ‘마야’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5년 전, 그 시간을 살고 있는 과거의 나를 죽여야 한다.저는 여기까지 읽고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헷갈렸습니다.
뭔가 시간을 되돌려야 되니까 실수한 자신을 죽여야 한다는 것인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힘들었어요.. 또 이 줄거리를 보면 그냥 타임머신처럼 되돌아 간다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줄거리에 조금 더 영화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스포 강렬)
주인공 다비드는 딸아이와 나비를 잡기로 했다가, 잠시 혼자 두고 정부를 찾아갑니다. 거기서 잠깐 바람을 피우고 돌아오는 사이 딸 아이에게 사고가 나서 딸을 잃게 됩니다. 지켜보고 있던 사이에 딸을 잃어도 괴로웠을 상황에, 가정을 두고 바람 피우고 오는 사이 딸 아이에게 사고가 났으니 정신줄을 놓게 되죠.....
그렇게 정신줄을 놓고 헤매이다가 길에서 자빠졌다가, 한 겨울에 나비를 발견합니다. 딸과 나비 잡기로 했다가 딸이 죽었으니 나비 헛것이 보일만도 합니다.
한 겨울에 나비라니.. 딸이 죽고 정신줄 놓은 아버지 다비드.. ㅜㅜ
그렇게 해서 나비를 따라 어떤 문을 통과해보니 그 곳은 딱 5년 전, 딸이 죽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더 도어인가봐요.. 인생의 가장 후회스러운 순간으로 되돌려주는 문...)
딸이 죽고 정신줄 놓은 아버지의 간절한 소망이겠죠.
제발 그 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그리고 그는 미친듯이 집으로 달려가 딸을 구해냅니다.
딸을 구하고는 아무일 없이 돌아올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5년 전의 자기자신(다비드)가 돌아오면서 사건이 꼬이는 것 입니다.
당연히 상황을 모르는 5년전의 다비드는 문을 넘어온 다비드를 침입자라 생각해 공격하고, 몸싸움을 하다가 우발적으로 5년전 다비드를 죽이게 됩니다. 일부러가 아니었습니다.
집에 들어온 자신과 닮은 정체모를 남자를 보고, 죽이려고 달려드니 어쩔 수가 없었던 것 입니다. 그 상황에서 뭐라고 설명을 할 수도 없습니다. "나는 미래에서 온 너야!" 라고 해봤자 정신나간 놈 취급만 받을테고, 우선은 살아야 되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ㅜㅜ
너무나 당황한 다비드는 우선 5년전 자기 자신인 다비드의 시체를 치우고, 5년 전의 다비드로 살아가게 됩니다. 5년 전의 딸이 죽기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 딸과 아내와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되죠... 바람피우던 것도 정리하고, 아내를 정말 사랑하고, 딸을 너무나 아끼면서 5년동안 뼈저리게 후회했던 순간을 되돌리며 삽니다.
그러나 5년 전 다비드를 죽이고 자신도 모르게 5년 전 다비드로 살아가게 되다보니, 어쨌거나 자기 자신을 죽였어도 살인은 살인이고, 죄책감에 시달리고, 그 사실을 딸이 알고, 친구가 알고, 이웃사람이 알면서 점점 다비드를 압박해옵니다.
그 상황에서 자꾸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집니다.
밝혀지는 사실들이 계속해서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영화에요.... (이제 스포 그만 할게요...^^;;)
더 도어, 환타지 스릴러 임에도 너무나 현실적인 영화
자신이 후회하는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 자체는 말이 안 되지만, 영화는 그 말이 안 되는 소재를 정말 말이 되도록 풀어나갔습니다. 실제로 내가 후회하던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저렇겠다는 생각이 들어, 환타지 스릴러임에도 무척 공감하게 되는 현실적인 영화입니다. 이런 점이 현실성이 매력이라는 독일영화의 특징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너무나 현실적이게 풀어낸 환타지 스릴러가 아주 매혹적이고 흥미로운 수작이었습니다.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고 개연성이 큰 이유 중 하나는 "환타지"나 "스릴러" 라고 하면 익히 보아왔던 장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스릴러 영화 특유의 긴장감을 고조하는 두구두구 음악이나 컴컴하고 음산한 화면 같은 것도 없고, 환타지 영화 특유의 환상적인 그래픽 느낌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것 없이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힘 만으로 탄탄하게 끌어나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도 않고 논리적이고 흥미롭습니다.
게다가 독일 영화이다 보니 얼굴을 아는 배우도 없고, 주인공 매즈 미켈슨 등은 딱히 잘 생기거나 아주 예쁘지도 않은 무난한 얼굴인데도 영화 내용 자체가 너무 긴장감 넘치고 재미있습니다.
저는 영화의 주인공 외모도 크게 봅니다. 2시간 동안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는 재미도 분명 영화의 재미 중 하나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훈남훈녀만 득실대는 영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훈남훈녀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에 이렇게 높은 평가를 해보긴 처음입니다.
더 도어, 인간의 이룰 수 없는 욕망을 자극하는 영화
그리고 영화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하고, 특정 순간으로 되돌아 가기를 욕망하는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서른 살이 넘고서는 20대를 그리워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시 5년전, 3년 전으로 되돌아 간다면, 서른을 맞이하기 전의 너무나 예민하고 민감한 감수성에 괴로워하던 그 때로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서른을 넘기면서 정말 마음이 편안해지고, 지금에 더 만족하면서 행복해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수확이었습니다. (서른살이 된다는 것..)
하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어느 특정 시점으로 되돌아 가고 싶은 순간은 있습니다.
특히나 잊고 싶고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 앞으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안 그러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죠... 그리고 그 욕심이 이루어진다면 좋을거라고 막연히 상상만 하고, 말도 안되는 꿈이라며 피식 웃어넘기게 됩니다.
그러나 영화 '더 도어'를 보게되면, 그 말도 안되는 상상이 현실로 이뤄졌을 때 얻게 되는 행복은 무엇이며, 그로인해 치뤄야할 댓가는 무엇인지 확실히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가지고 있을 때는 모르고, 없어지면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인간의 어리석음도 담담히 보여줍니다. 아름다운 아내, 귀여운 딸, 남부러울 것 없이 잘 나가는 직업 상황이 다 있을 때는 뭐가 답답한지 만족 못하고 바람을 피우고, 겉돌지만, 그 딸을 잃고, 부인이 떠나고 가정이 깨지고 나서야 얼마나 아내를 사랑했는지 소중했는지 알게 되죠....
비단 더 도어의 다비드 뿐이 아니라, 우리도 늘 같은 어리석음을 반복하며 삽니다.
내 옆에 친구가 있고, 가족이 있고, 출근할 직장이 있고, 갈 곳이 있을 때는 좋은 줄 모르다가 그것들이 없어져야 그 때야 땅을 치고 후회를 합니다. 그 모습이 다시 한 번 영화를 통해 보여지면서, 공기처럼 소중하지만 모르겠는 주위를 돌아보게 해주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상영하는 극장이 없어서 너무나 안타까운, 좋은 영화
영화를 보고 나서, 정말 궁금해지는 점은"왜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가 개봉하는 극장이 없지?"
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려고 했다가 재미없어서 개봉하는 곳이 없는줄 알고 망설일만큼 더 도어의 개봉관이 적거든요. 저희 집 근처 10개 극장 중 불광CGV 한 곳에서만 상영하고, 그것도 손님없는 시간에 네 번만 상영하고 있습니다.
제 질문에 아마도 배급사가 메이저 회사가 아니기 때문일거라고 하는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 자체가 탄탄하고 독특해서 아주 매력적인 수작이라 생각했는데, 이미 해외에서 상도 많이 받은 영화였습니다. 28회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2010)와 17회 제라르메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2010) 최우수 작품상, 14회 부산국제영화제(2009)에서도 상을 받았던 작품이었습니다.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인데, 이런 영화가 국내 개봉을 했음에도 상영하는 극장이 없어 묻히게 될 것이 불보듯한 상황이라니... 정말 아쉽습니다. 아마도 상영하는 극장이 적으니, 그 곳에서도 금방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위에서 개봉한 극장이 있다면, 꼭 가서 보시라고 강추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극장에서 보실 수 없다면 독일에서, 외국에서는 2009년도에 개봉한 영화이니 집에서라도 꼭 한 번 보시길 추천하고 싶은 웰메이드 영화입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 라라윈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생활탐구 > 볼거리 즐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블렛 실화, 보고도 믿기어려운 마피아 대부 재키 임버트 (7) | 2010.10.17 |
---|---|
라임 라이프, 나에게 없는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감성충전 영화 (11) | 2010.09.02 |
킬러스, 애쉬튼 커쳐 케서린 헤이글 커플의 잘 짬뽕된 로맨틱 코미디 액션 영화 (11) | 2010.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