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먹거리 즐기기 : 몇 년 만에 문 연 것을 발견한 계동커피
어디서 차 한 잔 마시면서 글을 썼으면 좋겠는데... 하는 마음으로 계동 골목을 걷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계동커피가 문 열었을거라 기대도 안 하는데, 웬 일로 계동커피에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계동커피를 찾아 왔다가 헛탕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계동커피의 커피가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커피 좋아하는 분들을 이끌고 갔다가 잠겨있는 문 앞에서 황망한 적도 여러 번이고, 혼자 지나다가 문을 밀어 보아도 잠겨 있을 때가 허다했습니다.
처음엔 갖은 추측을 해 보았습니다.
월요일마다 문 닫나?
브레이크 타임이 있나?
그러나 언제 어느 시간에 와도 문이 닫혀 있길래 그냥 장사 안 한다고 잠정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런 지가 몇 년입니다.
그랬던 곳이 문이 열려있자 기분이 묘했습니다. 이건 뭐 삼고초려도 아니고, 보탬없이 스무 번도 넘게 헛탕쳤던 곳이 문이 열려있자 꼭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계동커피의 커피가 정말 마셔보고 싶었는데, 커피 끊은지 반 년이 넘어 꾹 참았습니다.
가뜩이나 불면증인데 커피 마시면 내일은 쉣더뻑 될테니까요....
이미 계동커피의 뭘 마시고픈 생각보다 너무 문을 안 여니까 '오기'로 한 번 와 보고 싶었습니다.
밀크티를 한 잔 시키고 멍하니 앉아서 마셨습니다.
처음 왔지만 변한 느낌
꽤 쌀쌀하고 추웠던 날이었는데, 옆에 기름 난로가 있긴 했으나 켜주진 않았습니다. 딱히 영업할 마음은 없으신 듯 했습니다.
가게는 커피점이라기 보다는 그냥 공방에 가까웠습니다. 손님이 앉을 자리는 이 테이블 하나 남은 채 온통 공예품과 도구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왔는데, 너무 여러 번 헛탕치며 와보고 싶어했던 곳이라 그런지 이미 커피점이라기보다 공방으로 변해있는 모습이 서운했습니다.
나서며 대체 언제 문을 여시는지 여쭤보니, 매일 오후 2시 이후에는 계신다고 합니다.
뭐라고요?????
제가 학교 갈 때가 오후라 늘 오후에 왔는데 단 한 번도 문을 안 열었던데...
놀랍도록 문 안 연 날만 골라온거라고요?
거짓말 하는 아이 쳐다보는 눈빛이었는지, 제가 몇 차례나 왔는데 늘 닫혀 있었다고 하니 하시는 말씀인지
최근에는 커피보다 인터넷으로 공예품 판매에 주력하고 계셔서 잘 안 여신다는 이야기를 덧붙이셨습니다.
사장님이 뭔가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거기에 푹 빠지시는 분인가 봅니다. 커피가 좋으실 때는 커피에 푹 빠져 계동 커피가 정말 맛있다는 소문이 나게끔 열정적으로 내리셨던 것 같고, 지금은 공예품에 열정을 불사르고 계신가 봅니다.
문득 예전에 '공하고 공하다'라는 말에 꽂혀 그게 무슨 뜻이냐고 불교신자인 현정이에게 물었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단순히 설명할 수 없는 깊고 심오한 뜻이었으나 제가 못 알아듣자, '지금의 관계도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니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뜻'이라고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우정이라는 것이 늘 그 형태 그대로 영원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든 그 형태 그대로 영원하지 않기에 소중한 것이라고...
사장님이 커피에 열정을 불사르시던 순간이 영원할 수 없기에 그 때의 커피맛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 새로운 것에 끌리시고 다른 것에 에너지를 쏟으실 수도 있는데, 제가 가보고 싶다고 그 자리에서 계속 커피를 내려주시길 바란 것이 욕심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늘 그 자리에
너무 수 십번 헛탕쳤던 계동커피 여서 그런지, 날이 스산해서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지... 유독 생각이 많았습니다.
공방으로 변한 모습에 섭섭한 마음이 들자, 그 자리에서 늘 똑같이 있어주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언젠가 국악원 원장님께서 늘 그 자리를 지켜주시는 것이 목표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언제든 북촌에 가면 국악원이 있고 원장님이 계시고... 그래서 아직 그대로라는 말을 하며 들를 수 있도록...
새삼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고, 참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그런 곳(?)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고요.
혹시 그 블로그 아직도 있나 찾으실 때, 늘 여기서 뻘글과 정보글과 개똥철학과 연애질 탐구를 하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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