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기운을 다 뽑아가는 서울생활

라라윈의 서울생활: 길에서 기운을 다 뽑아가는 서울 교통 상황

다시 서울에 왔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초중고대학교까지 있던 곳이고, 무척 익숙한 도시인데도.. 다시 이 곳에서 살려고 하니 적응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서울의 교통 입니다.

서울,교통체증,정체,혼잡,

고등학교부터 도심공동화현상으로 집에서 떨어진 도심의 학교에 가게 되어 혼잡한 도심버스에서 고생을 했었습니다. 대학교때나 직장이나 모두 아주 혼잡한 곳에 있던 곳이라 교통혼잡으로 고생한 기억은 수두룩 합니다. 그래서 교통체증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겪으니 다시 괴로울 뿐 입니다.
제가 있던 곳이 교통선진시범도시 대전이어서 더욱 비교체험 극과극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시규모와 인구의 수도 다르지만, 그보다 대전은 교통신호체제가 아주 잘 되어 있습니다. 대체로 어딜가나 차 막혀서 스트레스 받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에 돌아오니, 어딜가나 차 막혀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서울,교통체증,교통혼잡,

■  버스, 지하철

서울은 곳곳에 버스전용차로가 잘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예전보다는 버스는 조금 더 빨라졌는데, 그래도 고가도로나 교차로 등에서는 버스라고 별 수가 없습니다. 똑같이 막히는 정체상황에서 거북이 걸음을 합니다.
지하철은 시간은 정확히 맞춰주지만, 정말 많이 걸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점은 사람에게 치이는 것 입니다. 붐비는 주요 장소에 가면 당장 지하철 역에 내려가고 올라오는 것도 사람들 사이에 파 묻혀서 다닙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의 내부에 빈좌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서서가는 것은 기본이고, 요즘은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들어주는 미덕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렇다보니 버스나 지하철이 도착하면, 줄은 어느새 무너지고 사람들은 서로 빨리 들어가서 빈자리, 빈자리가 없으면 서있기라도 편한 자리, 손잡이라도 잡을 수 있는 자리를 위해 몸싸움을 합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며 미식축구선수라도 된 듯이 몸싸움을 겪고 나면, 기운이 쪽 빠집니다.



■  자동차

차를 가지고 나가면, 대중교통에서 처럼 서 있고,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는 괴로움은 없습니다. 늘상 고정석이 확보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나 차 막히는 곳에서 신호가 한 번 두 번 바뀌어도 제 자리에서 10cm씩 움직이는 곳에서는 발목이 저려옵니다. 조금 가고 멈추고 조금 가고 멈추는데, 그렇다고 잠시 기다렸다 조금 거리가 벌어졌을 때 따라가려고 하면, 어느샌가 옆의 차들이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에 피곤해도 앞의 차가 아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따라서 가줘야 합니다.
교통체증에 익숙해져서 그 시간에 음악이라도 듣고, 사색을 하는 즐거움을 찾아내며 마음을 다스려도, 목적지에 도착하면 또 한 번 괴로워집니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은 곳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주차장이 있어도 차 댈 곳이 없는 경우가 많고, 도로도 혼잡해서 살짝 주차하고 일 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  택시

사람에게 치이지 않고, 운전의 피로와 주차 스트레스가 없는 좋은 이동수단이 택시입니다.
그러나, 택시는 돈이 너무 비쌉니다. 킬로미터당 요금이야 그 거리를 가기 위해 내는 정당한 부분이라해도, 정체가 심하면 서있는 동안에도 돈이 자꾸 올라가 속이 탑니다. 미터기에서 눈을 돌리고 마음을 비워야 하는데, 그러다가 중간에 한 번씩 쳐다보면 빠른 속도로 늘어가는 요금에 우울해집니다.
또 기사님을 잘못 만나면 더 우울해집니다. 서울이 워낙 커서 생기는 현상인듯 한데, 기사님들마다 주요 활동지역이 있으시다고 합니다. 그래서 종로면 종로, 강남이면 강남, 영등포... 이런 식으로 자신들이 선호하고 주로 활동하시는 지역이 있어서, 다른 지역에 가게 되면 길이 헷갈리신다고 합니다. 길 몰라서 차 탔는데 기사님이 되려 길 안내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네 근처를 가도 기본 30분, 왕복 1시간, 조금 멀리 간다 싶으면 1시간씩 왕복 2시간, 더 거리가 있으면 길에서만 4~5시간... 길바닥에 바치는 시간이 너무나 많습니다. 고속버스나 기차처럼 편안히 책이라도 읽고, 잠이라도 한숨 잘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시달리면서 그 시간을 길위에 서 있어야 하다보니... 길에서 기운이 다 빠집니다.
서울은 살기에 편리한 도시인지는 몰라도, 쾌적하고 편안한 도시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져가는 것 같습니다.


©서른 살의 철학자, 여자(lalawin.com) 글을 퍼가지 마시고 공유를 해주세요.
불펌 적발 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