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먹거리 즐기기 : 2년째 잘 쓰고 있는 통째로 넣는 원액기 단점 장점 후기
원액기는 사서 참 잘 쓰고 있는 기계 중 하나 입니다. 2년 전에 수술받고 아무것도 못 먹을까봐 걱정이 되어 주스와 녹즙 종류 중에 건강에 제일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다가 원액기를 샀습니다. 사려고 보니 원액기, 주서기, 녹즙기, 믹서기 등 종류가 많더라고요. 분류하는 기준은 칼날로 빠르게 갈아버리는 것인지 힘을 주어 짜내는 것인지 등의 차이였습니다. 빠르게 칼날로 갈아버리면 열에 의해 비타민이 파괴되고 맛도 덜한데, 천천히 눌러 짜는 착즙기는 영양소 파괴가 적고 맛도 더 좋다고 했습니다. 대신 가격도 훨씬 비쌉니다. 믹서기는 2~3만원이면 사는데, 원액기는 2~30만원 정도 되었습니다.
저는 수술 후 한 달 가량 주스같은 액체 외에는 못 먹는 줄 알았기 때문에, 맛과 영양면에서 제일 낫다는 원액기를 샀습니다. 막상 수술받고 일주일도 안 되어 너무 잘 먹어서, 괜히 원액기까지 샀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맛있어서, 불편하지만 편해서(?) 지금까지 잘 쓰고 있습니다. 불편하지만 편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원액기 후기와 함께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쿠빙스 통째로 넣는 원액기 사용방법
제가 샀던 것은 사과가 통째로 들어가는 홀 슬로우 모델 입니다. 저의 귀찮아하는 성격으로 볼 때 조금이라도 덜 귀찮아야 쓸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쿠빙스 통째로 원액기에 들어가는 크기는 야구공보다 약간 작은 크기 입니다. 큰 사과는 안 들어가고, 작은 사과라고 해도 동그랗지 않고 모양이 좀 찌그러진 것들은 들어가다 낑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작은 사과가 아닌 이상, 사과 같이 단단한 것들은 반 또는 4등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케일 같은 것들은 듬성듬성 대충 잘라줍니다. 당근도 듬성듬성 자릅니다.
통째로 들어가는 원액기와 입구가 작은 원액기의 차이는 통째로 들어가는 원액기는 좀 더 크게 썰어도 되고, 입구가 작은 것들은 잘게 쪼개야 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결국 둘 다 칼질은 해야 되고, 2번 써느냐, 16번 써느냐의 차이입니다. 과일과 야채 손질이 끝났으면 입구에 넣고 짜 줍니다.
착즙 속도는 상당히 빠릅니다. 이름은 슬로우 착즙이나 믹서기에 가는 것 보다 더 빠른 느낌입니다. 믹서기는 재료가 잘 섞이게 중간 중간 펌핑도 해주고, 냉동이나 딱딱한 것들은 물기가 없으면 잘 안 갈려서 애를 먹기도 하는데, 원액기는 단단한 당근, 물기 없을 것 같은 케일 같은 것을 집어 넣어도 걸림없이 쫙쫙 잘 짜냅니다.
착즙 주스가 나오면서 다른 쪽으로는 즙을 짜낸 야채와 과일 찌꺼기가 나옵니다. 찌꺼기가 상당히 많이 나와 아까운 마음도 들고, 상태가 과일 잘게 다져놓은 것처럼 예쁘길래 재활용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나온 과일 찌꺼기에 마요네즈를 섞어 샐러드로 만들어 식빵에 발라 먹어 보았는데, 아무 맛도 안 납니다. 짜낼 만큼 상당히 많이 짜내는지 찌꺼기는 아무 맛이 없어, 종이씹는 기분이었습니다. 한 번 맛본 뒤로는 찌꺼기는 바로 버립니다.
과일이나 야채가 얼마나 물이 많으냐에 따라 좀 다른데, 주스용 케일 (얼굴만큼 넙적하고 큰거) 한 봉지, 당근 1개, 사과 6~7개 한 봉지를 갈면 대략 1.2 리터 정도 나옵니다. 대부분은 이렇게 짜면 맛있어서, 한 모금 맛보면 행복해집니다.
주스 한 병의 행복과 함께, 귀찮은 뒷정리가 남습니다. 먼저 과일 찌꺼기를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버립니다. 보통 3리터 쓰레기 봉투 절반 정도 차지합니다. 원액기 분해해서 씻으면 또 음식물 쓰레기가 잔뜩 나오므로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옆에 잠시 둡니다. 그 뒤에 원액기를 분리해서 씻습니다.
쿠빙스 원액기 구성품에는 세척용품도 여러 가지 들어 있었는데, 제가 써본 결과 네모 솔 한 개면 다 됩니다. 솔 뒷부분으로 구석구석 문지르면 모든 부품이 잘 닦입니다. 주스 찌꺼기 나오는 부분에 찌꺼기가 걸려 있는데, 그것도 솔 뒷부분으로 끄집어 내면 쏙 빠집니다. 이렇게 원액기를 닦다보면, 원액기에 붙어있던 찌꺼기로 씽크대 거름망이 꽉 찹니다. 작은 거름망 한 개가 꽉 차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 봉투는 낼름 집어넣지 말고, 세척 다 한 다음에 씽크대에 꽉 차는 찌꺼기까지 모아서 버립니다.
2~40만원이나 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부품들이 죄다 플라스틱이라 세척기에 넣지 않고 손 설거지 하고 있습니다. 주스컵과 찌꺼기 컵은 찌그러져도 다른 것을 받쳐 놓으면 되어서 그냥 세척기에 돌리는데, 다른 부품의 경우 혹시라도 플라스틱 변형 생길까봐 걱정되어 식기세척기에 못 넣습니다. 식기 세척기에 못 넣기 때문에 건조하는데도 하루가 걸립니다.
이 점이 원액기의 큰 단점입니다. 세척이 몹시 귀찮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귀찮아서 사 놓고 안 썼을 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건강 문제와 가치관 변화로 인해 직접 음식 만들어 먹고, 청소도 매일 하는 나름의 부지런쟁이가 되어서 원액기를 잘 쓰는 것 같습니다. 예전처럼 귀찮아했으면 결코 못 쓸 물건입니다. 뒷정리와 세척도 귀찮고, 재료 손질도 귀찮아요.
근사하게 100% 오렌지 주스를 먹겠다고 하면 오렌지 20개는 까야 되는데 그 과정이 번거롭고요, 사과가 통째로 들어가기는 하나, 큰건 한번씩 쪼개는 것도 귀찮고, 포도즙 짤려면 알알이 뜯어내는 것도 귀찮아요.
뒷정리의 귀찮음은 뭐..... 조립 분해도 귀찮고, 구석구석 닦는 것도 귀찮고, '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 불편하게 밖에 못 만드나?' 같은 욕이 수시로 나옵니다. 현대의 사람들이 쓰는 도구 중에 제일 번거로운 기계일 겁니다. 제가 애용하는 기계 중 제일 번거로운 기계임은 분명합니다.
엄청난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원액기를 쓰게 만드는 맛
이렇게 귀찮고 귀찮고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2년째 잘 쓰고 있는 이유는 맛있고 오래가기 때문입니다. 한 번 귀찮음을 이기며 짜 놓으면 일주일 정도 편하게 마실 수 있습니다. 더 오래 보관이 될 것 같은데, 맛있어서 며칠이면 다 마십니다.
원액기에 사과, 케일, 당근을 짜서 냉장고에 며칠 넣어뒀다가 꺼낸 것 입니다. 층 분리가 되지 않고 그대로 입니다. 믹서기에 간 주스들은 5분만 지나도 층 분리가 되어 맹물과 과육으로 나뉩니다. 그러나 원액기에 짠 녹즙과 주스는 일주일을 둬도 층분리가 일어나지 않고 잘 섞인 맛 그대로 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녹즙 한 잔 마시면 건강해지는 기분도 들고, 플라시보 효과인지 덜 피곤하고 상쾌한 기분이 듭니다. 가끔 빵 같은 것을 사놨을 때는 빵이랑 녹즙 차려서 먹으면 근사한 아침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원액기의 또 다른 장점은 상태 안 좋은 과일 처리에 아주 유용합니다.
저희 동네는 종종 귤이나 포도 등의 제철 과일을 싸게 팔 때가 있습니다. 한 바구니 사는 거나, 한 박스 사는 거나 가격이 똑같으니 욕심껏 사오는데, 평소 과일을 잘 안 먹다보니 박스째로 사오면 신선할 때 다 못 먹습니다. 이내 시들시들해지거나 말라서 상태가 안 좋아지는데, 그럴 때 전부 원액기에 넣고 짜서 먹습니다. 그냥 먹기는 싫은 좀 마른 귤, 약간 흠집있는 사과, 말라가는 포도 같은 것들도 짜면 맛있어요. 건강에 제일 좋은 것은 과일을 통째로 씹어서 먹는 것일 터이나, 과일 챙겨 먹는 것이 귀찮아서 잘 안 챙겨먹다보니, 한 번 귀찮고 주스와 녹즙으로 만들어서 먹으면 편합니다. 이런 면에서 불편하나 편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과일을 주스로 만드는 과정은 불편하나, 마실 때는 좋습니다.
진짜 100% 감귤주스 입니다. 설탕이나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은 건강한 주스입니다.
이렇게 짜서 먹어보니, 마트에서 판매하는 100% 원액주스와 맛 차이가 있습니다. 대체로 집에서 짠 것들이 덜 달아요. 포도주스는 비슷했는데, 오렌지 주스는 맛 차이가 엄청 납니다. 직접 짜서 마셔보니 절대로 마트에서 파는 달달한 오렌지 주스 맛이 안 나요. 보통은 약간 시고 밍밍한 오렌지 주스가 됩니다. 감귤주스는 비슷하기는 하나, 집에서 짠 것이 덜 답니다. 무가당, 100% 원액이라고 판매하고 있지만, 다른 달달한 첨가제를 많이 넣었었나 봅니다.
아무래도 마트에서 파는 주스는 첨가물이 꽤 들어간 것 같다는 점 외에 또 한가지 의심스러웠던 것은 착즙량입니다. 귤 10개 까서 짜면 유리잔 한 잔 나옵니다. 이러면 1.5리터짜리 감귤주스 하나 만드는데 상당히 많은 양이 들어갑니다. 사과주스 1.2리터 만드는데도 사과 6~7개 정도 넣어야 되고요. 기업에서 대량구매로 싸게 구입한다고 해도, 과일만 100% 넣어서는 그 가격에 판매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농축액에 물을 섞거나 뭔가 방법을 써야 가격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렇게 시판 제품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기에, 이 이유 때문에 원액기를 계속 썼던 것은 아닙니다.
시판 녹즙이 약간 씁쓸하고 맛이 없길래 저는 좀 달달하면서 상큼한 사과 당근 케일 녹즙이 좋아서 제 입맛에 맞게 만들어 먹는다는 이유가 더 큽니다. 과일 야채를 잘 안 먹으니까 한데 짜서 자주 먹자는 것과 과일 야채의 손쉬운 처리 (안 먹을거면 다 짜버리자!) 이유가 더 큽니다.
쿠빙스 통째로 원액기 단점 장점
단점
1. 원액기 자체가 비싸다. 보통 20만원, 통째로 들어가는 것은 38만원
2. 원액기 분해 세척이 더럽게 귀찮다. 로봇 청소기 쓰는 세상의 물건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구식이다.
3. 재료 손질이 귀찮다. 통째로 들어가는 거여도 몇 번은 쪼개 주어야 된다.
4. 재료비가 많이 들어간다. 오렌지 3개는 짜야 한 잔 나오고. 작은 귤은 10개는 짜야 한 잔 나온다. 제철 과일 싼 것, 주스용 못난이 사서 짜야 가성비가 그나마 좀 나온다.
장점
1. 맛있다. 아주 맛있다.
2. 진짜 무가당 무첨가 100% 원액 주스를 마실 수 있다.
3. 한 번 짜 놓으면 일주일 정도 보관해도 층 분리가 되지 않고 맛이 그대로이다.
4. 과일 챙겨먹기 귀찮아 하는 사람은 한번 짜 놓으면 편히 마실 수 있다. (제일 좋은 것은 과일과 야채를 통째로 잘 씹어서 다 먹는 것이나, 그러지 못하는 사람에게 유용)
5. 과일과 야채를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다 짜서 마시면 된다!)
6. 건강을 챙기고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과 덜 피곤하고 몸이 가벼운 것 같은 플라시보 효과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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