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건강이 중요해지는 9가지 이유
건강이 중요한 이유는 말해야 입이 아픕니다. 당연히 중요하지요. 그런데... 30대 미혼 여자로 살면서 느끼는 뜻밖의 건강이 중요한 이유가 몇 가지 있었습니다.
1. 20대 여자는 가냘픈 이미지, 30대 여자는 그냥 노쇠한 이미지
20대 시절에는 자주 아픈 것이 순정만화 주인공의 다소 병약하고 가냘픈 이미지이기도 했으나, 30대에는 늙어서 자꾸 아픈겁니다. ㅠㅠ 30대 여자가 걸핏하면 아프다고 하면 돌아오는 말은 "너도 나이먹어서 그래 ㅋㅋㅋㅋ" 밖에 없습니다. ㅠㅠ
2. 미간에 주름 생긴다.
아프면 자꾸 인상을 쓰게 되는데, 미간에 주름이 생깁니다. 지속적으로 아파서 지속적으로 인상을 쓰면 미간에 주름이 아예 자리 잡아요.. 아픈 것도 속상한데 거울보다가 뻘겋게 미간주름 자국이 깊게 패여가는 것을 보면 (마음까지) 아파집니다. ㅠㅠ
3. 못생겨진다.
10대 시절에는 꾸민게 더 이상하다고도 했고, 20대에는 꾸미나 안 꾸미나 별 차이가 없다고 했으나, 30대 중반이 되니 안 꾸미면 안 꾸민 티가 그대로 납니다. 그러나 아프면 꾸밀 기력이 없습니다. 가장 먼저 패션을 포기하며, 완전 실용적인 패션을 합니다. 보온성, 편안함 등만 중시합니다. 달리 말하면 아줌마 동네 마실 패션... 그리고 좀 더 아파지면 화장을 안 합니다. 마실 패션에 노 메이크업 상태가 되면 진정한 못생김을 선보이게 됩니다.
4. 아줌마 소리에 스트레스 받는다
아파서 안 꾸미고 초췌하면 아줌마 소리는 100% 나옵니다. 딱 봐도 얼굴이 30대이고, 동네 마실 패션에 생얼이니 그런 말을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더욱이 아파서 낮시간에 초췌하게 하고 다니면, 아줌마도 넘어서 장보러 나온 어머니라며 "어머니, 어머니." 합니다. 이성적으로는 이해하나, 여전히 30대 미혼 여자에게 아줌마는 심정적으로 아주 거부하고 싶은 말 입니다.
"나 아직 아줌마 아니라고! 어머니는 더욱 더 아니라고! 나도 안 아프면 괜찮아....는 아니지만 아무튼 아픈데 자꾸 건드리지마.. ㅠㅠ" 이런 상태가 됩니다.
5. 돈이 많이 든다
돈이 많이 듭니다. 병원비로 잔뜩 쓰고 나면,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이 돈으로 맛있는거 많이 사먹고 사고 싶던거나 살 걸... 하는 후회가 옵니다. 그리고 '아파서 돈 쓰느니 미리 하고 싶은거 하면서 컨디션 관리해서 안 아픈게 나아' 라면서 엄청 사먹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저의 엥겔지수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가계부가 보여주면 다시 절약모드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신비롭게도 (정말 나이 탓인지) 먹는게 부실해지면 다시 아픕니다.
아픔 --> 돈씀 --> 병원비를 쓰느니 먹는데 쓰겠다고 마음 먹음 --> 잘먹음 --> 건강함 --> 가계부가 안 건강해짐 --> 다시 식비 절약함 --> 아픔 --> 돈씀 --->
이런 순환이 계속됩니다.
6. 사는게 허무해진다.
비슷한 또래여도 아이가 있는 친구들은 아픔에 대한 자세가 상당히 달랐습니다. 자신도 아프지만 아이도 아파서 아픈 몸을 견디며 아이 병간호를 하느라.... 아플때 아이가 와서 '엄마 아파?' 라면서 눈물 그렁한 모습에 마음이 짠해져서... 어쩔 수 없이 할 일이 있어서.. 등의 이겨내야만 하는 이유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혼에게는 그런게 없습니다. 아프면 우선 집안일은 완전 파업.
제가 빨리 나아야 하는 이유는 밀린 일을 해야 된다는 이유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누워 있으면 안되는데... 일 내일까지 해야 되는데.. 저 일은 내일모레까지 처리해야 되는데.. 저기 전화도 해야 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면 머리도 지끈지끈 아픕니다.
아픈데 일 때문에 빨리 나아야 한다 생각하면, 나는 왜 사는가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내가 아플때 슬퍼할 가족에 대한 생각도 듭니다. 정말 많이 아픈 날은 제가 죽었을 때를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자식이라도 있으면, 내가 죽었을 때 정말 서글퍼 하기라도 할 것 같은데.... 미혼으로 세상을 떠나고, 나중에 부모님도 세상을 떠나시면 이 세상 그 누구도 저를 기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뭔가 이런 서글픈 생각들만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면... 더 기운이 빠집니다.
7. 귀가 얇아진다
아프면 점점 잘 안 나으니까, 누가 무언가가 건강에 좋다면 솔깃해서 해봅니다. 무슨 운동이 건강에 정말 좋다고 하면 따라해보고, 어떤 먹을 것이 건강에 정말 좋다고 하면 솔깃해져서 따라 먹기도 합니다. 해독주스를 3년간 장복했더니 좋다는 이야기에 귀찮음을 무릅쓰고 아침 저녁으로 갈아먹고 있고, 뭘 먹으면 좋다 하면 그걸 사서 먹고 있고, 물 꼬박꼬박 마시라기에 정각알림 어플도 설치해놓고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건강 정보에 솔깃하며 팔랑귀가 되던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습니다..
8. 성격이 예민해진다.
몸이 안 좋을 때는 아무래도 예민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30대 중반의 미혼 여자이기 때문에.... 제가 뭘 하던 간에 '노처녀 히스테리'로 귀결된다는 점 입니다. 똑같이 성격이 예민하더라도, 기혼녀의 경우 그냥 좀 예민하다고 하지만, 미혼녀가 예민하면 노처녀 히스테리가 되는데, 그 얘기가 또 사람을 예민하게 만들기 때문에 예민 테크트리가 계속됩니다.
9. 겁이 많아진다
자꾸 건강이 안 좋아지면 이제는 정말로 두렵습니다. 큰 병이 걸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도 오고, 그보다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에 겁이 납니다. 내 체력이 될까? 또 아픈 것은 아닐까... 이런 걱정에 용기내어 시도해 보지 못하는 겁쟁이가 되곤 합니다.
30대 미혼 여자가 아프면... 아픈 자체도 괴롭지만 초라해져서 더 괴로운 것 같습니다... 고로 건강해야 한다는...
[30대 미혼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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