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위안부 할머니 제대로 알기 : LA 위안부 소녀상, 우리나라에는 위안부 할머니 애니메이션, 소녀이야기
초등학교 때 이니 담임 선생님 혼자 전과목을 가르치셨는데, 역사 관련 하여 담임 선생님이
"위안부는 일제 당시에 끌려가서 간호사를 하고 했던 분들이란다."
라고 하시자, 아이들이 순식간에 술렁였습니다. 좀 놀던 친구들은
"왜 이러시나.. 여명의 눈동자 채시라도 안 보셨나.. ㅋㅋㅋ"
하면서, 초딩들이었음에도 위안부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위안부에 대해 애둘러 말하려는 담임선생님의 태도에 아이들이 반발했습니다. '위안부'라는 것이 일제의 얼마나 끔찍한 만행인지 여명의 눈동자를 보면서 생생하게 알고 있었던 것 입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그 때 보았던 것은 그나마 드라마이기에 로맨스도 있고 모험도 있어 미화된 것이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위안부 할머니들께 아직도 사과하지 않고, 모른 채 하는 것에 대해 분노하게 됩니다.
어제는 LA 인근 글렌데일시에 평화의 소녀상이 제막식에서도 생존해계신 위안부 피해자 이신 김복동 할머니는 "죽기전에 일본이 사과를 하여, 단 한달이라도 마음 편히 살다가 가고 싶다"는 말씀을 하셔서 더 마음 찡하게 만들었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이 어제 세워진 이유는 어제가 글렌데일 시 정부가 지정한 "일본군 위안부의 날 (7월 30일 / 미국 기준)" 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만행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에 대한 문제라 생각하며 함께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해 주는 글렌데일 시정부에도 참 고마웠습니다. 그러나 이 와중에 위안부 소녀상을 모자이크 처리하며 매춘부로 비하하는 사진도 떠돌았습니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요즘 학생들이 국사를 안 배울 뿐더러 위안부 할머니들이 어떤 분인지에 대해 모르다보니, 위안부 할머니가 좋아서 몸 판 여자라는 둥의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거침없이 하는 중고등학생들도 일부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것이 일부 뉴스의 자극적인 기사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관심을 가지니 주위에 이런 부끄러운 역사의식을 가진 동생들이 많았습니다. 불과 얼마전에는 참치집에서 회를 먹고 있는데 최소 스물 다섯은 넘어보이는 여자가 안중근 의사가 (병원)의사냐고 묻는 장면을 보고 기겁했습니다. 이러니 위안부 할머니와 창녀를 구분 못하는 참사가 일어나나 봅니다.
이런 때야 말로 여명의 눈동자 같은 걸출한 드라마 한 편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김준기 감독님의 애니메이션(http://www.youtube.com/watch?v=WnLqKSOOVYw)을 보았습니다.
김준기 감독님의 "소녀이야기"는 위안부로 끌려갔던 정서운 할머니의 사연을 토대로 한 단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위안부 문제는 참 답답하고 슬픕니다. 그래서 때로는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기도 합니다. 특히나 위안부 할머니들의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노라면, 너무 속이상해 눈 감고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에다가, 성우가 아니라 직접 정서운 할머니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옛날 이야기를 재미나게 듣는 기분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저는 너무 심각하거나 참혹한 것은 감당하기가 힘들어 잘 못 보는데, 이 작품은 편하게.. 옛날 이야기 듣듯이 재미있게.. 하지만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정서운 할머니의 아버님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 순사들에게 잡혀가 옥살이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 때 마을 이장님이 찾아와 일본 봉제 공장에서 2년 정도만 고생하면, 아버지 사면되게 해 줄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마치 공양미 삼백석에 몸을 던진 심청이처럼, 자신이 일본 공장에 가서 2년 일하는 조건으로 가는 날 아버지의 옥살이가 끝난다는 이야기에 정서운 할머니는 일본 공장에 취업을 했던 것 입니다.
그러나 일본 공장이라며 간 곳은... 일본도 아닌 인도네시아 자바섬이었습니다. ㄷㄷㄷㄷ
저는 위안부 할머님들이 이렇게 곳곳으로 끌려간 것은 미처 모르고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섬으로 끌려가게 되면, 도망칠 수도 없고.. 낯선 기후, 낯선 음식에 몇 갑절은 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ㅠㅠ
정말 이 작품은 꼭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아이들에게 위안부 할머님들이 어떤 분이신지, 일제 치하가 어떤 것인지 교육용으로도 훌륭한 것 같습니다. 요즘의 실태를 보며 위안부 할머니에 대해 누군가 여명의 눈동자처럼 멋진 작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김준기 감독님 정말 멋지십니다. 이 작품은 김준기 감독님이 2010년부터 2013년 4월 최종 완성까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콘텐츠스쿨 CCRC(청강창조센터)에서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애니메이션전공 학생들과 함께 완성하신 작품이라고 합니다. '아티스트 레지던스'가 뭘까 하고 찾아보니 의대 레지던스처럼, 국내외 유명 감독 등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문 아티스트들이 1~2년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 상주하며 학생들과 호흡을 맞춰 작품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학부 미대 시절, 외국의 유명한 작가분들을 1~2년 정도 겸임 교수로 초빙하여 학교에 모신 적이 있습니다. 제가 영어 실력이 심히 부족하여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으나, 유명 작가분들과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더욱이 직접 유명 감독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작업을 함께 하면 정말 배우는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영화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프로그램 같아요...
소녀 이야기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 학생들이 제작 스텝으로 참여해 많은 땀과 정성을 쏟은 근사한 작품인가 봅니다.
고퀄리티 애니메이션 한 편을 만들려면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소녀이야기 애니메이션은 인물의 표정이나 동작 등 3D 애니메이션의 수준이 고퀄인데다가 단편 애니메이션으로서 내용은 물론 기술적으로도 상당한 완성도를 확보하고 있어... 제작과정에 얼마나 많은 수고를 했을지 짐작도 되지 않습니다.
이런 때 일수록 위안부 할머니에 대해 알리는 제대로 된... 그렇다고 너무 처참함만 강조하거나, 꾸짖기만 하는 것이 아닌 좋은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는데, 담담한 애니메이션으로 더 큰 파장을 일으키는 멋진 작품을 만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했습니다.
덧.. 혹시 주위 친구중에 아직도 위안부 할머님들이 어떤 고초를 겪으셨는지 모르는 친구가 있다면,
꼭!! 꼭!!!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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