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라이프, 나에게 없는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감성충전 영화

라라윈이 본 영화: 라임 라이프, 나에게 없던 추억도 떠오르게 해주는 영화

오늘 개봉하는 촉촉한 영화가 있습니다.
라임 라이프는 추억을 자극하며 감성충전을 해주는 촉촉한 영화였습니다. 
추억이란 것은 분명 내가 겪었던 일을 되새김질하는 그리움일텐데, 묘하게도 이 영화는 제가 경험한 적이 없는 일들이 마치 저의 추억의 한 페이지에서 나온 듯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영화 라임 라이프의 간단한 줄거리

한 동네에 사는 스캇과 아드리아나는 풋풋한 첫사랑 커플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들도 묘한 불륜관계로 얽혀있죠. 영화 라임 라이프는 롱아일랜드의 훈남 청소년 ‘스캇’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절친 ‘아드리아나’를 짝사랑 중인데 쉽지가 않습니다. 갑자기 스캇에게 가슴을 보여주고 마음을 흔들어놓더니 막상 데이트 신청을 하면 스캇이 남동생 같다고 튕깁니다. 정말 알 수 없는 여자의 마음 때문에 괴로워하죠.. 
첫사랑 여자아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도 머리가 복잡한데, 스캇의 아버지와 아드리아나의 엄마 사이의 심상치 않은 기류 때문에도 스캇은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스캇의 엄마는 알면서도 정원만 가꾸고 아이들에게만 신경쓰는 것 같고, 명사수였던 아드라아나의 아빠는 약도 없다는 ‘라임병’에 걸려 찬밥 신세지만 뭔가 눈치를 챈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게 합니다.
두 집안의 얽힌 인연을 아슬아슬하지만 차분하게 풀어가는 내용입니다.

줄거리만 보면 그다지 새롭거나 흥미롭지 않은데, 영화에서 표현되는 영상은 아주 촉촉하게 다가옵니다.....


추억할 첫 사랑이 없는 사람도, 첫사랑의 설레임에 젖게 하는 영화

사실은 저에게는 이런 가슴 시린 첫사랑의 추억 같은 건 없습니다.
슬픈 일이죠. 그리워서 가슴이 미어질 것 같은 아픔이 없어 좋겠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리워하고 생각할 것 조차 없는 공허한 가슴도 참 서글픕니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 향기좋은 차 한잔과 분위기 있는 음악을 들으며 한껏 감상에 젖어도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는 것, 참 아쉽습니다... 전 사춘기때 뭐한걸까요... ㅜㅜ (학원에서 대입준비? ㅜㅜ) (관련글: 바보같던 사랑의 추억이 있으세요? )


라임 라이프,

ⓒ A Martini Bros. 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저는 이웃집에 살던 남자아이도 없었고, 주변 반경 500m 이내에 살던 친구조차 없었어요.
그러나 라임 라이프의 두 주인공 스캇과 아드리아나의 밀고 당기고 풋풋하고 설레이는 감정의 줄다리기를 보면서 저도 어린 시절 동네에 좋아하는 남자아이라도 살았던 것 같은 설레이는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엠마 로버츠,

ⓒ A Martini Bros. 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라임 라이프는 예쁜 화면으로 포장을 한 것도 아니고, 섬세하게 초점을 맞춰 심리묘사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조금은 덤덤할 정도로 그냥 날 것을 보여주는데, 그 속에서 보는 사람이 알아서 느끼게 되는 감정이 더 야릇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보는 사람이 혼자 상상하는 것이 더 첫사랑의 설레임과 두근거림을 크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어요.


공감을 더해주는 너무나 평범한 주인공, 스캇 (로리 컬킨)

여주인공 아드리아나역의 엠마 로버츠는 너무나 빼어나게 예쁘지만, 남자 주인공은 참 이웃집 볼품없는 남자아이 같습니다.  왜소하고, 훈남이라고 반올림해주는 무난한 얼굴에, 말 주변도 없고, 소극적이고... 참 존재감 없는 스타일입니다. 한 반의 50명이면 존재감 없이 있던 25명 정도 같은 평범함이랄까요...
참으로 평범하고 별 볼일 없는 스캇의 모습에서 저의 학창시절이 투영되어서 더 공감이 되기도 했고, 학교의 수백명 있던 친구들의 모습을 그에게서 다시 볼 수 있어서 스캇의 이야기가 더 제 일인양 친구의 일인양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로리 컬킨, 라임

ⓒ A Martini Bros. 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가족 사이에 생기는 문제 거리는 기본 옵션

그리고 학창시절 우리집이나 친구집이나 크고 작게 다들 있는 가족문제에 또 공감이 더해집니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가족간의 문제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것들이 있나봐요.
예전에 미국 엄마의 잔소리 동영상을 보는데, 우리와 똑같이 "일어나, 밥먹어, 숙제해, 씼고자." 등의 레퍼토리가 나와서 잔소리도 만국 공통인가 싶었는데, 가족들 사이에 일어나는 고민거리도 비슷한가 봅니다.


라임

ⓒ A Martini Bros. 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아들들을 너무 사랑해서 아들을 창피하게 만드는 과잉 애정이 넘쳐 집착 수준인 스캇의 엄마.
사랑해서 그런다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춘기 자녀 입장에서는 이런 엄마의 모습도 참 고민거리죠.


ⓒ A Martini Bros. 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그렇다고 아드리아나의 엄마나 스캇의 아빠처럼 돈 잘벌고 멋드러진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고 자녀가 고민이 없는 것도 아니죠. 아드리아나는 절대 엄마같이 되지 않겠다며 엄마의 모습을 제일 싫어합니다.
커서 보면 어릴 적에 이해 못했던 부모님의 입장이 이해되기도 하고, 더 정확히는 부모가 되어 봐야 그 입장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사춘기 소년 소녀의 눈에는 가장 이해 못할 골치거리들이 부모님 이기도 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부모님은 반대의 생각을 하고 계셨겠지만....


라임 라이프의 대비되는 구성과 인상적인 장면

라임 라이프에서는 계속해서 인물과 주인공 사건이 대비되고 교차됩니다.
소심쟁이 남자 주인공 스캇 vs 당돌하고 대범한 여자 주인공 아드리아나
능력있는 스캇의 아빠 알렉 볼드윈 vs 라임병에 걸려서 총만 들고 설치는 무능력자 아드리아나 아빠
답답한 강박증 스캇 엄마 vs 세련되고 멋진 아드리아나 엄마

주인공들의 캐릭터만 대비되는 것이 아니라, 양쪽 집안의 저녁식사가 대비되거나 침실이 대비되는 식으로 계속 교차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그 중에서 특히 인상적인 주인공들의 첫 경험 장면이었습니다. 

라임 라이프는 절대 야한 영화가 아닙니다.
어쩌면 그래서 이 영화의 첫 경험 장면이 더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 야할거라는 생각을 전혀 안 했는데 의외의 장면에 당황스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A Martini Bros. 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아드리아나와 스캇의 너무나 조심스럽고 떨리는 첫경험에서, 배경음악 하나 없이 옷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 부모님께 들킬까봐 숨도 크게 못쉬는 너무나 나즈막한 숨소리, 여과없이 보여지는 장면이 강렬합니다.
농염하게 옷을 벗어재끼고 유혹을 하는 것고 아니고, 참 어설프고 별스럽지 않는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조용하게 담담하게 그래도 보여주기에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으례 이런 장면이라 하면 노출도 적당히 해주고 야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아무런 장치없이 보여지는 덤덤한 첫 경험 장면이 더 야해요. 마음의 준비를 안하고 있던 상태에서 숨쉬고 숨 쉬고 침 삼키는 소리까지도 들릴 것 같은 긴장되는 장면을 봐야 하니 당황스러웠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A Martini Bros. 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너무나 날것 그대로여서 아름답게 느껴지고 숨도 쉬지않고 봐야 할 것 같던 스캇과 아드리아나의 첫 경험과는 달리, 아드리아나의 엄마와 스캇의 아빠의 합체 장면은 오히려 무덤덤하게 나와버립니다. 분출하는 욕정으로 인한 걸쭉한 장면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 가족에게 치이고, 너무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잘못된 해법을 찾은 듯한 모습으로 나오는 장면인데 씁쓸합니다.
사춘기 소년소녀의 둘만 아는 비밀과 달리, 정말 둘만 알아야 할 것 같은 스캇의 아버지 알렉 볼드윈과 아드리아나의 엄마 신시아 닉슨의 부적절한 관계는 두 집에서 모두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이 더욱 씁쓸하죠..
하나도 야하지 않은데, 더 떨리게 만드는 사춘기 소년 소녀의 침실 장면과 야한데 무덤덤하게 만드는 침실 장면이 대비되면서 또 가족관계와 인간관계에 계속 물음표를 던집니다.


라임 라이프 (Lymelife)의 의미

제목 라임 라이프를 듣고, 저는 과일 라임부터 상상했었는데, 영화에서는 시작과 동시에 '라임병'의 라임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 줍니다. 아드리아나의 아빠 찰스가 사슴에게 옮는 라임병이라는 불치병에 걸려있거든요. 라임 라이프의 스펠링 상의 lyme은 lyme desease (라임 병)의 라임이 맞긴 합니다.
그러나 영화 내용은 라임병을 이겨내는 질병 극복기와는 거리가 멀고, 라임이라는 발음을 가지고 여러 가지 의미를 조합해서 만든 제목인 듯 합니다. 우리도 발음으로 장난치는 의미 풍부 단어같은 그런건가봐요.
운율 라임일수도 있고, 상큼한 과일 라임 일수도 있고, 딱딱한 석회 라임일 수도 있고, 질병 라임 일수도 있는 복합적 의미로 사용한 것 같습니다. 실제 영화도 어쩔 수 없는 질병같은 부분, 상큼한 부분, 대비를 이루는 운율같은 부분, 석회처럼 굳어있는 부분들이 복합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라임 라이프 평점

라임 라이프는 이미 미국에서는 2008년도에 개봉한 영화입니다.
미국에서의 평점은 4000명의 투표에서 7.0 정도 얻었고, 18세 이하 사춘기 남자 아이들에게는 5.3 으로 최저점을 얻은 반면 18세 이하 여자 아이들에게는 8.7 로 최고점을 얻었습니다.
라임라이프가 미국에서는 하이틴 여고생에게 사랑받았었나 봐요..

그러나 저는 하이틴 여고생 시절이 지난지 10년도 더 지난 사람이라, 요즘에는 하이틴 로맨스 보면 손발이 오그라 들어서 못 보는데, 라임 라이프는 상당히 볼만했습니다. 장르에 코미디라고 적혀있기도 한데, 절대 코미디는 아니고, 드라마인데 가족과 인간관계, 심리에 대해 덤덤하게 혼자 고민하며 보기에 좋은 영화였습니다.

분명 저는 겪은 적도 없는 첫사랑, 부모님의 불륜, 가족문제여도 나도 저런 추억 한 페이지 쯤 있는 것처럼 촉촉한 감성에 젖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이 말은 뒤집어 보면 그만큼 어디선가 본듯한 익숙한 느낌이 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도 봐서 나 역시 그런 친구나 추억이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것 같은 장면이랄까요....
그러나 딱히 새롭지도, 딱히 아주 재미있지도 않고, 화면을 예쁘게 꾸민 것도 아닌 무덤덤한 영화가 여운이 아주 오래 남습니다. 라임 라이프 시사회를 본 지 두 달도 넘었고, 이 영화가 크게 화제가 되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지금까지 이렇게 생생하니 말입니다.

덤덤하게 날 것 그대로를 툭 던져주는 듯한 영화 속에서 관객이 혼자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제공해 주기 때문에 그런 듯 합니다. 첫사랑, 첫 경험, 가족간의 문제, 불륜, 사춘기 소년 소녀의 고민 등을 부각시킨 점이 없이 물 흐르듯 편안히 그저 보여줄 뿐인데, 그것을 보면서 알아서 생각하게 되는 과정에서 더 큰 자극과 인상을 남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평온해 보이고 밋밋하게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기 때문에, 가볍게 웃으며 볼만한 영화는 아닌데,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밋밋한 맛의 호밀빵처럼 오래도록 곱 씹어보며 기억에 남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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