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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람은 고향의 개념이 없다

· 댓글개 · 라라윈
일 때문에 처음 대전에 왔을 때는 향수병에 시달렸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고, 서울과는 다른 점이 많아 적응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운전을 하다가도 앞에 서울번호판 차가 가면, 저도 모르게 그 뒤를 졸졸 따라가기도 하고, 그 차의 운전자는 전혀 몰랐겠지만 서울번호판 차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고향사람을 만난 듯이 너무나 반가워하며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서울번호판 차만 보고도 반가워 했으면서도, 막상 같은 서울사람을 만나면 무덤덤 했습니다.

"집이 어디세요?"
"서울이요."
"아~ 그래요? 저도 서울인데."
"네. 반갑네요."
"네."

끝입니다.
고향사람이라고 해서 더 반가울 것도 없고, 같은 서울사람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친해지거나 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습니다. 가만히 보면, 고향이라는 개념도 없는 것 입니다. 고향이 어디냐고 누가 묻는다면 서울이라고 말은 하지만, 이 고향이라는 느낌은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그런 끈적하고 뜨거운 어떤 것이 아닙니다. '가슴 뭉클해지는 향수를 느끼게 하는 곳, 언제든 돌아가고 싶은 곳.' 이런 느낌이 아니라, 그저 도시생활이었다 싶을 뿐 입니다.
같은 서울사람이라고 해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타지에서 서울사람을 만나니 정말 반갑다!'가 아니라, 어차피 서울의 인구가 워낙 많아서 서울사람 만나는 것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같은 서울이라해도 강남이냐 강북이냐에 따라서, 어느 구에 살았는가에 따라서도 전혀 다른 도시사람처럼 느껴져서인지 같은 지역 사람이라는 느낌이나 친밀감이 적습니다.


저도 타지에서 만난 서울분들도 그랬기 때문에, 저는 다른 분들도 같은 지역사람을 만나면 다 그러시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서울사람끼리가 아니라, 다른 지역분들끼리 만날 때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저도 대전에 있다가 다시 서울에 와 있었을 때, 대전분을 만나면서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연히 제가 대전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분이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셨습니다.

"대전분이세요~? @_@ 반가워요!"
"저는 원래 집이 대전은 아니구요... 지금은 대전에 살아요~"
"어디요? 저는 대전 OO인데.."
"저는 OO요."
"정말 반가워요~ 그 지역이 $#^^*(..... (계속되는 반가운 대화...)"
"아~~ 정말 반갑네요! 나중에 대전에 가서 한 번 뵈요!"
"꼭 연락해요~"

 

정작 고향사람인 서울사람을 만났을 때는 서로 무덤덤하였는데, 고향이 아님에도 고향사람처럼 반갑게 대해주시는 분을 만나자  저도 덩달아 더 가까운 마음이 들면서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단순하게 '서울사람은 차가운 깍쟁이, 지방사람은 따뜻한 사람'(저 역시 서울 깍쟁이..ㅠㅠ) 이라는 생각으로, 다른 지역분들은 원래 성격이 따뜻하시고 아직 정이 남아있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서울사람들은 그 숫자가 많아 쉽게 만날 수 있는 반면에, 타지의 사람들은 그 숫자가 서울의 인구수에 비해 적기때문에 만나면 더 반가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유야 무엇이건간에, 지역을 매개로 반갑게 말을 건네주신 덕분에 친해졌던 분들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타지에서 만난 대전분들과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 받고 대전에 와서 만나게 된 분들은 꽤 많은데, 타지에서 만난 서울분과 서울이 고향이라는 것이 매개가 되어 인연이 이어진 적은 아직 없습니다. ㅜㅜ 
우연히 제가 만난 서울분들만 유독 고향사람을 반가워하지 않고, 제가 만난 대전분들만 같은 지역의 인연이 있는 사람을 반가워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서울사람들이 느끼는 고향의 개념이나, 같은 서울사람을 만났을 때 반가움을 느끼는 정도가 조금 다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지역이라고 해서 유달리 반가워하고 더 챙기는 것은, 지연에 얽매이는 안 좋은 풍습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쯤 지연 운운하면서 좀 더 반가운 척을 하면서 가깝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 지방가서 살면 큰일나는 줄 아는 서울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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