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좋아하는 여자가 제가 좋아하는 것을 알까요? 네, 압니다.
방명록에 올려주신 사연 두 가지를 한꺼번에 적어볼까 합니다. 애매하게 자주 마주치는 사이에서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사연 #1 데스크 여직원
회사 데스크에서 일하는 여직원을 좋아해서 점심 먹고 들어오는 길에 커피도 몇 번 사다주고, 인사도 하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알까요? 제 명함을 주었는데 연락이 오지 않습니다.
사연 #2 거래처 여자
거래처 여자 직원을 좋아해서, 꼭 그 곳은 제가 들어가고, 갈 때마다 농담도 건네고 그러는데, 제가 좋아하는 것을 알까요? 농담처럼 밥 한 번 먹자고 했더니 웃기만 하고 대답을 안 합니다.
아아아...사연을 읽다가.... 안타까움에 몸부림을 쳤습니다. ㅠㅠ
제가 좋아하는 것을 알까요?
네. 압니다.
이성적인 호감이 아니라 해도, 사람은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 알아채는데 발달해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호의를 가지고 대하는지, 사기를 치려고 드는지, 무시하는지 등을 본능적으로 압니다. 상대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빨리 파악을 하지 못하면 위험하지요. 고로 누군가 나에게 호의를 가지고 다가오면 금방 알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남자와 여자 간에는 '호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촉수(?)가 있습니다.
농담처럼 남자들은 여자가 자기를 쳐다보며 미소만 지어도 "저 여자가 나를 좋아하나보다" 하는 착각에 빠진다고 합니다. 사실은 농담이 아니라 남자도, 여자도 이런 착각을 수시로 합니다.
커피숍의 미남 알바생이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이건 서비스에요" 라면서 쿠키 하나를 더 주어도, '어머, 나 좋아하나봐' 하는 착각이 듭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그 쿠키를 받은 것이었지만...)
정말로 예전에 자주 가던 편의점의 젊은 오빠 사장님이 갈 때마다 서비스로 무언가를 주면서 말을 걸길래 저를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여자친구 있으셨... ㅠㅠ)
말만 해도 이럴진데, 저를 위해 커피를 사다 준다거나, 초콜릿 같은 주전부리 하나라도 사다주면 착각과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그저 바라만 봐도 혹시나... 하고....
그러나 혹시나.. 하면서도 이것이 착각일까봐 불안하긴 합니다. 혼자 착각하다가 차인 경험도 있을 수 있고, 정말 착각인 경우도 빈번하니까요. 그래서 불안한 마음에 답정너 짓을 하며 친구를 괴롭히는 경우도 흔합니다.
#1 데스크 직원의 사례를 보자면, 어쩌면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며 답정너 짓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그냥 내가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는데, 넌 어떻게 생각해? 직원 중에 자꾸 눈을 마주치는 사람이 있거든. 그 남자가 지난 번에는 점심 먹고 스벅에서 커피를 사다준거야. 근데 내가 커피 좋아한다고 얘기를 했었거든. 그리고 그 다음에는 빼빼로데이라고 또 빼빼로를 줬어. 근데 데스크에 나 말고 ㅇㅇ씨도 있는데, 내 것만 사다 주더라고. 그리고 명함을 줬어. 별 뜻 없이 그냥 준거겠지? (자, 아니라고 말해. 나를 좋아해서 그러는 거라고 말해)"
라고 하면, 친구들은 카톡으로 "그 남자가 너 좋아하는거네. 그래서 연락했어?" "아냐, 왜 니가 먼저 연락을 하냐? 좋아하면 그 남자가 니 전화번호를 받아서 연락을 했어야지. 기다려봐." 라며 정해진 답인 '그 남자가 너 좋아한다'는 것과 남자에게는 별 도움 안되는 훈수도 두었을 겁니다.
즉, 안 좋아해도 좋아하는 거 아닌가 하고 착각하는 마당에, 정말로 좋아하는 경우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알면서 왜 반응이 없을까요?
좋아하는 것을 아니까요. ㅡㅡ
"좋아하는 마음이 차서 넘치면 결국 흘러가지 않겠느냐"는 먼 옛날 별순검의 대사처럼, 사람이 좋아하는 마음은 차올라서 넘치게 되어 있습니다. 좋아하는 쪽이 애가 타서 움직이게 되어 있지요. 먼저 고백을 하던, 데이트 신청을 하던 뭐든 합니다. 고로 기다리면 됩니다.
아니, 기다리면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옛날에는 남자는 박력(?),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라는 생각으로 여자가 진짜로 싫어해도 밀어 붙여서 쟁취하는 사례가 꽤 많았습니다. 가끔 최유라씨가 맛깔나게 읽어주시는 지금은 여성시대(제목이 틀릴 수 있습니다) 사연들을 듣노라면, 와이프가 튕겨도 몇 년 간 따라다녔다, 다짜고짜 처가집에 찾아가서 넙죽 엎드리며 '따님을 주십시오'라고 했다, 하는 등등의 사연들이 나오곤 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시대가 변했습니다. 요즘은 싫다는 여자에게 그렇게 들이대면 '스토커'가 되어 신고 당합니다.
좋게 보자면 '싫다는 의지 표현'을 존중하는 사회가 된 것이고, 나쁘게 보자면 어쩌라는 것인지 모를 사회가 되었습니다. 들이대면 들이댄다고 뭐라 하고, 가만히 있으면 남자가 패기가 없다며 뭐라하는 시대랄까요.
문제는 세상은 변하지만, 그에 따라 바뀌어야 할 방식이나 가치관은 쉽게 변하지 않고 엇박자가 나는 상황이 허다한 것 입니다.
앞서 데스크 직원의 주위 친구들이 "명함을 받았다고? 자기가 니 번호를 따가서 연락을 해야지. 왜 명함을 줘?" "야, 니가 먼저 연락하지 말고 기다려. 남자가 먼저 연락할 때까지 기다려야 돼" 라고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입니다. 정말로 연락은 남자가 먼저 해야 한다고 굳게 믿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 것을 욕할 수도 없는 것이, 그만큼 순진해서 그렇습니다. 연애 좀 해 본 여자라면, 연락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락하게끔 만들었을 겁니다..
두 번째 변수는 주위 친구들이 연락해 보라고 부추겼다해도, 데스크 직원 당사자가 소심할 수 있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 헌팅을 당해 번호를 받아오는 친구들이 종종 있습니다. 길에서 반했다며 명함을 받았다거나, 쪽지를 받았다는 것 입니다. (부럽..ㅡㅡ) 이렇게 남자의 명함 / 연락처를 받아온 친구도 고민은 있습니다.
"근데 뭐라고 해? 아까 길에서 만난 그 여자인데요????"
상대가 마음에 들어서 연락을 하고 싶어도, 연락했다가 "근데 누구세요?" 라고 하면 무안해집니다. 그러니 이런 무안한 상황을 굳이 자신이 먼저 하고 싶지 않은 거지요. 그 쪽이 먼저 '좋아하는 티를 냈으니까' 그 쪽에서 난감한.. 다소 쑥쓰러운.. 첫 연락을 하길 바라는 것 입니다.
만약 헌팅해서 명함만 준 경우처럼, 여자가 연락하지 않으면 남자는 연락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면 여자가 용기를 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데스크 직원이거나 거래처 직원처럼 계속 보는 사이인 경우, 여자가 연락을 하지 않아도 남자가 얼마든지 연락을 먼저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반응이 없던데요?
명함을 주지 말고, 전화번호를 받아서 먼저 연락하라고 하면... 두번째 사례의 분은 다시 되물으실 수 있습니다.
"농담처럼 밥 한 번 먹자고 했는데 웃기만 하고 대답을 안 하던데요?"
라고요. 농담처럼 물어보셔서 그래요.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점은, 여자도 연애에 썩 능숙한 분은 아닌 것 같다는 점 입니다. 여자가 선수였다면 남자분이 이런 고민을 하기 전에 행동을 했을겁니다. 데이트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거나, 먼저 밥 사달라거나 영화 보여달라며 데이트 신청을 하거나.. 뭔가 했을겁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남자를 요리하여 데이트 신청을 제대로 받아낼 기술(?)은 없으신거지요.
그런 연애 초보 여자에게 농담처럼 '언제 밥 한 번 먹어요' 라고 하면, 내심 기뻤어도 그냥 웃을 뿐 답을 못했을 겁니다. 남자도 더 이상 정확하게 약속을 잡으려고 들다가는 완전히 거절당할까봐 두려워서 농담처럼 말했겠지만, 여자에게 정확한 반응을 얻으려면 정확한 반응을 할만한 질문을 해야 합니다.
'말 나온 김에 약속 잡죠. 금요일 저녁 어때요?"
같이 바로 정확한 시간약속을 해버려야 만날 수 있습니다. 훨씬 편안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잘 지내냐? 그래 언제 한 번 보자" 라고 하는 친구와는 5년 10년이 되도록 한 번도 못 만납니다. "야, 말 나온 김에 약속 잡어. 다음 주 토요일 어때?" 라며 바로 시간 약속을 추진하는 친구와 한 두 달 내에 만나게 됩니다. 그러니 답을 할만한 정확한 질문을 던지세요.
"영화 좋아하세요?" /"네" / "어떤 영화 좋아해요?" / "아, 그 영화 봤어요?" /
같은 취향 탐색만 하고 있으면 절대 데이트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럼 영화보러가자", "말 나온김에 스타워즈를 보자"며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영화를 보던, 보지 않던 무언가 반응이 있지요.
좋아하고 있다면... 아마 상대방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겁니다.
어쩌면 마음만 품지 말고, 무언가 행동을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용기 내셔서 따뜻한 연말연시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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